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명도 항변도 소용없었다" 비공개 건정심서 무슨 일이?

"설명도 항변도 소용없었다" 비공개 건정심서 무슨 일이?

  • 고신정 기자 ksj8855@doctorsnews.co.kr
  • 승인 2024.07.25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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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24일 건정심 직접 참석해 환산지수 쪼개기 시도 강력 항의
"유례도 법령상 근거도 없는 일...현행 수가체계 왜곡 더욱 심화"
정부안 표결 끝 건정심 통과...의협 "무소불위 불통정부 강력 저항"

연준흠 의협 부회장(사진 왼쪽)과 최안나 의협 대변인 겸 보험이사가 굳은 표정으로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회의장에 앉아있다. ⓒ의협신문
대한의사협회 건정심 위원인 연준흠 부회장(사진 왼쪽)과 최안나 대변인 겸 총무이사가 굳은 표정으로 회의장에 앉아있다. ⓒ의협신문

의료계의 반발에도 불구, 정부가 24일 건강보험정책심의원회를 열어 예고대로 내년도 병·의원 환산지수를 분리 적용키로 결정했다. 

대한의사협회는 3시간이 가까이 이어진 회의 내내 정부안의 부당성을 주장하며 항의했다. 해당 안건 의결 여부는 의협의 요청으로 표결까지 붙여졌는데, 결론을 뒤짚지는 못했다.

이날 의협에서는 연준흠 의협 부회장과 최안나 대변인 겸 총무이사가 건정심 위원으로 참석했다. 의협 새 집행부 출범 이후 첫 건정심 출석이다. 

의협은 건정심 의사결정 과정의 불합리성을 주장하며 그간 회의에 참석하지 않아왔는데, 이날은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직접 회의에 참여해 반대의 뜻을 전했다.

이날 회의는 초반부터 적잖은 긴장감 속에 시작됐다.

건정심 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민수 차관이 모두발언을 통해 "버스는 이미 출발했다. 어떠한 집단행동도 정부의 의료개혁 의지를 꺾을 수 없다"며 회의 안건과 무관한 발언을 내놓자, 의협 측 최안나 대변인이 반론 기회를 요청하며 맞붙은 것.

회의 모두발언까지만 공개하는 건정심 관례에 따라 이후 회의는 비공개로 전환됐는데, 의정간 신경전을 이후에도 계속해서 이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정부는 이날 예고한대로 내년 의원급 수가인상분을 환산지수와 초·재진료로 쪼개어 적용하는 안을 상정했고, 의협은 거세게 항의했다. 

유례도, 법령상 근거도 없는 시도로 결국 현행 수가제도를 더욱 왜곡시키는 결과만 초래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의협은 "현행 법령상 수가 계약의 내용은 요양급여의 각 항목에 대한 상대가치점수의 점수당 단가를 정하는 것으로 한다고 되어있다"면서 "각 항목에 대한 상대가치점수의 단가라는 문구는 모든 항목의 점수당 단가 즉 균일적용을 의미하는 것으로 차등적용의 근거를 찾을 수 없다"고 짚었다.

ⓒ의협신문
ⓒ의협신문

환산지수 쪼개기가 현행 상대가치제도를 더욱 왜곡시킬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일례로 추가 재정의 상당분을 초·재진료에 투입할 경우 상대적으로 진찰료 포션이 적은 외과계 의원들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의협은 "상대가치제도는 요양급여 항목에 상대적인 가치점수를 부여하는 것으로써, 항목간 불균형 등은 점수 조정과 분배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면서 "점수 조정 기능이 실패했다고 해서 생뚱맞게 환산지수를 차등 적용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발상"이라고 주장했다.

또 "현행 상대가치 점수가 적절하고 합리적인지 재검토하고, 제도 본연의 기능을 회복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지 다른 기형적인 방법으로 해결하려는 것은 현 제도를 더욱 변질시킬 뿐"이라면서 "이 같은 시도는 결국 우리나라 건강보험제도를 점점 더 왜곡시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부의 일방통행식 정책 추진이 한국의료를 망치고 있다는 격앙된 비판도 내놨다. 

