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계 원로들, 의대정원 10% 이상 증원 '무리수'

의학계 원로들, 의대정원 10% 이상 증원 '무리수'

  • 송성철 기자 medicalnews@hanmail.net
  • 승인 2024.05.24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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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명 증원 의학교육 무너뜨려…필수의료·지역의료 해칠 것"
의학한림원 24일 전의교협 소송 의견서 "공공복리 중대한 영향"

의료계 석학단체인 대한민국의학한림원. ⓒ의협신문
의료계 석학단체인 대한민국의학한림원은 의대증원 집행정지 재항고심 소송에서 재판부의 올바른 판결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에 제출한 의견서를 통해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정책은 무리수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의협신문

의학계 원로들이 "의대정원 2000명 증원 정책은 무리수"라면서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한민국의학한림원은 24일 의대증원 집행정지 재항고심 소송에서 재판부의 올바른 판결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에 제출한 의견서를 통해 " 2,000명 의대정원 증원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므로 이에 대한 과학적 연구를 통해 가능한 답을 구하고 의사인력을 탄력적으로 조절할 독립적 기구를 만들어 장기적으로 정원을 조절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의학한림원은 의학 및 의학 관련 학문 분야 우리나라 최고의 석학 단체다. 의학한림원은 의학 분야 외에 간호학, 수의학, 약학, 영양학, 치의학, 한의학 등 인접 학문 분야 석학이 정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의학한림원은 해외 의료선진국에서 의대정원 증원은 장기간(20년)에 걸쳐 진행한 점, 증원 규모도 증원 1회에 10% 이내에서 이루어진 점을 들며 "우리나라처럼 정원의 65%를 한꺼번에 증원하는 나라는 없다"며 "갑작스러운 의대정원 증원이 올바른 역량을 갖춘 의사양성에 장애가 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의과대학 질관리를 모범적으로 하고 있는 세계 각국에서 의대 정원이 10% 이상 변화가 있으면 의과대학 인증을 다시 받도록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설명한 의학한림원은 "증원 규모의 근거마저 부족하다면 이 규모(10%)를 초과하는 증원은 더욱 설득력을 잃게 된다"고 밝혔다.

무리한 의대 정원 증원은 예상되는 이득보다는 예상되는 폐해가 더 크다고 지적했다.

의학한림원은 "정부가 추진하는 각종 의료개혁의 내용에는 미래의 의사 수요 추계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이 많다"면서 "의료개혁의 방향과 규모가 정해지지 않은 지금의 상태에서 인구변화만으로 미래를 추측하여, 의학교육의 수용한계를 훨씬 넘는 대량의 의대정원 증원을 무리해서 추진하는 것은 뚜렷한 이득의 가능성이 불분명한 가운데 우리나라 의사 양성에 있어 단기간에 회복하기 어려운 심각한 손상을 남기는 일"이라고 진단했다.

의학교육이 불가능한 상태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전했다.

"이번 사태로 인하여 기존 학생들의 유급 사태가 더해진다면 2025학년도 의대 1학년 학생 수는 8,000여 명에 이르러, 현재 정원의 2.7배에 달하므로 교육이 더욱 불가능한 상태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 의학한림원은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2,000명의 의대정원 증원은 현장의 의학교육을 무너뜨리고, 궁극적으로 필수의료 및 지역의료를 떠받칠 역량을 갖춘 의사 양성에 돌이키지 못할 손상을 주므로 공공복리를 오히려 해치는 상황을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아래는 의학한림원 의견서 전문

정부의 의대정원 증원 정책추진에 대한 대한민국 의학한림원의 의견서

지난 2월 6일 정부가 2,000명의 의과대학 정원 증원 정책을 발표한 이후 그나마 잘 유지되어 오던 대한민국 의료가 큰 어려움에 처하였습니다. 

정부가 급격한 의과대학 정원 증원 정책을 고집하면서 의료현장을 지키던 전공의가 사직으로, 의과대학 학생들이 수업거부 및 휴학으로 정부에 반대의 뜻을 펴면서 의료계는 건강한 미래의료에 대한 매우 불안한 상황을 맞이하였습니다. 

