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에는 꿀을, 복심엔 칼을…의협 비대위원으로까지 경찰 출석 조사 확대
좌훈정 투쟁위 부위원장 "부모도 강제 못할 사직, 선배가 교사했다고?"
정부가 의료계에 적극적으로 대화하자는 제스처를 취하면서도 의료계 수사를 오히려 확대해 나가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수뇌부 등을 조사해도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하자 경찰조사 대상을 비대위원으로까지 넓히는 것이다.
의료계에서는 이 같은 정부의 행보를 보면 대화하자는 요청에 진정성이 있는 것일지 의심 어린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2월 27일 보건복지부는 의협 비대위의 김택우 비대위원장(강원특별자치도의사회장), 박명하 조직강화위원장(서울특별시의사회장), 주수호 전 언론홍보위원장, 임현택 의협회장 당선인(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 노환규 전 의협회장까지 5명을 경찰에 고발했다. 전공의 사직을 교사했다는 혐의 등을 적용했다.
이후로도 의협 비대위의 위원장을 넘어 부위원장, 일반 비대위원까지 경찰에 출두해 조사받을 것을 요구했다. 현재까지 좌훈정 비대위 투쟁위원회 부위원장, 신기택 비대위원(강원도의사회 총무이사), 한동우 비대위원(구로구의사회장), 유지혜 비대위원(대한병원의사협의회 조직강화이사)이 추가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좌훈정 부위원장은 23일 저녁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서울 마포구 소재)에 출석하면서 "정부는 말과 행동이 다르다"며 "정부가 총선 전후로 대화에 적극적인 모양새를 띠는데 진정성이 있다면 최소한 무리한 조사는 중단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대화와 협의라는 꿀을 입에 담으면서 복심으로는 억압을 이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비대위원으로까지 조사 범위가 넓어진 것을 두고도 "기준이나 원칙 없는 중구난방식 조사"라며 "무리한 수사임이 자명해 조사관들 역시 상당히 곤혹스럽지 않을까"라고 덧붙였다.
특히 "전공의 행동 교사는 정말 터무니없는 혐의"라고 힘주어 말했다. 전공의 사직과 의대생 휴학은 자신의 인생과 진로에 크게 영향을 주는 중대사안인데, 부모라도 함부로 강제할 수 없는 것을 얼굴 한번 못 본 선배가 지시해 따른다는 건 어불성설이란 것이다.
이날 좌훈정 부위원장은 참고인 자격으로 출석했지만, 언제든 피의자로 전환되는 것을 각오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신기택 비대위원도 참고인 자격으로 조사 도중 피의자로 전환돼 조사받고 있다.
좌훈정 부위원장은 "비대위 활동을 시작하면서 각오했던 일"이라며 "의협 비대위는 정말 깨끗하게 활동했다. 떳떳하다는 자신감으로 조사에 성실히 응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