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의료계 투쟁 이제 시작" 27일부터 무기한 휴진 돌입

"범의료계 투쟁 이제 시작" 27일부터 무기한 휴진 돌입

  • 의협신문 합동취재팀 ksj8855@doctorsnews.co.kr
  • 승인 2024.06.18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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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궐기대회 종합] 여의도 울린 4만 의사 함성 "정부가 죽인 의료 우리가 살리자"
18일 동네의원 휴진율 50% "행정 폭주 저항"...교수도 의대생도 단일대오 확인

ⓒ의협신문
무기한 휴진 선언하는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장 ⓒ의협신문

'정부가 죽인 의료 우리가 살리자!'

4만 의사들의 함성이 여의도를 울렸다.

대한의사협회는 "오늘의 발걸음은 범의료계 투쟁의 시작"이라며 "정부가 의료계의 요구를 무시하고 끝내 입장변화를 보이지 않는다면, 27일부터 무기한 집단 휴진에 나설 것"이라고 선언했다.

의협이 개최한 '의료농단 저지 전국의사총궐기대회'가 18일 오후 여의대로에서 열렸다.

이날 대회에는 의대생과 전공의·의대교수와 개원의 등 의료계 전 직역과 뜻을 같이 하는 국민들이 한 자리에 모인 가운데 뜨거운 분위기로 진행됐다.

의료계 집단휴진 결의에 따라, 이날 진료실 대신 여의도로 모인 의사들은 퇴약볕 아래서도 '의료농단 교육농단 필수의료 붕괴된다', '독단적인 갑질정부 한국의료 무너진다', '국민·의사 하나되어 국민건강 지켜내자' 등의 구호를 외치며 힘껏 목소리를 냈다.

"귀 닫고 눈 감은 정부" 한국의료 멈췄다

ⓒ의협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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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휴진 등 단체 행동은 의료계가 막판까지 꺼내들기를 미뤘던 최후의 카드이지만, 정부가 의료계의 제안을 끝내 거절하면서 현실화했다.  

앞서 의협·대한의학회·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국의과대학교수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16일 의료계 집단 휴진을 막을 수 있는 최종 제안으로 정부에 3대 요구안을 제시했다. 

의대정원 증원안을 재논의하며, 필수의료 정책패키지의 쟁점 사안을 수정·보완하고, 전공의·의대생 관련 행정명령과 처분을 즉시 소급 취소하고 사법 처리 위협을 중단하라는 내용이다.

의협 등은 "요구가 받아들여질 경우 18일 전면 휴진의 보류에 대해 17일 전회원 투표를 결정하겠다"고 밝혔지만, 정부는 별다른 입장변화 없이 이에 관한 논의를 거부했다. 

궐기대회 참가자가 얼음물로 더위를 식히고 있다. ⓒ의협신문
궐기대회 참가자가 얼음물로 더위를 식히고 있다. ⓒ의협신문

이에 의협을 중심으로 한 의료계는 이날 예정대로 전면 휴진과 전국의사총궐기대회를 실행했다.

17일 서울대병원을 시작으로, 18일에는 전국 동네의원들이 하루 진료실 문을 닫고, 휴진하는 것으로 정부에 항의의 뜻을 표했다.

의협에 따르면 이날 집단 휴진에 참여한 의원은 전체의 50% 수준이다.

진료실 문을 나선 의사들은 여의도로 모였다. 이날 궐기대회에 참석한 의사는 4만 명을 넘었다. 그야말로 역대급 참여율이다.

궐기대회에 참석한 A전문의(서울 관악구·비뇨의학과)는 "정부의 이번 정책 추진은 그야말로 의료 독재다. 전공의 문제는 병원장에, 의대생 문제는 총장에게 책임을 묻고, 의사들에게는 각종 명령을 쏟아내고 있다"며 "병원 입구에 '민주화 운동을 하러 간다'고 써붙이고 왔다"고 말했다.

ⓒ의협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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뙤약볕 아래 의사들 "하나되어 의료붕괴 저지하자"

궐기대회에 참석한 의사들은 청진기 대신 각종 구호가 적힌 피켓을 들고, 어깨 띠를 둘렀다. 뜨거운 태양을 피하기 위해 '의료붕괴 저지'라고 적힌 종이 모자를 썼다.

임현택 의협회장은 이날 대회사를 통해 "정부의 의료농단으로 전국의 수많은 전공의가 의료현장을 떠나고, 의대생이 교육현장을 떠난지 4개월이 넘었다"라며 "정부는 이 땅의 모든 의사를 노예가 아니라 생명을 살리는 전문가로서 존중하고 전문가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총궐기대회에 참석한 의사들은 함성으로 화답하며 '의사들이 살리겠습니다'라고 쓰인 수건을 흔들었다.