대한민국의학한림원은 의료법에서 정한 의학 및 관련 학문의 석학단체로서 의대정원 설정시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다는 연구를 진행하여 왔기에 정부의 발표 후 즉시 입장문을 내어 급격한 증원보다는 점진적 증원이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해결책임을 또 다시 제시하였으며 2,000명 증원의 과학적 근거에 대하여 정부가 인용한 3개의 연구보고서를 분석하여 정부의 해석에 문제가 있음을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현재까지도 지속적으로 무리한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또한 보건복지부는 실제로 의료를 행하는 의료계와 국민을 모두 돌보며 건강한 의료체계를 유지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반대의 뜻을 표하는 의료계를 악마화하면서 급격한 의대정원 증원에 대한 의료계 전문가들의 우려에 귀를 닫고 있습니다. 

이번 사태가 석 달 이상 지속되기에 의료계는 사법부의 판단을 통해 무모한 정책의 집행정지를 요청하였으나 지난 5월 16일 서울고등법원은 정부의 급격한 의대정원 증원 정책의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고 이로 인해 정상적 의학교육의 어려움이 예상됨을 인정하면서도 의대정원 증원을 통한 의료개혁이라는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 우려되므로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하는 것으로 판결하였습니다. 이제는 대법원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민국의학한림원은 정부의 급격한 의대정원의 무리한 증원이 과연 공공복리에 유익한지에 대하여 깊은 의문을 품게 되어 이 의견서를 제출합니다. 

1. 2,000명 의대정원 증원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므로 이에 대한 과학적 연구를 통해 가능한 답을 구하고 의사인력을 탄력적으로 조절할 독립적 기구를 만들어 장기적으로 정원을 조절해야 합니다. 해외 의료선진국에서 의대정원 증원은 장기간(20년)에 걸쳐 진행되었으며 증원 규모도 증원 1회에 10% 이내에서 이루어졌으며 우리나라처럼 정원의 65%를 한꺼번에 증원하는 나라는 없습니다. 이는 갑작스러운 의대정원 증원이 올바른 역량을 갖춘 의사양성에 장애가 되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의과대학 질관리를 모범적으로 하고 있는 세계 각국에서 의대 정원이 10% 이상 변화가 있으면 의과대학 인증을 다시 받도록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더욱이 그 증원 규모의 근거마저 부족하다면 이 규모(10%)를 초과하는 증원은 더욱 설득력을 잃게 됩니다. 

2.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각종 의료개혁의 내용에는 미래의 의사 수요 추계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이 많습니다. 2025년 의대에 입학할 학생들이 의사로서 활동할 10년 후에는 이미 이 요소들에 의한 영향이 현실에 반영될 시기입니다. 각종 의료 개혁의 방향과 규모가 정해지지 않은 지금의 상태에서 인구변화만으로 미래를 추측하여, 의학교육의 수용한계를 훨씬 넘는 대량의 의대정원 증원을 무리해서 추진하는 것은 뚜렷한 이득의 가능성이 불분명한 가운데 우리나라 의사 양성에 있어 단기간에 회복하기 어려운 심각한 손상을 남기는 일입니다. 즉 예상되는 이득보다는 예상되는 폐해가 더 큽니다. 

3. 특히 이번 사태로 인하여 기존 학생들의 유급 사태가 더해진다면 2025학년도 의대 1학년 학생 수는 8,000여 명에 이르러, 현재 정원의 2.7배에 달하므로 교육이 더욱 불가능한 상태가 될 것입니다. 위의 상황들을 종합하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2,000명의 의대정원 증원은 현장의 의학교육을 무너뜨리고, 궁극적으로 필수의료 및 지역의료를 떠받칠 역량을 갖춘 의사 양성에 돌이키지 못할 손상을 주므로 공공복리를 오히려 해치는 상황을 초래할 것입니다.

2024. 5. 24.
대한민국의학한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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