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서울대병원·고려대 공동연구팀 'STR' 변이…뇌 형성·발달 유전자 네트워크 영향
1만 2929개 유전자 분석 결과 [Psychiatry and Clinical Neuroscience] 발표
한국인 자폐스펙트럼 장애를 유발하는 원인은 게놈의 일부인 '짧은 연속 반복 서열(Short Tandem Repeat, STR)'의 변이가 뇌 형성과 발달을 조절하는 유전자 네트워크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유희정 분당서울대병원 교수(정신건강의학과)와 안준용 고려대 교수(바이오시스템의과학부) 공동연구팀은 2104명(자폐스펙트럼 장애인 641명, 부모 각 634명, 비자폐 형제 195명)의 유전자를 분석한 연구결과를 국제 학술지 정신의학 및 임상 신경과학(Psychiatry and Clinical Neuroscience, IF 11.9) 최근호에 발표했다.
자폐스펙트럼 장애란 제한적이고 반복적인 행동에 흥미를 보이거나 의사소통 등 상호작용에 어려움을 보이는 복합적 신경 발달 장애. 기존 북미나 유럽인 대상 연구를 통해 유전성이 높다고 보고됐지만 한국인에 관한 연구는 전무한 실정이다.
게놈은 유전자와 세포핵 속에 있는 염색체의 합성어다. 주로 직렬 반복을 포함한 반복적인 '디옥시리보핵산(Deoxyribo Nucleic Acid, DNA)'으로 구성된다. 이 중 STR은 게놈의 약 6.8%를 차지하며, 형질 차이에 기여하는 유전변이 중 하나다.
공동연구팀은 유전자 1만 2929개를 인공지능(AI)과 기계학습(머신러닝)을 활용해 분석한 결과, STR 변이가 수정기부터 출생까지의 유전자 발현과 염색체 조절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변이는 전두엽 피질에 분포하는 유전자들에서 발견됐으며, 자폐스펙트럼 장애와 관련된 적응 능력과 사고 능력에 영향을 미쳤다.
안준용 교수는 "기존의 대규모 유전체 연구는 유럽인 중심으로 이뤄졌기에 한국인의 유전적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면서 "이번 연구를 통해 한국 자폐스페트럼 장애에 관여하는 새로운 유형의 유전적 변이를 최초로 규명했다"고 이번 연구의 의의를 설명했다.
유희정 교수는 "자폐스펙트럼 장애는 조기에 진단하고 빠르게 치료를 받으면 좋은 성과가 있다"면서 "자폐스펙트럼을 유발하는 유전자를 발견하기 위해 한국인을 대상으로 자폐스펙트럼 장애의 유전변이 양상을 포괄적으로 연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통부 바이오의료기술개발사업 뇌질환극복사업과 고려대 인성(仁星) 연구비의 지원을 받아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