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무력감에 젖은 상아탑

"의대 증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무력감에 젖은 상아탑

  • 김미경 기자 95923kim@doctorsnews.co.kr
  • 승인 2024.06.04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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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지자체·총장까지…"전달체계 지적하는 전문가 목소리, 전혀 닿지 않았다"
"교수님도 우리도 낙수냐"고 묻던 전공의들, 정말 떠난다…학생들도 유급될 것

ⓒ의협신문
배장환 충북의대 교수(비상대책위원장)가 텅 빈 학생 강의실을 돌아보고 있다. ⓒ의협신문

의과대학과 대학병원 교수들의 항의에도 아랑곳없이 의대정원 증원이 확정되자 의학교육계에는 무력감이 번지는 모양새다. 전문가 집단의 목소리가 정부나 정책에 전혀 닿지 않는다는 걸 의대증원을 계기로 목도했다는 것이다.

충북의대교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는 배장환 교수는 4일 의료윤리연구회 월례모임에서 3개월 넘게 이어진 의대증원 과정을 돌아보고 이 같은 심경을 공유했다.

"나라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갖는 건 대통령뿐이라 생각했다"고 운을 뗀 배장환 교수 "대학의 총장과 지자체장도 얼마나 막대한 권력을 갖고 있는지, 이들의 의지가 맞물리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이번에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의견수렴 과정이란 별로 의미가 없다는 걸 깨달았다"고도 했다. 

충북대에서 심장이식까지 가능한 완결형 지역의료를 만들겠다는 꿈을 이루고 싶은 마음으로 민생토론회에 참석해 호소했으나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이후 증원 수요조사와 학칙개정에 이르기까지 숱한 항의들도 소용없었다는 것이다.

"서울 대학병원에서 펠로우로 있을 때 지역에서 온 경증환자가 정말 많았다. 고지혈증 약을 받으로 제주에서 서울로 온 이도 있었다"고 돌이킨 배장환 교수는 "지역의료가 미흡해 매년 충북에서 8000여명 환자가 서울로 간다는 도지사의 말에 이 같은 의료전달체계의 문제를 지적해도 소용없었다"고 개탄했다. 

이어 "전 국민 100%가 국가 의료보험을 들어야하는 나라에서 종합병원이나 빅5 병원에 가는 여부를 결정하는 주체가 의사나 국가가 아닌 환자 본인인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며 "이 같은 의사결정 구조가 지역에서 응급·중증환자를 받을 수 없게 하는 단초가 된다"고 꼬집었다. "이런 식이라면 1년에 의사 1만명이 늘어도 '응급실 뺑뺑이'는 사라지지 않는다"고도 덧붙였다.

4일 의료윤리연구회 월례모임에서 진행된 배장환 교수의 발제 자료 갈무리. ⓒ의협신문
4일 의료윤리연구회 월례모임에서 진행된 배장환 교수의 발제 자료 갈무리. ⓒ의협신문

학생과 전공의 모두 정말 복귀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배장환 교수는 "3개월 넘게 수업을 듣지 않은 학생들을 승급시키는 것은 교수로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에,  충북의대 학생들은 유급 후 즉시 총장을 상대로 등록금 반환소송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공의들, 특히 내과·소아청소년과·산부인과·응급의학과 등 소위 '필수의료'에서 수련하던 전공의들은 돌아오지 않겠단 의사가 확고하다는 전언이다. 배장환 교수는 "제자(전공의)가 '교수님도 낙수효과로 오신거냐, 우리들도 낙수인거냐'고 묻던 게 생각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의대 증원을 둘러싼 상황 속 '불통'에 답답함을 드러내며 정부와 의료계에 모두 쓴소리를 내기도 했다. 

배장환 교수는 "여당의 총선 참패가 의대정원 증원 때문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면서도 "국민들은 대통령의 소통 방식에 등을 돌린 것"이라고 짚었다. 실제로 국민의힘 후보 당선이 점쳐지던 일부 구도 대통령의 일방향적인 대국민 담화 이후 결과가 뒤집혔다고 했다.

의료계를 향해서도 "기성 의사들과 전공의 간 소통이 잘 되지 않는다"고 아쉬워했다. "2020년 당시 지도학생 한 명이 수련을 포기하고 결국 일반의로 갔다"고 돌이킨 배장환 교수는 "2020년에 학생이었던 이들이 현재 전공의가 됐으며 이들이 기성의사를 믿지 않는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대한의사협회가 정부, 정치계, 전공의와 접촉하고 대화하는 것에 적극 나서줄 것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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