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교수 이탈 가속화, "증원 취소해야 전공의·의대생 복귀"
최안나 대변인 "정당 권리당원 등록해 의료 정치적 이용 막아달라"
20여명의 의과대학 교수들과 전공의, 의대생 학부모가 정부세종청사 앞에 모였다. 2025년부터 의과대학 정원을 2000명 증원하는 정부 정책 추진 중단을 요구하기 위해서다.
강원의대와 충북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26일 보건복지부를 방문, 정부가 추진중인 의대정원 증원 정책 반대 입장을 표명하며 정책 중단을 요구했다.
채희복 충북대병원 비대위원장은 "터무니없는 2000명 증원 숫자는 교육이 되지 않는 무모한 결정이다. 필수의료, 지역의료를 살리는 것은 의대 입학생을 늘린다고 되지 않는다"며 "무모한 결정으로 인해 전공의는 사직하고 의대생들은 거리로 나갔다. 병원들은 줄도산할 위기에 처해있다"고 현 상황을 짚었다.
모든 사태의 시작은 의대정원 2000명인 점을 꼬집은 채희복 위원장은 "입학정원 증원을 철회하는 방법 밖에없다. 복지부 장관에게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오늘 새벽까지 당직을 서고 보건복지부로 달려왔다고 밝힌 김충효 강원대병원 비대위원장은 "지방 병원 교수들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개인적 희생과 열정으로 지역의료 위기 극복을 위해 이바지 했다"며 "조용하던 강원대 교수들이 왜 진료실을 떠나 보건복지부 청사 앞에서 집회를 하고 있겠나. 잘못된 정책을 취소하고 제발 강원대병원을 살려달라고 조규홍 장관에게 호소하러 왔다"고 언급했다.
현재 강원대병원 교수 23명이 병원을 떠나거나 떠날 예정인 상황과 강원대병원 교수 54명 중 25명이 전공의가 사직하면 본인도 사직할 것이라고 밝힌 현재 병원의 상황도 알렸다.
김 비대위원장은 "교수들이 버틴 이유는 전공의와 학생들이 돌아올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었다"며 "그러나 정부는 잘못된 정책을 취소하지 않고 오히려 전공의 사직을 강요하고 지방 거점 병원을 더욱 위기 상황으로 만들고 있다. 지역국립대를 살릴 시간이 얼마 안남았다. 2025년도 의대증원을 지금이라도 취소해달라"고 꼬집었다.
이번 시위에 참석한 강원의대 교수는 [의협신문]과 만나 "전공의들과 학생들이 없는 상황에서 교수들의 일탈이 가속화되고 있다. 시간이 더이상 없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증원 취소를 정부에 요구하기 위해 집회에 참석했다"며 "결국 정부가 의대 증원을 취소해야 전공의와 학생들이 돌아올 것이다"고 전했다.
대한의사협회 역시 의대교수들의 의대정원 증원 반대 집회에 적극 지지 입장을 표명하며 힘을 보탰다.
집회에 직접 참석한 최안나 의협 대변인은 연대사를 통해 "의협에서 두달 가량 일을 하면서 느낀 것은 정부는 아무리 옳은 말을 논리적으로, 정당한 방법으로 해도 들을 생각이 없다는 것이다"며 "그럼에도 의협은 이번 의료 사태를 막기위해 국민이 불러주는 어느 곳이든 찾아가 함께 목소리를 내겠다"고 약속했다.
어느 정당이든 권리당원으로 등록할 것을 요구한 최 대변인은 "정치적 의도로 의료가 붕괴되지 않도록 힘을 모아달라"고 촉구했다.
임현택 의협회장 역시 SNS에서 "강원의대비대위 충북의대비대위 교수님들 수고 많으셨습니다"며 집회에 나선 의대교수들과 의대생 학부모를 지지·응원하는 목소리를 전달했다.
이날 집회에서는 사직한 전공의와 의대생 학부모도 참석하며 눈길을 끌었다.
전국의대생학부모 대표자로 나선 A씨는 "각 지방 의대 교수들의 사직 행령과 돌아오지 않는 의대생들과 전공의들에 대한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대책은 무엇이냐?"고 정부에 반문하며 "국민을 위한 올바른 의료개혁은 의료계 전문가들과 협의체 구성으로 이뤄져야한다"고 강조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과 박민수 보건복지부 차관의 파면도 요구한 학부모는 "2025년 의대 증원을 백지화 하고 원점 재논의해야한다"며 "과학적 근거가 없는 의대 증원을 취소해달라"고 주장했다.
강원대병원 사직 전공의라고 밝힌 B씨는 "정부의 의료정책 필수의료패키지 정책을 접하고 대한민국의 의료가 한걸음이 아닌 수걸음 뒤로 물러날 것이 예상된다"며 "정부는 정책이 잘못된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의료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들어달라. 제발 한 발만 양보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서 이야기를 하면서 사태 해결에 나서달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