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귀 전공의 한 자릿수 수준…사직 의사 명확히 표현하기도
서울대병원, 사직-복귀 응답 일정 15일 자정까지 연장
교수 사회 "일방적 사직 처리, 사태 더욱 악화시킬 것" 경고
지난 2월 정부의 일방적 의대정원 증원 정책에 실망, 사직서를 내고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은 끝내 돌아오지 않는 분위기다. 적어도 대형병원 전공의 대다수는 사직의사를 묻는 병원에 '무응답'으로 대응했다. 오히려 '사직' 의사를 명확히 표명하는 전공의도 등장했다.
병원들은 전공의들이 무응답으로 일관하자 당초 예고했던 것과는 달리 응답 일정을 연장하는가 하면, 응답이 없는 이들을 진짜 일괄 '사직' 처리를 해야 할지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는 모습이다.
정부가 하반기 전공의 결원 확정 데드라인으로 지목한 15일, 수도권 대형병원들은 이날 정오를 복귀 사직 처리 최종 시한으로 설정하고 전공의에게 공지했다. [의협신문]이 15일 현재 빅5 병원과 고대의료원 등을 중심으로 전공의 복귀 여부를 확인한 결과 대다수의 전공의는 묵묵부답 입장을 유지했다.
서울대병원·서울아산병원·삼성서울병원·세브란스병원·가톨릭중앙의료원과 고대의료원 등 이른바 빅6 병원은 지난주 전공의들에 '15일 정오까지 복귀·사직 여부를 통보하지 않은 경우 일괄 사직처리하겠다'는 최후통첩을 보낸 바 있다.
이들 병원 전공의 숫자는 3000명 정도로 전체 전공의 정원(1만3000명)의 23%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 병원은 정부가 공법상 효력발생 시점으로 못 박은 '6월 4일 이후'로 사직서 처리 시점을 정리한 것으로 전해진다. 2월 사직 처리시 감내해야 할 행정적·사법적 부담을 피하기 위해서다.
구체적으로 세브란스병원은 인턴 150명을 포함해 675명 정도의 전공의가 있는데 이 중 30명은 여전히 근무하고 있거나 휴직 중인 사람이다. 이외 15일 정오를 넘어오후 2시까지 전공의들의 사직 또는 복귀 응답을 받은 결과 10명이 복귀 의사를 보인 것으로 확인됐다. 나머지는 아예 응답도 하지 않았다.
서울아산병원도 580명 중 10명 미만이 복귀 의사를 보였고, 서울대병원은 전공의들이 좀처럼 응답하지 않자 당초 예고했던 '정오'라는 시간 제한을 15일 자정까지로 연장했다. 삼성서울병원 역시 정오를 지나고도 복귀 의사를 표시한 전공의는 미미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직서 수리시점을 '2월 29'일로 설정한 충북대병원 전공의들은 단 한명도 사직을 할지 복귀를 할지 응답하지 않았다. 심지어 '사직' 의사를 강하게 밝힌 전공의 3명은 지난주에 이미 사직 처리를 마무리 하기도 했다. 순천향대 천안병원 역시 일부 전공의가 그냥 '사직' 하겠다는 뜻을 명확히 했다.
보건복지부는 15일까지 하반기 전공의 결원을 확정한 후 17일까지 각 수련병원으로부터 전공의 모집 인원 신청을 받아 22일 후반기 전공의 모집을 공고한다는 일정을 추진중인 상황.
정작 전공의들이 '무응답'으로 일관하자 수련병원들은 일괄 사직처리를 놓고 고심하는 모습이다. 대형병원들은 80~90%에 달하는 전공의들이 무응답으로 일관하자 긴급 회의를 열고 사직서 수리 방향에 대해 논의하기도 했다.
동시에 교수를 필두로 한 의료계는 전공의 복귀율이 극히 적을거라며 연일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복귀 의사가 확인되지 않은 전공의를 일괄로 사직처리하는 것에 대해서도 교수들은 반감을 표시하고 있다.
당장 정부가 정한 15일 오전까지도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전공의가 병원을 떠난 건 일방적이고 불합리한 정책 추진 강행에 항의 표시였다"라며 "정책이 바뀌지 않았고 정책결정과정 역시 여전히 일방적이고 불투명해 전공의 절망이 여전한데 복귀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꼬집었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와 전국의과대학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 78개 수련 병원 교수 대표도 정부 조치가 "과도한 권한남용"이라며 "개별 전공의의 복귀·사직 여부에 대한 응답을 받지 못한 채 일방적으로 사직 처리를 하는 것은 현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는 패착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