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검찰 재상고 '기각'…2016년 1심 판결 후 8년 만에 끝
의협 한특위 "면허범위 벗어난 의료행위 범람할 것" 우려
한의사가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해 '암' 진단까지 늦어지는 악결과가 발생했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결국 바뀌지 않았다. 검찰이 법원 판단에 불복하며 '재상고'까지 선택했지만 대법원은 '기각' 결정을 내렸다.
전국 의사들이 '집단휴진'을 선택하고 진료실 대신 거리로 나왔던 18일에 나온 일이다. 의료계는 "국민 건강에 심각한 위해가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19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법원 제2부는 지난 18일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한 한의사 P원장에 대한 검찰의 재상고를 '기각'했다. 상고이유가 부적격하다는 이유를 달았다.
P원장은 2010년 3월부터 2012년 6월까지 환자 C씨에게 초음파로 68회에 걸쳐 신체 내부를 촬영했지만 자궁내막암을 진단하지 못했다. 1심과 2심 법원은 P원장이 초음파 화면에 나타난 모습을 보고 진단하는 방법이 의료법에 나와 있는 면허 이외 의료행위라고 보고 벌금 80만원을 선고했다.
P원장에 대한 판단은 대법원에서 뒤집어졌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22년 12월 초음파 진단기기를 한의학적 보조 수단으로 사용된 것은 면허된 것 이외 의료행위가 아니라고 판단하며 무죄 취지를 담아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파기환송심 역시 대법원의 결정을 뒤집지 않고 P원장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파기환송심에 불복하고 다시 한번 대법원 문을 두드렸지만 통하지 않았다. 2022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결정을 번복할 만한 이유가 없다고 본 것이다.
2016년 1심 판결이 나온 후 8년 만에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 관련 소송이 끝났다.
대한의사협회 한방대책특별위원회(한특위)는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받아들고 19일 "국민건강을 위험에 빠뜨리는 또 하나의 중대한 잘못된 판단이 나왔다"라며 성명서를 냈다.
한특위는 "대법원 판단 때문에 앞으로 면허 범위를 벗어난 한의사의 의료행위가 범람하게 될 것"이라며 "수많은 피해자가 발생하게 될 것이고 이 상황을 초래한 원인 제공자는 단연코 대법원"이라고 비판했다.
또 "의학 영역에서 초음파 기기 사용은 전문성과 숙련도를 기르기 위한 이론적, 실무적 교육을 이수한 의사들이 다루고 있다"라며 "단지 초음파 검사는 무해하다는 논리로 한의사가 초음파 기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판단을 하는 것은 의학적 지식이 없는 비의료인도 초음파 기기를 사용 가능하다는 것과 다름없다"고 꼬집었다.
"수십 회 초음파 검사를 하더라도 이를 발견하지 못해 치료의 골든타임을 놓쳐 국민 건강에 심각한 위해를 끼칠 것이 자명하다"라고 우려의 목소리와 함께 "앞으로 더 많은 피해가 양산될 것"이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