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대 15년동안 입학정원 2배 늘렸지만, 임상실습 여건 부족
의협, 10일 탄원서 제출 "의대 증원 강행시 교육 현장 혼란 자명"
의료계가 의대정원 증원 정책이 의학교육의 질 저하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하는 가운데 간호계에서는 이미 무분별한 입학정원 증원으로 인해 교육의 질 저하 문제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간호대는 지난 15년동안 입학정원을 2배로 늘렸지만 임상실습을 할 수 있는 병원의 수와 규모가 입학정원 증원 규모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의힘 최연숙 의원은 9일 '간호 학생 증원에 따른 임상 실습 교육 현황과 개선방안' 연구용역 자료 결과를 공개했다.
권소희 교수(경북대 간호대학)팀이 실시한 해당 연구에 따르면 간호대 입학정원은 2008년 1만 1686명에서 2023년 2만 3183명으로 약 2배 늘었다. 그러나 전국 198개 간호학과 중 부속병원을 보유한 간호학과는 52개로 26.3%에 불과했다.
연구자들은 간호학생이 임상실습을 할 수 있는 병원의 수와 규모의 증가가 입학정원의 증원규모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임상실습의 질이 우려되고 있다는 연구 결론이 도출됐다.
최연숙 의원은 "보건의료 인력의 큰 축인 간호학과 정원을 결정하는 것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며 "간호대학의 교육자와 현장 간호사 등이 포함된 위원회를 구성해 충분한 논의가 이루어 저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의대정원 증원 정책에 의료계는 한 목소리로 의학교육 질 저하를 우려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10일 사법부에 탄원서를 제출하며 "정부가 끝끝내 의대 증원을 강행하면, 의학 교육의 질 저하 및 교육 현장의 혼란은 자명하며, 의사 공급 왜곡으로 인한 의료시장의 붕괴가 초래되고, 수가 정책이나 의료 전달 체계 등 장기간 지속된 근본적인 구조적 문제는 정작 방치·악화함으로써, 국민의 건강과 보건의료질서에 심각한 위해가 가해질 것이 명백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 역시 "의학은 인체를 다루고 병을 치료하는 학문이기에, 양질의 실습 교육은 의대생들이 향후 임상 현장에서 실력을 갖추기 위해 반드시 담보돼야하는 중요한 요건"이라며 "이번 정부의 증원 정책은 의학 교육 특수성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충북대병원 수련병상이 800병상인데도 충북의대 정원에 200명을 배정했던 것을 예로 들며 "기존 정원 49명에서는 한 사람당 16개 병상을 맡아 경험을 쌓을 수 있었는데, 증원이 이뤄지면 4개 병상도 맡지 못한다. 수십년 전과 같은 수준의 교육환경으로 떨어뜨린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