의협은 "의약분업부터 의대증원에 이르기까지 정부는 정책 졸속시행과 땜질처방을 반복하고 있다"면서 "정부의 고집스러운 행태가 그간 어떤 폐단을 불러오고, 우리나라 의료제도를 어떻게 왜곡시켜왔는지 진지한 성찰과 철저한 반성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의협은 거듭된 항의에도 정부가 환산지수를 쪼개 적용하는 안을 고집하자 해당 안건을 표결에 붙일 것을 제안했다. 이에 실제 표결까지 이어졌는데, 다수 위원을 등에 업은 정부의 뜻을 꺾지는 못했다.

최안나 의협 대변인 겸 총무이사는 "3시간 넘게 시간동안 설득했지만, 어떠한 설명이나 항변도 소용이 없었다. 결국 정부가 정해놓은 결론을 향해갔다. 참담함을 느낀다"고 밝혔다. 

의협은 건정심 직후 성명을 내어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강행에 강한 유감을 표명하고, 해당 결정의 철회를 요구했다. 

유형별 환산지수 차등 적용을 강행한 건정심 결정을 철회하라!

우리협회는 오늘(7월 24일) 오후 개최된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2025년도 의원급 환산지수 0.5% 인상 및 초·재진료 4% 인상’ 결정에 대해 좌절과 분노를 금할 수 없으며, 우리 의료계가 줄기차게 반대한 ‘행위 유형별 환산지수 차등 적용’을 어김없이 일방적으로 강행한 것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그간 의협은 건강보험 저수가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선하려는 노력이 아니라 단순히 덜 낮게 평가된 행위 인상분을 억제하여 저평가된 행위에 높은 환산지수를 적용하겠다는 괴상한 논리의 차등적용 방식에 대해 이는 행위 유형간 불균형을 더 왜곡시키고, 전문과목간 분열을 조장하는 등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될 것임을 수차례 강조해왔다.

정부가 진정 필수의료를 살리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별도의 재정을 투입하여 저평가된 유형의 수가를 인상해야 한다고 끊임없이 외쳤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법령에서 위임받지도 않은 ‘환산지수 쪼개기’라는 불법적인 방식으로 진찰료 일부 수가만 인상하여 생색을 내면서 정부가 필수의료라고 주장하는 외과계 죽이기에 앞장서며 저수가로 허덕이는 일차의료기관을 다시 한 번 짓밟았다.

의협은 지난 수가협상과정에서 환산지수 차등 적용을 수용하면 의원유형 전체 1.9% 인상분에서 0.1%를 더 주겠다는 공단의 얄팍한 회유도 거부하며 확고한 의지를 보였고, 지난 2차례의 건정심 소위원회에 이어 오늘 본회의에서도 환산지수 쪼개기의 부당성을 조목조목 설명하며, 심지어 표결까지 요구하면서 끝까지 반대했음에도 결국 건정심이라는 높은 벽에 가로막혀 정부의 뜻대로 관철되고 말았다.

이로써 건보공단과의 수가협상 결렬 최종 수치 중 0.5%만을 환산지수에 적용하고 1.4%에 해당하는 재정은 진찰료에 투입하는 사상초유의 기형적 환산지수 적용 방법으로 인해 의원급 의료기관의 혼란과 어려움은 더욱 가중되었고 특히 외과계 의원의 타격은 한층 심각할 것이다.

이는 필수의료를 살리겠다고 말로만 떠들어온 정부의 민낯이 적나라하게 증명된 것이라 하겠다. 의료현장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의료시스템을 왜곡시키고 끝끝내 말살시키는 정부의 행태에 전 의료계가 절망했으며 저수가로 일관하는 행태에 의료농단사태 해결의지가 전혀 없음을 재차 확인했다.

정부가 진정 필수의료를 살리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지금이라도 건정심의 유형별 환산지수 차등 적용 결정을 철회하고 합리적인 수준의 수가인상과 별도의 재정을 투입하여 저평가된 필수의료의 수가를 정상화하고, 불공정한 수가협상 결정방식과 고질적인 건정심의 불공정한 결정구조를 과감하게 개편해야 한다.

명분도 없는 돌려막기 식의 수가결정을 강행한다면, 필수의료 뿐 아니라 동네의원에서 환자들의 건강을 책임져왔던 일차의료까지 망가뜨리는 재난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고, 그에 대한 책임은 정부에 있음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우리 의료계는 앞으로 법적 소송 등 가능한 모든 방법을 총동원하여 무소불위 불통 정부에 강력히 저항할 것이며, 이번 건정심의 무모한 결정을 바로 잡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할 것이다.

2024. 7. 24.

대한의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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