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사회 서울이사회서 가자지구 의료 보호 등 긴급 결의안 채택
의료과오 형사처벌·수술실 CCTV·일방적 의사증원, 한국 상황도 '주목'
지난 18∼20일 서울에서 이사회를 개최한 세계의사회가 '가지지구 의료 보호 촉구', '감비아 여성할례 금지법안 철회 반대', '우간다 동성애 금지법 반대', '영국 이민자 권리법안 반대' 등을 골자로 하는 4건의 긴급 결의안을 채택했다.
새계의사회는 통상 4월 이사회를 통해 진료 및 인권 등 각국 주요 이슈에 대한 관한 논의를 진행한 뒤 그 결과를 바탕으로 준비작업을 거쳐, 10월 정기총회 때 이에 관한 총의를 결의안, 성명서, 선언문 등의 형태로 발표하는데 이들 4건은 사안의 시급성을 감안해 긴급 결의 형태로 그 안을 채택했다.
이스라엘과 가자지구 분쟁과 관련해 세계의사회는 "가자지구의 심화되는 의료 및 인도주의적 위기, 늘어나는 기아, 의료 부족, 계속되는 인질 투옥과 학대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한다"는 뜻을 밝혔다.
이어 "모든 민간인을 보호하고, 모든 인질의 석방과 안전한 통행을 보장하며, 인도적 지원의 전달을 허용하기 위해 양자 간 협상을 통해 지속 가능한 휴전을 요구한다"면서 "인도주의법을 존중하고 모든 의료 시설과 인력을 보호할 것을 촉구한다"며 즉각적인 조치를 요청했다.
감비아에서 이뤄지고 있는 여성 할례 금지법안 폐지 움직임, 우간다의 동성애 금지법 제정 시도에 대해서도 깊은 우려를 표하며 이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담은 결의안을 냈다.
루자인 알코드마니 세계의사회 회장은 "여성 할례는 인권 침해이며 여성과 소녀들에게 심각한 건강 위험을 초래한다. 감비아 국민의 복지와 존엄성을 보호하기 위해 금지령이 그대로 유지되어야 한다"면서 "해로운 관행에 대한 금지령을 해제하려는 어떠한 시도에도 단호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우간다의 동성애 금지법 제정 움직임과 관련해서는 "평등과 인권적 측면에서 단호히 반대한다"는 의견을 냈다.
박정율 세계의사회 의장은 "우간다의 동성애 금지법은 심각한 인권 침해이자 공평한 의료 제공을 가로막는 장벽"이라며 "세계의사회는 LGBTQ+ 개인들과 연대하며 이러한 억압적인 법률을 폐지하기 위한 즉각적인 조치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영국 정부가 제안한 르완다 안전 법안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하며 국제적 연대를 촉구했다. 이 법안은 이 법안은 보트를 타고 영국해협을 건너오는 망명 신청자를 르완다로 보내는 것이 골자로 한다.
세계의사회는 "르완다 안전법안은 위험한 상황에서 도망쳐 나와서 종종 트라우마를 경험한 취약한 개인을 재외상의 위험에 처해 긴급한 의료 조치를 받지 못하는 환경에 놓이게 할 위험이 있다"며 "그러한 조치는 영향을 받는 사람들의 정신 건강과 복지에 파괴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알코드마니 회장은 "인권은 모든 사람에게 동등하게 적용될 때에만 의미 있고 효과적"이라며 "영국은 유럽인권협약의 핵심 기여자로서 국제법을 존중하고 이민 신분에 관계없이 모든 개인의 권리를 보호하겠다는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요청했다.
한편 알코드마니 회장 등 세계의사회 임원진들은 이사회 기간 중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차기 회장 당선인, 김택우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과 만나 최근 한국 의료상황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다.
세계의사회 임원들은 의료과오에 대한 형사처벌,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일방적인 의대정원 증원과 그에 뒤따른 의료인에 대한 행정명령 남발 등 한국 의료상황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지속적인 지지와 관심을 약속했다.
세계의사회는 114개국 1500만명 의사를 대표하는 국제기구로 의료윤리, 의학교육, 의료 관련 인권 및 진료에 대한 국제적 표준을 추구하는 역할을 해오고 있다. 매년 이사회와 정기총회를 열어 의제를 정리하는데 올해 제226차 이사회는 지난 18~20일 서울 콘래드호텔에서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