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 전공의들이 국민과 의사에 전한 말…"절망, 그리고 희망"

사직 전공의들이 국민과 의사에 전한 말…"절망, 그리고 희망"

  • 김미경 기자 95923kim@doctorsnews.co.kr
  • 승인 2024.05.30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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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는 '국민과 연대', "국민을 더 사랑하는 의료계가 먼저 머리 맞대고 제안하자"
4평 원룸 압수수색 당한 아픈 기억 "두렵기에 연대가 절실"…"힘 모아 한국 의료 소생"

ⓒ의협신문
대한의사협회 주최로 30일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열린 촛불집회에는 5000여명의 의사와 국민이 몰렸다. [사진=김미경 기자] ⓒ의협신문

대한민국 의료에 종말을 고하는 촛불집회에는 수백명의 사직 전공의들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의료계는 물론 국민과 연대해야 한다는 데 한목소리를 냈다.

대한의사협회 주최로 30일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열린 촛불집회에는 5000명(주최측 추산)이 모여 촛불을 밝혔다. 집회에 참석한 젊은 사직 전공의들은 의료계와 국민이 모인 앞에서 메시지를 전하기도 하고, 집회에서 느끼는 연대감으로 두려움을 달래기도 했다. 

스스로를 "바이탈 뽕에 취해 응급의학과를 전공했던 김 아무개"라고 소개한 사직 전공의는 "세달째 이어진 사태에 정부도 의료계도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잃었다. 누가 이긴다고 해도 승자는 없다"고 개탄했다. "앞으로 30년간 만날 환자들에게 지지받지 못한다고 생각하면 제 의사면허는 의미가 없다"고 덧붙였다.

사직 전공의 김 씨는 "최근 말기 파킨슨에 지병까지 악화돼 우측 다리를 못 움직이시는 아버지가 병원에서 입원이 불가하다고 퇴짜맞았다"며 "의사가 아닌 환자의 보호자로서, 한 국민으로서 의사들에게 호소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을 위한 구체적인 의료 대안을 의료계에서 먼저 제시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달라.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 쪽이 국민의 지지를 받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솔로몬의 재판에서 이긴 건 힘이 더 센 사람이 아닌 아이를 더 아끼는 사람이었다"며 "정부보다 우리 의사들이 더 환자를 사랑하는 사람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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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왼쪽부터)김 모 사직전공의, 전호 사직 전공의가 의료계와 국민이 함께 모인 군중에 메세지를 전달하고 있다. [사진=박승민 기자] ⓒ의협신문

마찬가지로 응급의학과에서 수련하다 그만둔 전호 사직 전공의는 "정책은 과학에 기반해 수립되고 추진돼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전호 사직 전공의는 "전문가 의견 없이 만들어진 의료정책이 국민이 보기에 그럴듯해 보일 순 있을 것"이라며 "의료인이 그럴싸한 느낌만으로 환자를 처치하면 형사처벌을 받는다. 정책을 만든 이들은 무슨 책임을 지느냐"고 꼬집었다.

이어 정부를 향해 "비방과 선동, 협박을 일삼을 것이 아니라, 의업에 자신의 삶을 바치고 매일을 사명과 헌신, 바이탈뽕으로 환자를 보는 현장 실무자들과 치열히 토론하고 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사진=김미경 기자] ⓒ의협신문
[사진=김미경 기자] ⓒ의협신문

이 외에도 많은 사직 전공의들이 참석해 촛불을 밝혔다. 

전공의 말년차에 사직한 A씨는 자신이 압수수색을 받은 날짜와 그날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다며 눈물을 보였다. 

"특별히 욕을 한 것도 아니고 일상적인 글을 썼을 뿐인데, 4평 원룸을 압수수색 당했다"고 돌이킨 A씨는 "정부가 계속해서 처벌하겠다는 겁박만을 일삼는 상황이 두렵고 세상이 무서워, 연대감을 느끼기 위해 집회에 나왔다"고 밝혔다.

또 다른 말년차 사직 전공의 B씨는 "세계 최고 수준이던 한국 의료가 죽음을 맞이하는 장례식에 함께하기 위해 나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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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집회는 국민과 의료계가 함께 대한민국 의료를 심폐소생시키는 퍼포먼스로 마무리됐다. [사진=김미경 기자] ⓒ의협신문

그러나 한국 의료의 죽음을 애도하며 모였던 이들은 새로운 시작을 얘기하며 집회를 마무리했다. 

코로나19 당시 현장으로 달려가 헌신했던 의사들의 모습에 이어, 의대정원 2000명 증원이 추진되는 영상이 상영됐다. 이때 한국 의료의 심장을 상징하는 모형은 빛을 잃었다. 

그러나 사직한 젊은 전공의와 기성세대 의사들이 하나둘씩 모여 심폐소생술을 하고, 군중의 의사와 국민들이 촛불을 모으자 한국 의료 심장이 되살아나는 모습이 연출됐다. 

집회에 모인 이들은 '우리가 한국 의료를 되살리자'는 구호를 연호하며 촛불을 흔들었다. 임현택 의협회장은 폐회사를 통해 "6월부터 한국 의료를 되살리기 위한 큰 싸움을 시작하겠다"고 예고했다. 

한편 이날 집회는 국민에게 의대정원 증원의 위험성을 적극 알리고 국민과 연대하는 것에 방점을 뒀다. 의협은 콜센터(☎1566-2844)를 통해 의대정원과 관련한 국민의 질의를 받고 있는데, 촛불집회에서 최안나 의협 총무이사 겸 보험이사가 직접 질문에 답했다.

"3000명을 가르치던 나라에서 갑자기 2000명을 늘린다면 교육의 질이 떨어질 거란 건 초등학생도 알 것"이라고 개탄한 최안나 이사는 "국민 여러분, 그렇게 부실하게 교육받은 의사에게 생명을 맡기실 수 있겠습니까"라고 물음을 던졌다. 이어 "우리도 그렇게 무책임한 의사가 되고 싶지 않다"고 힘주어 말하며 국민의 연대를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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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안나 의협 총무이사 겸 보험이사가 의협 콜센터로 접수된 국민 질의에 공개 답변하고 있다. [사진=김미경 기자] ⓒ의협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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