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진료질병군' 뇌졸중…상급종합병원 치료 못받을 수도

'일반진료질병군' 뇌졸중…상급종합병원 치료 못받을 수도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24.07.15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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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뇌졸중학회, "필수중증응급질환…'전문진료질병군' 전환 시급"
중환자 비율 50%까지 늘리는 구조전환 시범사업 시행 전 변경해야
뇌줄중 치료 전문인력·인프라에도 악영향…"더 이상 미룰 수 없어"

"정부 방침대로라면 뇌졸중 환자 대부분은 상급종합병원에서 치료받지 못할 수 있다." 

의료개혁특별위원회가 11일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시범사업계획을 밝힌 가운데, 대한뇌졸중학회는 현재 환자분류체계(KDRG) 상 일반진료질병군으로 분류된 뇌졸중을 '전문진료질병군'으로 시급히 변경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정부는 오는 9월부터 상급종합병원이 치료 난이도가 높고 생명이 위중한 환자를 전문적으로 진료할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해 일반병상을 최대 15%까지 줄이고, 중환자 비율을 50% 이상으로 늘리는 구조 전환 시험사업을 진행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렇게될 경우 대표적 필수 중증응급질환인 뇌졸중 환자의 대부분은 상급종합병원에서 치료받지 못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뇌졸중은 암질환, 심장질환, 희귀·중증난치질환과 함께 4대 중증질환에 속한다. 또, 뇌혈관이 갑자기 막히거나(뇌경색·전체 80%), 터져서(뇌출혈·전체 20%) 발생하는 뇌혈관질환으로 골든타임 내 치료가 환자의 예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필수 중증응급질환이다. 뇌졸중은 국내 사망원인 4∼5위에 해당하며, 높은 사망률뿐 아니라 뇌졸중 이후 후유장애로 인해 성인장애 원인 1위로 꼽히고, 이로 인한 높은 사회경제적 부담도 크다.  

문제는 뇌졸중이 두통, 알레르기, 두드러기 등과 같이 일반진료질병군에 포함돼 있다는 데 있다. 필수중증응급질환인 급성 뇌졸중 환자 80%가 초급성기 정맥혈전용해술이나 뇌졸중집중치료실 치료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상급종합병원 중환자 진료 비율을 50%까지 늘린다면 현재 일반진료질병군에 속해 있는 뇌졸중 환자는 진료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현재 연간 11만명 이상의 새로운 급성 뇌졸중 환자들이 발생하고 있으며,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뇌졸중 환자는 2050년 35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뇌졸중학회는 "뇌졸중환자의 급증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진료군 개선이 없이 상급종합병원의 중증 환자기준을 높이는 것은 대표적 중증질환인 뇌졸중 골든타임 내 치료를 위한 안전망 구축에 역효과를 낼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문질환군 환자 비율을 높여야 하는 상급종합병원 입장에서는 뇌졸중 환자 진료를 더 줄이거나 포기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이경복 뇌졸중학회 정책이사(순천향의대 교수·순천향대서울병원 신경과)는 "정부에서 발표한 상급종합병원의 응급중증환자 중심 구조 전환에 동의한다. 그런데, 어느 질환보다 가장 빠른 시간내에 진단과 치료가 요구되는 급성중증뇌경색은 산정특례질환임에도 일반진료질병군에 속해 있다. 최근 주요 병원 뇌졸중 치료 의사 이탈도 이런 문제가 지속됐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고, 앞으로도 전문질환군 환자비율을 높여야 하는 상급종합병원 입장에서는 뇌졸중 환자 진료를 더 줄이고 포기할 수도 있다. 대형병원들이 그동안 왜 권역응급의료센터 설치를 기피해 왔겠느냐"라면서 "급성중증뇌경색 등 응급심뇌질환이 전문진료군도 아니고 수가도 높지 않기 때문이다. 왜곡된 질병분류체계는 현재 부족한 거점병원의 필수의료인력을 더 악화시킬 것이 분명하다. 질병군 재분류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뇌졸중 치료 인력과 인프라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판단이다. 

차재관 뇌졸중학회 부이사장(동아의대 교수·동아대병원 신경과)은 "정부는 전국민이 언제 어디서든 골든타임 내 필수 중증응급질환인 뇌졸중을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하는 뇌졸중 안전망 구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질병군 분류가 유지된다면 최종 치료를 담당해야 하는 상급종합병원에서의 뇌졸중 진료가 제한돼 뇌졸중 진료 인력과 인프라 구축 또한 어려움을 겪게 된다"라면서 "결국 국민에게 피해가 전가될 수 있다. 뇌졸중을 전문진료질병군으로 변경하는 것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중요한 과제다. 학회는 정부가 진행하는 필수 중증의료 진료 시스템 구축을 위해 최선을 다해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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