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요양 재택의료센터 시범사업…홍보·인센티브 부족
높은 본인부담금 걸림돌…본사업 안착 위해 문제점 개선해야
거동이 불편한 장기요양수급자들은 몸이 아파도 의료기관을 방문하기 어렵기 때문에 제대로 진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누리지 못한 채 고독사로 생을 마감하기도 한다.
장기요양 재택의료센터 시범사업은 거동이 불편해 의료기관에 내원하기 어렵다고 의사가 판단한 장기요양수급자(2024년 1∼5등급, 인지지원등급 재가수급자)를 대상으로 의사·간호사·사회복지사 등이 직접 어르신 댁을 찾아가 방문진료, 방문간호 및 지역사회 돌봄 서비스 연계 등을 포괄적·지속적으로 제공하는 사업이다.
의료진이 직접 찾아가 정확한 진료와 처방을 할 수 있으므로 치료 기회를 놓치는 것을 방지하고, 건강 문제를 조기에 발견하여 질병 악화를 예방할 수 있다.
필자는 20년 넘게 고령 환자를 직접 찾아가는 왕진을 해 왔다. 2022년 12월부터는 장기요양 재택의료센터 시범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시범사업을 통해 만난 90세 환자는 고관절 부위에 욕창이 생겨 병원 입원 여부를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6개월 동안 주기적으로 방문해 상처 세척과 드레싱을 비롯해 통증을 관리하며 치료한 결과, 완치됐다. 현재도 계속 재택의료를 받으며 댁에서 생활하고 있다.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에서 퇴원하거나 만성질환에 시달리는 몸이 불편한 어르신은 평소 관리를 받지 않으면 다시 질환이 악화돼 입원, 퇴원, 재입원을 되풀이 하기 십상이다.
거동이 불편한 아픈 어르신이 가정에서 마음 편히 의료·요양·돌봄을 받음으로써 질환 악화를 방지하고,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도록 손을 잡아주는 것이 재택의료가 추구하는 방향이다.
2023년 말 기준 65세 이상 의료보장 적용인구는 약 938만명으로, 이 중 장기요양보험 인정자 수는 노인인구 10.9%인 101만 9130명에 달한다. 고령화에 따라 노인의 의료 욕구 증가와 함께 노인 의료비와 요양비가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재택의료 시스템을 신속히 확대해 가정에서 편안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제도를 구축하고, 노인 의료비와 요양비의 폭증에 대비해야 한다.
일본은 2000년 개호보험제도 시행에 따라 퇴원지원·일상 요양지원·긴급 시 대응·임종 돌봄 등의 다양한 재택의료 체계를 꾸준히 추진해 왔다. 2006년에는 지역포괄케어시스템을 도입해 재택의료를 전문으로 하는 의료기관을 도입했다. 2021년 재택요양지원 진료소·병원은 1만 4000개에 달한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에서 장기요양 재택의료센터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의료기관은 83개에 불과하다. 전국 243곳 지방자치단체 중 62곳에만 재택의료센터가 있다. 참여율이 저조한 원인은 홍보가 부족하고, 진료 수가가 낮으며, 본인 부담금이 높은 탓이다.
재택의료센터를 활성화 하기 위해서는 먼저 어르신들이 재택의료에 관해 알 수 있도록 시군구 지자체와 자치센터를 통해 적극 홍보할 필요가 있다. 관내에 재택의료가 있더라도 무슨 제도인지 몰라 서비스를 신청조차 못하는 어르신들이 많기 때문이다.
또한 의료인들이 어르신 가정을 방문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환자들의 본인부담금(현재 30%)을 인하해 비용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
제3차 장기요양기본계획에 따라 장기요양 재택의료센터 시범사업은 2027년 본사업 실시를 예고했다. 앞으로 3년 동안 문제점을 고치고, 다듬어 본사업이 성공적으로 궤도에 안착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