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보아이, 기술적 수월성에 가격경쟁력 통해 수술로봇 보급 확대
절개 동시 지혈 가능한 초음파 절삭기 '레보소닉' 개발 큰 진전
"의료진 선택 받으려면 새로운 기술적 접근·아이디어 필수"
인터뷰 - 송교영 가톨릭의대 교수(서울성모병원 위장관외과·로봇수술센터장)
"더 많은 환자에게 더 나은 진료를 제공하는 데 도움이 될 수는 없을까."
국산 수술 로봇 '레보아이'(Revo-i)를 개발한 미래컴퍼니의 고민은 이렇게 시작됐다.
국내 첫 내시경 수술로봇 시스템 레보아이는 지난 2021년 5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의료용 로봇기술 첨단 기술군' 최초로 '혁신의료기기'로 지정되며 안전성·유효성을 입증했다 .
로봇수술은 개복 수술, 복강경 수술에 비해 짧은 수술 시간, 재원 일수, 적은 출혈량 등 여러 장점이 있지만, 비싼 기기 가격과 해마다 수억원대에 이르는 유지·관리비 때문에 도입 문턱이 높다. 레보아이는 수술로봇의 기술적 수월성에 합리적인 가격을 더해 로봇수술 보급 대중화에 나서고 있다.
개방형 연구·개발도 가능하다. 고객의 요구를 적시에 수용해 제품에 최대한 반영함으로써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 의료진과의 협력을 무엇보다 앞세운다.
제품의 경쟁력은 맞춤형 교육프로그램으로 이어진다.
레보아이 로봇수술에 참여하는 모든 의료진은 필수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병원의 규모, 진료과, 수술 종류에 따라서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고, 수술실 환경과 각 의료진의 역할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서울성모병원은 24일 가톨릭국제술기교육센터에서 위장관외과, 대장항문외과, 비뇨의학과 등을 대상으로 레보아이 핸즈온 워크숍을 열었다.
이날 워크숍은 그동안 임상 현장에서 익힌 로봇수술 술기와 이론을 국산 수술로봇으로 구현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어진 기자간담회에서 송교영 가톨릭의대 교수(서울성모병원 위장관외과)는 국산 수술로봇의 현실과 발전 가능성을 짚었다.
이 자리에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내한해 펠로우 연수중인 Dr. Osamah Abdulkarim A ALdraiwish, Dr. Wedyan Alhazm, Dr. Mohummed Alayes(MD) 등도 함께 했다.
"국산 수술로봇을 통해 한국 의료진이 세계적으로 K-로봇수술을 선도하고, 더 많은 환자에게 더 좋은 치료를 제공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첫 국산 수술로봇 레보아이의 행보는 어떤 의미를 담고 있을까.
글로벌 로봇수술 시장은 인튜이티브사가 독점적으로 이끌고 있다. 최근 여러 나라, 다양한 기업들이 새로운 도전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은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다. 이런 상황 속 의미 있는 행보다.
"국산 수술로봇으로 세계 시장에 도전하는 데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최소침습수술이 보편화되면서 앞으로 로봇수술은 더 많은 것을 제공하며, 안전하고 편안하게 수술하는 방향으로 더 발전할 것이다. 레보아이는 4년전 첫 워크숍 때보다 많은 진보를 이뤘다. 다소 불편한 손동작, 해상도, 완벽하지 않은 필수 기구 등의 문제점이 개선됐다. 특히 절개와 동시에 지혈이 가능한 초음파 절삭기 '레보소닉'이 눈에 띈다. 지속적인 진전을 기대한다."
국내에는 수술로봇 165대가 도입됐다(2023년 기준). 상급종합병원 보급률은 98%에 이르며, 병원당 평균 2.2대를 보유하고 있다. 2차병원의 수요도 늘고 있다.
"다빈치는 세계적으로 독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다. 서울성모병원도 5대를 보유하고 있다. 이 경쟁에 레보아이가 뛰어들었다. 최근 2차병원에서도 수술로봇을 도입하고 있다. 레보아이는 비용면에서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 또 기능면에서도 고난도 수술에 사용할 수 있다. 이미 수술로봇을 보유한 상급종합병원에서 추가 도입할 경우 레보아이를 고려할 수 있다."
의료진의 마음을 얻는 것도 중요하다. 기능적 진보는 물론 차별화된 기술도 필수적이다.
"여러 회사가 품질로서 경쟁하면 좋다. 병원 입장에서도 기기 선택에 도움이 된다. 이번 레보아이 워크숍에는 서울성모병원에서 로봇수술을 담당하는 의사 40여명이 참여했다. 직접 써보고 느껴볼 수 있도록 했다. 개인적으로는 이 정도면 가능하다는 생각이지만 다른 의료진의 의견도 들어볼 계획이다. 각 의사나 전문과 별로 판단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 기술을 따라간 것만으로도 성공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국산 수술로봇만의 특화된 기술도 장착해야 한다. 새로운 기기로 의사들을 만족시키기는 쉽지 않다."
레보아이의 경쟁력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현재로서는 가격 경쟁력이 가장 크다. 다빈치(25∼30억원)의 절반 정도로 알고 있다. 해마다 2억원 안팎인 유지관리비, 비싼 소모품의 부담도 덜 수 있다. 게다가 여러 회사가 수술로봇 개발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까지 눈에 띄는 곳이 없다. 그만큼 레보아이에게도 가능성이 열려 있다. 2차병원급에서 도입을 고려할만 하다. 항암치료 등이 필요한 암수술은 여건 상 어렵겠지만, 비뇨의학과, 산부인과 분야 수술이나 담낭절제술 등은 충분히 가능하다."
서울성모병원에서 연수 중인 펠로우들의 생각도 다르지 않았다.
"다빈치와 큰 차이를 못 느꼈다. 3D뷰도 좋았고 장비 성능도 훌륭했다. 도입 비용이 싼 것도 장점이다.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 걸프지역에 보급이 확산되길 기대한다."
송교영 교수는 레보아이의 의미있는 발걸음에 응원을 보냈다. 기술적 진전을 위한 당부도 전했다.
"국내 기업이 로봇수술 시스템을 개발해서 글로벌 기업과 경쟁에 나섰다. 그 자체로 자랑스럽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기술적으로 앞선 기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데 있다. 의사 입장에서는 좀 더 나은 시스템으로 환자에게 술기를 제공하고 싶다. 기존 장비의 장점은 물론 새로운 기술이 추가될 수 있도록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적은 비용으로 로봇수술을 할 수 있는 것은 굉장한 장점이다. 중앙아시아, 남미, 러시아 등을 넘어 미국과 유럽에서도 당당히 맞설 수 있기를 기대한다. "
국산 의료기기 생태계 조성에도 관심이 절실하다.
"수술로봇은 물론 국산 의료기기가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먼저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진입장벽이 너무 높다. 물론 기술적인 문제도 있다. 국산 기기를 도입하기 위해 시험사용을 해보면 수준에 못미치는 경우가 많다. 국내 기업은 최선의 제품을 내놓아야 한다. 최선의 제품은 기존 제품과 비슷해서는 안 된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보강해야 한다. 기회가 많이 주어지는 여건 조성은 반드시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