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외과학회, 10월 31일∼11월 2일 국제학술대회·76차 추계학술대회
외과전공의 450명 가운데 200명 사직 중에도 참가 신청…"배움기회 지킬 것"
전공의 주당 60시간 근무 땐 수련기간 4년 복원 검토…"필수적인 교육시간 부족"
"힘들고 어려운 수술을 하는 외과 의사들은 이제라도 정당한 보상을 받아야 합니다. 필수의료에 몸담은 의사들을 옥죄는 의료사고에 대한 특례법 제정도 조속히 이뤄져야 합니다."
외과는 건강보험제도 시작 때부터 저수가로 출발한 후 오랜 기간 이 상황이 고착됐다. 기존 일괄 수가 인상 방식으로는 다른 전문과와 격차가 더 벌어진다는 중론이다. 차제에 외과 등 필수의료 분야에 지원을 늘릴 수 있는 기전을 새롭게 만들어야 지적이다.
의료사고특례법 제정을 통해 외과의사들에게 소신진료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호소도 이어졌다.
전공의 근무시간이 주당 60시간으로 줄어들 경우, 외과 전공의 수련기간을 3년에서 다시 4년으로 늘리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외과 전문의로서 기본 소양을 갖추기 위해 필요한 교육시간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전공의가 의료현장에 복귀하면, 곧바로 정상적인 수련과 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다하겠다는 다짐도 새겼다.
대한외과학회는 31일 국제학술대회(KSS 2024) 및 제76차 추계학술대회(10월 31∼11월 2일·스위스그랜드호텔) 기간 중 기자간담회를 열어 주요 현안을 공유하고, 주요 학술대회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신응진 이사장(순천향의대 교수), 송병주 회장(을지의대 교수), 정순섭 총무이사(이화의대 교수), 김진 학술이사(고려의대 교수) 등이 참석했다.
외과 분야 저수가의 고착화를 먼저 짚었다.
"의료보험 도입 때부터 외과는 저수가로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도 나아지지 않고 이젠 고착화됐다. 특단의 수가 인상이 필요하다. 기존 방식처럼 모든 전문과의 일괄 수가 인상으로는 격차가 더 벌어진다. 평균적으로 의대 졸업생의 5%가 외과를 지원하고, 1%가 흉부외과를 지원한다. 남다른 뜻을 지닌 이들에게 가혹한 현실까지 떠넘기면 안 된다. 외과 등 필수의료 분야에 지속적으로 재정지원을 늘릴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최근 일련의 수가인상에 대한 기대도 옮겼다.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지원사업의 핵심은 그동안 대학병원 교수들이나, 각 학회에서 지속적으로 이야기 했던 내용이다. 상종병원은 중증 환자를 돌보며, 교육과 수련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고, 경증, 중등증 환자는 의료전달체계에 따라 의료기관을 방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원사업에 따르면 상종은 중증 환자를 70%까지 확대하고, 치료역량 강화에 주력토록 하고 있다. 또 1000여 가지 고난이도 수술을 정해서 행위에 대해 수가 인상을 실험적으로 적용한다. 힘들고 어려운 수술을 하는 외과 의사가 제대로 보상받는 단초가 마련되길 바란다."
전공의 근무 시간이 주당 60시간이 될 경우 수련기간 재조정도 검토하고 있다.
"수련기간을 3년으로 조정한 지 6∼7년 됐다. 4년제 복원 의견도 있었지만, 제도 도입 후 10년 정도는 지나야 장단점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그동안 지켜봐왔다. 그러나 의정사태를 지나면서 전공의 근무시간은 주당 60시간이 굳어지고 있다. 상종 구조전환 지원사업에도 그렇게 돼 있다. 주당 60시간 체제에서 외과 전공의 교육은 제대로 이뤄지기 어렵다. 수련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외과의사로서 기본적인 소양을 갖추려면 최소한의 교육시간이 필요하다. 연차별 교육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 외국 사례도 근무시간이 짧은 대신 수련기간은 6∼8년까지 이뤄진다."
3년제 수련기간의 적정성에 대한 모니터링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6∼7년간 배출된 전문의들의 생각도 들어볼 필요가 있다. 전문의로서 역량을 갖추는 데 수련기간이 적정했는지 돌아봐야 한다. 내과학회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 학회 간 소통을 통해 전반적으로 살펴야 한다. 외국 연구를 살펴보면 주당 근무시간의 길고, 짧은지에 따라 발생하는 의학적 오류의 차이는 크지 않았다. 그러나 숙련도는 다르다. 의사로서 자기 분야에 숙련되는 데에는 시간이 많이 걸린다. 주당 근무시간을 줄이면 숙련도를 높이기 위해 수련기간을 늘릴 수밖에 없다."
수련기간을 늘릴 경우 잔무나 부당 노동행위 등 기존 악습이 되풀이되지는 않을까. 그럴 수 없다고 단언했다.
"제도를 만들 땐 취지가 중요하다. 문제가 있으면 보완해서 완벽한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다만 문제가 있다고 시행하지 않으면 더 큰 문제가 발생한다. 전공의 근무시간을 줄이는 것은 올바른 방향이다. 사회문화적 의식, 여건 모든 게 달라졌다. 과거식 교육은 통하지 않는다. 시스템을 잘 갖춰야 한다. 이제 전공의를 담당하는 책임지도전문의에 대해 국가에서 직접 인건비를 지급한다. 지원을 받는만치 책임도 뒤따른다. 운영이 잘 될 수 있도록 모든 구성원들이 함께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전공의들이 정상적으로 근무하며 제대로 배우는 시간이 되도록 하겠다."
올해 학술대회는 대한외과학회 산하 18개 분과 학회와 7개 연구회가 함께 진행한다.
세계 33개국에서 2500명이 참석한 가운데 99개 세션에 426개 연제가 발표된다. 초청 연자도 9개국 37명에 이른다. 2일에는 미국외과학회장, 일본외과학회장의 기조강연도 열린다.
전국 외과 전공의 450여명 가운데 거의 절반인 200여명이 사직 중인 가운데 참가 신청을 했다.
신응진 이사장은 "춘계학술대회는 의정사태를 촉발한 정부에 대한 저항의 의미로 취소하고 대신 대토론회를 열었다. 추계학술대회는 예정된 국제학술대회로 진행할 수밖에 없지만 즐거울 수만은 없는 상황이라 만찬 등 부대행사를 줄이고 차분하게 진행하고 있다"라면서 "사직 중인 가운데도 학술대회에 참가한 전공의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외과학회는 전공의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늘 유지하고 제공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