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증원 아닌 감원 시점 연구할 때"

"의사 증원 아닌 감원 시점 연구할 때"

  • 송성철 기자 medicalnews@hanmail.net
  • 승인 2024.06.15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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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비 7배 쓰는 노인 2배 늘어…생산가능 젊은층 건보 부담 1.5배
성원용 서울대 공대 명예교수 "노동인구 절반 감소…건강보험 지속 위기"

성원용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명예교수가 14일 대한의학회 학술대회에서 기조강연을 펼치고 있다. [사진=송성철기자] ⓒ의협신문
성원용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명예교수가 14일 대한의학회 학술대회에서 기조강연을 펼치고 있다. [사진=송성철기자] ⓒ의협신문

20년 뒤인 2050년에는 저출산으로 인한 생산인구 감소로 건강보험료 수입을 줄어드는 반면, 노인인구 증가로 지출이 급증하는 '이중 타격'으로 인해 건강보험제도의 지속가능성에 위기가 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소모적인 의과대학 정원 증원 이슈에 매달릴 게 아니라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건강보험 재정 확충 방안을 마련, 제도 자체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는 게 더 중요하고 시급하다는 진단이다.

성원용 서울대 명예교수(전기정보공학부)는 14일 더케이호텔서울에서 열린 대한의학회 학술대회에서 '초저출산 AI 기술 국가경쟁력의 관점에서 본 의대 증원' 주제 기조강연을 통해 "고령화로 현재 약 900만명인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25년 후인 2050년에 약 1900만명으로 두 배 증가하는 반면, 생산 가능 인구(15∼64세)는 3600만명에서 2200만명으로 약  61% 수준으로 줄어들 것"이라면서 "직장 가입자 1인당 보험료가 100%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성 명예교수는 "현재 한 달에 노인은 4만 2천원을 내고 7배인 29만 6천원을 쓴다. 생산 가능 인구 당 노인의 비율이 약 세 배 이상 증가하면 젊은 사람이 내야 하는 건보료 부담이 1.5배로 늘어나 직장가입자의 건보료가 소득의 14%까지 증가하면서 의료비 부담이 제일 비싼 나라가 된다"면서 "보건복지부와 대통령은 이 엄청난 비용 문제를 한 번도 말한 적이 없다"고 꼬집었다.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뒷받침한 연구에서 생산 가능 인구 감소를 무시하고, 정부 역시 유리한 통계(중위 출산율)만 차용한 점도 짚었다.

성 명예교수는 "통계청 출산율(저위 0.82, 중위 1.08, 고위 1.34)은 낙관적인 예측임에도 의사 증원 연구에서는 중위 출산율 통계를 인용해 의사가 모자란다고 예측했다. 저위와 중위 출산율은 2050년 인구로 전망하면 500만명 가량 차이가 난다. 엄청난 차이"라면서 "저위 추계와 중위 추계 대비 의료 수요는 9%가 감소해 의사 부족 숫자가 그만큼 줄어든다. 학력 수준별 의료수요 요소까지 고려하면 6.5%가 줄어든다. 결국 의사 수 부족은 미미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정부가 통계라는 거짓말을 인용한 것"이라고 직격했다. 실제 올해 출산율은 0.68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측, 통계청 저위 출산율(0.82)을 밑돌 전망이다.

일부 의료·행정 전문가들이 인구 1000명당 의사 수 통계(한국 2.7명, OECD 평균 3.5명)를 들어 부족하다고 주장한 데 대해 성 명예교수는 "한국은 세계에서 전문의를 만나기 가장 쉬운 나라다. 예약 안하고 전문의를 만날 수 있는 나라다. 의료 취약지라도 1시간이면 가까운 도시 병원에 갈 수 있고, 클릭(인터넷 예약)하고 2시간이면 서울대병원 진료를 볼 수 있다"면서 "의대 정원을 증원하지 않더라도 2050년이면 의사 잉여 시대가 온다"고 설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과 의대 쏠림 현상은 대학 교육과 산업계를 초토화시킬 정도로 파괴적인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도 우려했다.

"2000명 의대 정원 증원은 서울대 공대·KAIST·포스텍·고려대 공대 우수 신입생(2137명)을 빼앗아 가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밝힌 성 명예교수는 "대학 교양과정부 1학년 학생의 재수·삼수를 위한 휴학 때문에 야단이 났다. 최소 10년 동안 의대 쏠림이 지속되면서 저출산과 함께 맞물려 산업경쟁력의 엄청난 후퇴가 예상된다. 젊은이 일자리, 노인 연금, 국민 모두 피해"라고 걱정했다.

성 명예교수는 "무조건 양산된 의료인은 국민 피해로 돌아온다. 의대 증원이 아니라 감원 시점을 연구할 때"라면서 "의대생과 전공의들이 30∼40년 뒤 잉여 상황이 벌어지는 시점에 건강보험과 의료산업이 파탄나고, 각자도생하는 나라가 되는 것을 걱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성 명예교수는 "의대 정원을 정부가 독단으로 정하는 선진국은 없다"며 "우리나라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북핵이 아니라 대통령"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을 위한 바른의료제도와 정책을 위해 의료계가 리더십을 발휘할 것도 주문했다.

"의료인들의 가장 큰 단점은 올바른 의료정책을 누군가 대신해 주겠지라며 신경쓰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지적한 성 명예교수는 "대한민국의 의료를 가장 잘 아는 의료인들이 의료정책 수립에 가장 큰 목소리를 내야 한국의료의 미래가 있다"면서 "의료에 관한 의료인들의 리더십 확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 시대에 대비하기 위한 대안으로 "IT기기와 AI에 의한 획기적인 의료 생산성 혁명과 노인의료에 대한 총체적 효율화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힌 성 명예교수는 ▲노인 주치의 ▲예방의료 ▲IT기기를 활용한 실시간 관리와 예방 등을 제시하고, 행위별 수가제와 낮은 자기 부담금 문제 등을 개선할 것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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