"건정심 안 거치고 1800억 투자할 만큼 재난 상황 아니다"

"건정심 안 거치고 1800억 투자할 만큼 재난 상황 아니다"

  • 박양명 기자 qkrdidaud@naver.com
  • 승인 2024.03.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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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공단 노조, 건보재정 긴급 투입 정부 행태 비판
"의대정원 확대 이후 일련의 상황, 잘못된 정책에 따른 결과"

정부 산하 기관임에도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에 걱정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조직이 있다. 바로 건강보험공단 노동조합이다. 

건보공단 직원의 93%에 달하는 인원이 가입한 거대 노조인데, 건강보험 재정을 직접 관리하는 보험자의 입장에 있는 만큼 재정 지출 당사자인 공급자, 즉 의료계를 향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런 건보공단 노조가 현재 의대정원 증원으로 야기된 현안들은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우선 보건복지부가 비상진료체계 지원 명목으로 건강보험 재정을 쓰는 데 쓴소리를 냈다.

보건복지부는 의대정원 확대 규모 발표 이후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내면서 병원을 이탈하자 보건의료 위기 단계를 '심각'으로 격상하고 예비비 1285억원과 건강보험 재정 1882억원을 즉각 투입했다. 특히 건강보험 재정은 '월' 단위로 나갈 액수다. 

보건복지부는 건강보험 정책을 최종 결정하는 기구인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재정 지출 계획을 사후 보고했다. 코로나19 대유행을 겪으며 건강보험 재정을 원활하게 쓰기 위해 500억원 이상의 지출은 건정심 소위원회에만 보고하고 의결을 받는 형식을 만들었는데 이를 이번 전공의 공백 상황에 적용한 것이다.

김철중 건강보험공단 노동조합 위원장 ⓒ의협신문
김철중 건강보험공단 노동조합 위원장 ⓒ의협신문

김철중 건보공단 노조 위원장은 26일 전문기자단 간담회에서 "코로나19 당시에도 건강보험 재정 사후 보고 절차가 가입자를 무시하는 처사다. 건정심을 거수용으로 만들기 위한 행위에 불가하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라며 "현재가 재난이라고 볼 수 있는 상황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대정원 확대 문제는 정부의 잘못된 정책으로 나타나는 결과지 재난이 아니다"라며 "건강보험 재정을 건정심도 거치지 않고 먼저 투입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내부적으로도 보건복지부의 결정에 절차적으로 문제가 없는지 법률 자문을 받고 있다"고 꼬집었다.

의대정원 확대 문제는 '숫자'에 매몰돼 국민에 대한 고려는 뒷전이라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의대정원 증원 정책도, 의사 파업 주장도 수가를 비롯한 돈 문제에 집중할 뿐 무엇보다 앞서서 생각해야 할 국민에 대한 고려는 뒷전"이라며 '의사증원 문제도 중요하지만 단순히 의사증원 총량의 적정성 여부를 넘어 의사증원에 따른 결과로 전국 각 지역에 퍼져 국민의 생명을 책임질 의료인력의 배치와 활용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함께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바뀌더라도 공공기관이 존재하는 이유가 있는데 현 정부는 정책으로 공공기관의 기능과 역할을 180도 바꿔버리는 상황을 만들고 있다"라며 "보장성을 확대하지 않겠다고 한 것뿐만 아니라 건강보험을 공격하는 상황까지 오는 것에 안타까운 마음을 갖고 있다"고 토로했다.

올해 들어 건보공단 노조는 기승전 '수가'에 집중되고 있는 현실 타개책으로 행위별수가제 개선과 혼합진료 금지를 내세우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차 건강보험종합계획에 포함된 내용이기도 하다.

김 위원장은 "현재 건강보험 관련 정책 결정이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문제의식이 있다"라며 "과다한 내방일수와 처방일수는 행위별수가 제도 안에서 최대의 수익을 얻기 위한 과잉진료의 근거가 될 수 있고 혼합진료 허용과 실손보험을 지렛대 삼아 적극적으로 불필요한 비급여 진료행위로 의료비 지출이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비급여 통제를 위해서라도 혼합진료 금지가 꼭 필요한 시점"이라고 주장하며 전제조건으로 "필수적인 비급여 항목의 급여화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제시했다. 건강보험 급여로 치료할 수 있는 기반부터 만들어야 한다는 소리다.

그는 "혼합진료 금지는 의학적 필요를 가진 의료행위, 치료재료 등을 모두 급여화하면서 진행해야 한다"라며 "전제가 충족되면 환자의 치료 접근성 제한 문제는 최소화하고 오히려 표준적이고 적정한 의료 선택권이 강화될 것이다. 선택비급여 중 물리치료, 비급여 주사제를 시작으로 혼합진료 금지 도입 로드맵을 만들어 의-정 합의 순서대로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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