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떠나는 교수들…"제자 없는데 교수 타이틀 의미 없다"

병원 떠나는 교수들…"제자 없는데 교수 타이틀 의미 없다"

  • 박양명 기자 qkrdidaud@naver.com
  • 승인 2024.07.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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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년과 확실히 다르다 "더 많이 빠져나갈 것, 두렵다"
"교수로 남아있을 이유 없다" 서울보다 로컬로 이탈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내고 병원을 떠난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수련병원 '교수'들의 이탈 현상도 가시화되고 있다. 특히 부산대병원, 경상국립대병원 등 교수 사직이 두드러지는 의대도 등장했다.

지역·필수의료 살리기를 목표로 추진한 정부의 일방적 의대정원 정책이 거꾸로 가고 있는 셈이다. 의료계 역시 지역의료 붕괴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며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의협신문
ⓒ의협신문

17일 [의협신문]이 일부 대학병원 교수 사직 현황을 확인한 결과, 최근 부산대병원은 19명, 양산부산대병원은 14명의 교수가 병원을 그만뒀다. 부산의대에서만 33명의 교수가 사직한 것. 경상대병원도 15명의 교수가 병원을 떠난 것으로 나타났다. 

울산대병원 5명, 아주대병원 4명, 충남대병원 3명이라는 숫자와 비교했을 때도 이들 병원의 사직 교수 숫자는 훨씬 많다.

매년 '사직'을 선택하는 교수들이 있지만, 이 숫자는 분명 예년과는 다르다는 게 대학병원 교수들의 전언이다. 일선 교수들은 동료의 사직을 체감할 정도라고 입을 모았다.

부산의대 한 기초의학 교수는 "전임교수 보다 진료교수, 임상교수 등 비교적 젊은 의사들이 많이 나가고 있다"라며 "향후 몇 개월 안에 더 많이 빠져나갈 것 같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어 두렵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부산대병원 보직자는 "평년보다 사직 교수 숫자가 조금 많은 수준이고 8월까지 현재 사태가 해결되지 않으면 그만두겠다는 교수가 속출할 것"이라며 "어떤 진료과는 절반 이상이 이탈해 과가 소멸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을 정도"라고 상황의 심각성을 짚었다.

국회에서도 대학병원의 교수 '사직' 문제가 나왔다. 한지아 의원(국민의힘, 보건복지위원회)이 보건복지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10일 기준 40개 의대 소속 병원 88곳에서 사직서를 낸 전문의는 1451명 수준이었다. 이 중 255명은 실제로 사직서가 수리됐다.

교수들은 왜 사직서를 내고 병원을 떠나고 있을까. 전공의와 학생이 없는 상황에서 더 이상 대학병원에 '교수'라는 타이틀을 달고 남아 있을 이유가 전혀 없다는 게 중론이었다.

부산대병원 한 교수는 "학생도 없고 전공의도 없어 교육과 수련의 의미가 없어졌다"라며 "여기에다 중소병원이나 개원가보다 월급은 훨씬 더 적게 받고 업무 강도는 더 높다. 교육과 수련이 없어진 상태에서 교수로 굳이 남아있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지역 중소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마상혁 과장(창원파티마병원, 소아청소년과)은 "교수는 교육과 진료, 연구 3박자가 같이 이뤄져야 하는데 그중 두 가지가 무너졌다"라며 "교육과 연구를 한다는 게 중소병원과 개원가에 있는 의사와 차이점인데 교수라는 명예를 지켜줄 요소가 사라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현상은 앞으로 중증, 응급 환자가 죽음에 이를 수도 있는 상황이 생기는 것"이라는 비관도 더했다.

ⓒ의협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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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 사직 현상은 수도권 보다는 지방 대학병원에서 더 눈에 띄는 모습이다. 다만, 지방 대학병원 교수가 서울로 가기 보다 근무환경이 더 좋은 종합병원 또는 의원으로 옮기거나 아예 개원을 선택하는 경우가 더 많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경상국립대병원 내과계 교수는 "정부는 의대 정원을 늘리면서 교수도 증원하겠다고 하지만 이미 있는 교수들도 대거 그만두는 상황에서 별다른 유인책도 없이 정원만 늘린다고 누가 오겠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서울에 연고가 있거나 인프라가 잘 갖춰진 서울에 가야 할 결정적 이유가 없다면 지방에서 자리 잡은 의사가 굳이 경쟁이 치열한 서울로 가려는 요인이 크지는 않다"라면서 "연구나 교육 역할을 포기한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지방 붕괴라는 사회적 현상과 맞물려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마상혁 과장은 "서울은 메가시티인데다 수도권까지 인구가 넘쳐날 정도로 각종 지원과 인프라가 집중돼있다. 반면 지방은 붕괴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지방 소멸, 붕괴 이야기가 나온 지 꽤 됐다. 그중 의료가 더 잘 보일뿐이다. 지방 붕괴 속도는 더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충청권 한 대학병원 보직자도 "수도권에서 수련을 받은 후 지방으로 내려온 교수들은 다시 돌아갈 수도 있겠다"라며 "지방 소멸과 저출산이라는 사회적 현상과 맥을 같이 한다. 수도권 쏠림과 저출산 원인은 고치지 않고 외국인 이민을 왕창 허용하자는 것과 같다. 지방은 망했다"고 비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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