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권 갖고 보복하면 그게 깡패지 검사냐."
"사건도 김치처럼 제대로 익혀 먹어야 해."
"그 인간이 텐트 밖에서 텐트 안으로 오줌을 싸게 하느니 텐트 안에서 밖에다 싸게 하는 게 낫겠지."
린든 B. 존슨 미국 대통령이 에드가 후버를 '종신 FBI 국장'으로 고심 끝에 임명하며 했던 말이다.
후버 FBI 초대 국장이자 종신 국장은 임기 내내 FBI의 첩보 능력을 이용해 유명인이나 유력 정치인의 뒤를 캐고 다녔다. 대통령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들을 감시해 알아낸 각종 뇌물 수수와 이권 개입, 성 추문 등 치부를 파일로 만들어 캐비넷에 차곡차곡 보관했다. 정치권에서 퇴진 요구가 있을 때면 어김없이 이 파일을 꺼내 번번이 '입틀막'했다고 한다.
그는 48년간 8명의 미국 대통령이 바뀔 때까지 FBI 국장자리를 '지켜'냈다.
서슬 퍼렇던 군부독재 시기, 한국의 중앙정보부나 보안사령부도 야당 정치인이나 반체제 인사의 뒤를 캐 만든 파일로 '재미'를 봤다. 이런 구태는 정보사, 경찰 등으로 이어지다 민주화로 이들 기관의 힘이 빠진 틈을 타 검찰로 넘어갔다고 한다.
영화 <더 킹>의 한 장면이다. 한직을 전전하던 시골 검사 박태수(배우 조인성)는 잘나가는 선배 검사 양동철(배우 배성우)을 따라 검찰청의 비밀 파일 캐비넷 안을 난생처음 들어가 본다. 빼곡히 쌓인 사건 파일에 놀란 태수에게 동철이 파일 위에 쌓인 먼지를 털어내며 말한다.
"이 사건 하나하나가 대한민국을 흔들 사건들이야. 근데 왜 묵혀두고 있냐고? 맛있게 익길 기다리는 거야. 사건도 김치처럼 제대로 익혀 먹어야 해."
경찰이 연일 의사들이 엮인 불법 리베이트 사건을 경쟁적으로 터트리고 있다.
집단휴진 사태가 한창인 지난 달 중순 서울경찰청이 먼저 제약사로부터 불법 리베이트를 받은 혐의로 의사 1천명을 내사 중이라고 밝혔다. 공교롭게도 의료계가 의대증원에 반대하는 집단 휴진과 반대 집회를 개최하기 하루 전날이었다
2일에는 강원경찰청이 불법 리베이트 혐의로 의사 병원장을 구속했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국세청은 해외 원정 수술에 나선 의사 십여명이 해외에서 번 진료비 수십억원을 탈세했다고 3일 발표했다.
경찰청도 이달 들어 보건복지부가 수사의뢰한 19건의 불법 리베이트 관련 사건을 수사 중이라고 거든다.
경찰과 국세청 등이 의사의 불법 리베이트 사건이나 탈세로 이렇게 난리 법석이었던 때가 있었나? 2일 경찰청의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던 한 기자도 그 점이 궁금했나보다. "이례적인 경찰의 행동이 최근 의협의 단체행동에 대한 보복성 수사 아니냐"고 물었다. 이에 경찰은 "완전히 별개"라고 선을 그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최순실 국정농단 특검 수사팀장을 맡아 한창 수사 중이던 2016년이었다. 기자로부터 박근혜 대통령 당시 좌천된 것에 대한 보복성 수사를 하는 게 아니냐는 질문을 받았다. 이때 윤석열 검사는 이렇게 대답했다.
"검찰이 수사권 갖고 보복하면 그게 깡패지 검사냐."
그래, 수사권 갖고 겁박하면 그게 깡패지 대한민국 정부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