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마무리된 학칙개정 "절차적 하자 무더기…수요 조사 이어 '또' 교수 패싱"
의대 교수들이 증원 요청? 규정 어긴 가결 사례 속속…교수평의회 아예 생략도
2025학년도 의대 증원분을 배정받은 32개 대학이 3일 저녁 학칙개정을 모두 마쳤다. 교수들이 학칙개정안 부결로 절차에 제동을 걸었던 대학조차 끝내 가결로 마무리된 것이다.
한번 증원을 막아섰던 타 대학교수들이, 심지어는 만장일치로 부결했던 대학마저 빠짐없이 가결로 돌아선 것은 어떻게 된 일일까?
일부 대학에서는 학칙개정 절차 자체에 하자를 감수하고도 졸속 진행하거나, 심지어 교수의 의견을 아예 수렴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잇따른다. 즉 학칙개정이 부결된 대학 중 상당수가 이후 교수들 의견과 상관없이 가결됐다는 것이다. 이에 학칙 개정 역시 지난 의대정원 수요조사 때와 마찬가지로 현장 교육자들의 목소리를 '패싱'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장 큰 폭으로 의대정원이 는 충북대는 '의대 차원에서 증원을 요청했다'는 전제로 심의를 진행하고 학칙개정을 가결했다. 지난 2월 재차 시행된 의대정원 수요조사를 근거로 '의대 교수들이 120명까지 증원을 요구했다'고 오인해, 심의하는 위원들에게 잘못된 정보가 전달됐다는 것이다.
충북의대 교수 비대위에 따르면 충북대 교무과장은 "전체 상황을 몰라 잘못된 답변을 했다"며 "어떤 징계나 불이익이라도 받겠다"고 사과해 왔다.
배장환 충북의대 교수 비대위원장은 "사실을 확인한 직후 의대 차원에서 재심의를 여러번 요구했으나 줄곧 반응이 없었다"고 전했다. 또 "지난 3월 4일 제출된 2차 의대정원 수요조사에서 충북의대 교수협의회장과 학장 모두 증원신청을 하지 않겠다는 의견을 총장에게 전달했다"며 "수요조사부터 학칙개정에 이르기까지 대학본부가 의대 의견을 무시하고 비민주적 절차를 강행했다"고 짚었다.
명백하게 규정을 어긴 대학도 있었다.
교수평의회가 지난 5월 22일 학칙개정을 부결했으나 24일 재심의에서 가결한 전북대다. 전북대 학칙에 따르면 재심의를 교수평의회에서 한 것 자체가 규정에 어긋난다. 교수회 규정에 따르면 총장으로부터 재심의요청이 올 시 재차 교수평의회를 여는 것이 아니라 교수 전체 총회를 열어야 한다는 것이다.
"절차를 어긴 재심의 결과는 무효이며 교수평의회의 공식 의견은 부결"이라고 짚은 정연준 전북의대 교수협의회장은 "애초에 재심의 역시 일정이 너무 촉박해 많은 교수평의원들이 참석이 어렵다고 항의했으나 무리하게 진행됐다"고 돌이켰다.
전북대 교수들은 교수평의회는 물론 전체 교수 투표를 통해 증원에 대한 민의를 모으겠다는 계획이다.
부산대는 지난 5월 7일 최초로 학칙개정을 부결한 대학으로, 심지어 만장일치였다.
3일 대학평의회와 교수평의회에서 부결되고 교무회의에서까지 부결을 결정한 것이다. 당시 부산대 교수협의회장은 증원 과정을 두고 "공정한 절차와 방법이 결여됐고 의대의 환경이 준비되지 않아 교육적 측면에서도 옳지 않은 상황"이라는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
그러나 임기종료로 총장이 교체된 후, 재심의를 통해 21일 교무회의에서 가결됐다. 여기에 교수평의회나 대학평의회 재심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오세옥 부산의대 교수협의회장은 부산대 대학평의회와 교수평의회는 심의기관이고 최종 의결 권한은 교무회의에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절차상 하자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교수의 의견이 수렴되지 않았다는 아쉬움이 나오는 상황이다.
이 외에도 가장 빠르게 학칙개정이 가결된 전남대는 패스트트랙으로 처리돼 교수평의회조차 열리지 않았으며 서면 심의를 통해 5월 4일 가결했고, 충남대 또한 교수평의회를 개최하지 않는 등, 국립대학을 중심으로 교수의견이 제대로 수렴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