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사직 시점 왜 쟁점이 됐나? '복잡한 셈법'

전공의 사직 시점 왜 쟁점이 됐나? '복잡한 셈법'

  • 고신정 기자 ksj8855@doctorsnews.co.kr
  • 승인 2024.07.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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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이탈사태 책임론 함의·개별 전공의 지속수련 여부 등 '차이'
수련병원들, 2월 29일 사직처리 제안...결원 확정·전공의 보호 복안
정부 "재지원·모집과목 제한 완화 등 특례 9월턴 복귀자만" 선 그어

ⓒ의협신문
ⓒ의협신문

정부가 7월 15일을 데드라인으로 각 수련병원에 하반기 전공의 결원 확정을 요구하고 나선 이후, 현장의 혼란이 연일 가중되는 모양새다.

결원 미확정시 내년도 전공의 정원 감원이라는 패널티를 받게 된 병원들은 기간 내 의사표현을 하지 않는 전공의들을 일괄 사직처리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현재 테이블에 올라있는 선택지는 ▲2월 중하순 전공의들이 개별적으로 병원에 사직서를 제출한 날짜 ▲2023년 수련기간 만료 시점인 2월 29일 ▲정부가 사직서 수리금지명령을 철회한 6월 4일 이후 등 세 가지.

각각의 시점에 따라 전공의 이탈 사태 해석에 대한 함의, 개별 전공의 수련 지속 가능 여부 등 셈법이 제법 복잡하다. 

앞서 1만 3000여명의 전공의들은 정부의 의대증원 강행처리에 반발 2월 중순에서 하순까지 개별적으로 자신의 수련병원에 사직서를 제출한 바 있다. 사직서 제출은 2월 16일경부터 시작돼 2월 20일 정점을 이뤘다. 

전공의들의 줄사직 움직임에 정부는 '행정명령'으로 응수했다. 각 수련병원에 집단사직서 수리 금지명령을 하달했고, 전공의에는 업무개시명령을 내렸다. 20일 하루에만 100개 수련병원, 5397명의 전공의에게 업무개시명령이 떨어졌다. 

이후 정부는 '현장 혼란'을 이유로 지난 6월 4일 수련병원에 내렸던 사직서 수리금지명령과 전공의 업무개시명령을 철회했다. 아울러 7월 8일에는 모든 전공의에 대해 업무개시명령 불이행 등을 이유로 한 행정처분을 하지 않겠다며 행정처분 철회도 선언했다. 

ⓒ의협신문
지난 2월 대한전공의협의회 임시총회 ⓒ의협신문

# 2월 중하순, 전공의 사직서 제출일

전공의들은 자신들이 병원에 사직의사를 밝힌 2월 중하순경의 사직서를 근거로 사직처리를 해달라고 지속적으로 요구해 온 바 있다. 

당시 사직서를 통해 분명하게 사직의 뜻을 밝혔음에도, 정부가 부당한 행정명령으로 그 처리를 막아섰으며, 이후 스스로 사직서 수리금지 명령을 철회한만큼 원칙대로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사직서 제출 시점을 기준으로 사직처리가 이뤄진다면, 이후 정부가 개별 전공의에 내린 업무개시명령의 효력 또한 자동으로 상실된다. 

의대증원 사태 이후 정부가 주장한 '전공의들의 위법 행위' 자체가 사라지는 것으로, 각 전공의들의 행위는 스스로의 결정에 따른 정당한 의사표현이었음을 확인하는 셈이다. 

다만 이 경우 2023년 수련 인정 여부에 따라 전공의들이 불이익을 감수해야 할 수 있다.  

전공의 과정은 통상 당해 3월 1일 시작해 다음해 2월 29일자로 끝난다. 별도의 추가수련이 인정되지 않으면, 전공의들의 입장에서는 1년의 수련과정을 마무리하던 시점에 불과 수일간의 수련공백으로 자칫 '다 된 수련'을 통째로 날릴 수 있다.

실제 일부 병원은 전공의들에 2월 계약 종료가 가능하다고 알리면서, "다만 2월 미복귀 기간에 대한 수련공백 인정여부는 정해진 바 없다"고 공지키도 했다.

ⓒ의협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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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4일, 사직서 수리금지명령 철회 이후 

반면 정부는 사직서 금지명령 철회를 선언한 6월 4일 이후로 합법적인 사직서 수리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법과 원칙을 강조하면서다.

보건복지부는 "사직서 수리 금지명령에 반해 사직서를 소급해 수리할 수 없다는 것이 원칙"이라며 "정부는 6월 4일부터 장래효로 사직서 수리금지명령을 철회하였으므로, 6월 3일까지는 명령의 효력이 유지되며, 사직의 효력은 6월 4일 이후에 발생한다"고 밝혔다.

의료계는 해당 행정명령의 철회가 아닌 취소를 통해 사태를 원점에서 바로잡아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사실상 정부가 선택하기 어려운 카드다. 행정명령의 취소는 정부가 그것이 부당한 행정명령이었음을 자인하고 공인받는 결과인 까닭이다. 비단 전공의 사태 뿐 아니라 행정의 신뢰도가 걸린 문제로 보고 있다. 

때문에 정부는 기존의 행정명령의 정당성을 확보한 상태에서, 이의 철회를 선언하는 방법으로 현장에서는 사직서 수리개시라는 동일한 효과를 내고자 했다. 기존 행정명령이 유지되던 기간의 일은 돌이킬 수 없으므로, 그 효과는 장래를 향한다는 원칙을 고수해야 한다.

다만 정부는 6월 사직서 수리 원칙이 전공의들의 선택을 제한하는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계속되자 "병원과 전공의 당사자간 법률 관계는 정부가 일일이 알 수 없는 복잡한 관계로, 당사자간 협의에 의해 결정할 사항"이라며 한 발 뺐다. 

예외적으로 2월 사직서를 처리할 수 있는데, 그로 인한 분란이나 쟁송은 수련병원이 책임지라는 의미다.

ⓒ의협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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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9일, 2023년도 수련 계약 만료 시점

상황이 이렇자 수련병원들은 오는 15일까지 사직도, 복귀도 않는 전공의들에 대해서는 2월 29일자로 사직서를 일괄처리할 수 있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2월 29일은 2023년도 수련이 끝나는 날이다. 사실상 추가수련 인정을 전제로 한 것으로, 의사표현을 하지 않는 전공의들은 사직처리해 정부의 요구대로 결원을 확정하되, 사직 전공의들도 2023년 수련은 정상적으로 마친 것으로 하여 내년에 정상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하자는 복안이다.

한 수련병원 관계자는 "정부가 결원 미통보시 내년 전공의 감축 패널티를 예고한 상황에서 고심한 결과로 보인다"며 "사직 처리를 통해 전공의 결원을 확정하되, 제자들이 내년에 원래 자신의 자리로 돌아올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고자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또한 쉽지 않아 보인다. 정부가 동일과목·동일연차 지원 등 특례 적용대상은 9월턴 복귀 전공의에 한정한다고 선을 그어서다. 

보건복지부는 10일 설명자료를 내어 "사직 후 1년 재지원 완화, 모집과목 제한 완화 등 사직 전공의에 대한 수련특례는 9월 하반기 모집에서 복귀하는 경우에 한해 적용하기로 한 바, 가을 복귀하지 않는 전공의에게는 수련특례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사직서 수리시점 등을 둘러싼 혼란 속, 전공의들은 정부의 추가대책 발표에도 여전히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9일 현재 211개 수련병원 전공의 출근율은 7.9%(1090명/1만 3756명), 레지던트 사직율은 0.64%(67명/1만 506명)로 이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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