김교웅 의협 대의원회 의장은 "의사들이 진료실을 박차고 나와 모두가 함께 목청껏 외치는 이유는 정상적인 의대교육 지키기 단 하나"라며 "의사회원 한 명이 지나가는 길도 의미가 있지만 모든 의사회원이 함께 지나가면서 만드는 길이 더 가치 있고 소중하다. 지금은 행동에 나설 때"라고 강조했다.

ⓒ의협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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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대회에서는 대학병원 이름이 적힌 현수막들이 다수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의대교수들이 한데 모여 궐기대회 현장을 찾은 것이다. 이들은 서울아산병원·차의과대학·한림의대 등 제 병원 현수막을 필두로 피켓을 들고 시위 현장에 자리잡았다. 

의대 교수들은 이날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에 저항의 뜻을 표명하며 의협과 단일대오를 형성해 투쟁에 나설 것을 약속했다.

김창수 전의교협 회장은 "의대정원 증원은 절대 필수의료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일 수 없음에도, 이를 외면하고 도외시하며 우리 의료와 국민건강을 위태롭게 만들고 있는 행태에 강력한 유감과 저항의 뜻을 표명한다"며 "의협과 단일대오를 형성하며 총력 투쟁을 전개할 것이다"고 밝혔다.

안석균 전의비 위원장도 "현 의료사태에서 교수들은 직접적인 참여보다 정부의 해결을 기다리는 것이 적합하다고 생각했으나, 이제는 정부만 믿고 더 이상 나아질 것을 기대할 수 없다는 절박한 심경이 됐다"며 "전국 의사 가족과 함께 힘을 모아 정부의 무도하고 일방적인 정책 추진에 제동을 걸겠다"고 다짐했다. 

의대생 학부모 눈물 호소 "자녀 노력 한순간 물거품"

ⓒ의협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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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생 학부모와 일반 국민들도 의사들의 행보에 지지를 보냈다.

의대생 학부모로 발언대에 선 A씨는 "정부가 갑작스럽게 의대정원을 2000명이나 증원하겠고 발표하고 아이들을 악마화한 이후부터 모든 날이 지옥이었다"며 "의대생들을 겁박하는 교육부의 태도에 부모된 입장에서 하루도 마음 편히 지낼 수 없었다"고 전하며 눈물을 보였다.

이 학부모는 "질 높은 의학교육을 바탕으로 사회에 헌신하는 의사가 되겠다던 우리 자녀들의 노력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돼버린 느낌"이라며 "그럼에도 정부는 저희 자녀들에게 학교로 돌아오라고 그렇지 않으면 집단 유급을 시키겠다고 협박하고 있다. 왜 의대정원 문제는 모든 이들의 눈과 귀를 막고 일방적으로 추진하는지 정부에 되묻고 싶다"고 꼬집었다. 

국민 대표로 나선 유재일 씨는 의사들을 "세상의 손가락질을 받고 있는 억울한 사람들"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받아야 할 존중과 대우가 사라진 자리에는 형사리크스와 인사리스크만 남아 있다"라며 "수십년간 이어진 포퓰리즘 가스라이팅을 걷어찬 사람들이 지금 전공의 세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사들이 윤석열 정부에게 요구해야 할 것은 딱 하나"라며 "선택할 자유다. 의무나 강제 없이 선택을 할 수 있게 해달라고 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자유민주주의가 뭔지 다시한번 생각해보길 바란다"고 밝혔다.

"투쟁은 이제 시작" 27일부터 무기한 휴진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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궐기대회 종료 후 가두시위 벌이는 대한의사협회 대표자들.ⓒ의협신문

2시간 가량 이어진 일정 속 대정부 투쟁의 결의를 다진 의사들은, 더 큰 싸움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임현택 의협회장은 "오늘의 발검음은 시작에 불과하며 앞으로 더 높은 수위의 투쟁이 이어질 것"이라며 "정부가 끝내 의료계의 요구를 무시하고 입장변화를 보이지 않는다면 27일부터 무기한 집단 휴진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관치주의 후진의료에서 전문가주의 선진의료의 길을 가고자 한다"고 밝힌 임 회장은 "대한민국 의료의 기틀을 전공의·의대생·교수·개원의·봉직의 각계 전문가들의 손으로 새롭게 만들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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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신문 합동취재팀
(최승원·박양명·홍완기·박승민·김미경·고신정·송성철·이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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