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진단·치료 지원 대책 사망률 영향…저소득·동반질환·장애·비수도권·남성·노인 등 위험
이혜진·이진용 교수(남현우 의대생), 건보공단 빅데이터 분석 [Epidemiology & Health] 발표
의료급여 수급자를 비롯한 사회·경제 취약계층은 코로나19 입원율·사망률·치명률이 더 높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의 코로나19 진단 및 치료 비용 지원을 비롯한 보편적 의료보장(UHC) 대책이 입원율과 사망률 증가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분당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이혜진 교수 연구팀(이진용 서울대병원 공공진료센터 교수·남현우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학생)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사회·경제적 여건과 입원·사망 위험 요인을 분석한 연구 결과(Worsening of health disparities across COVID-19 pandemic stages in Korea)를 [Epidemiology & Health] 최근호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 빅데이터를 활용, 정부 방역정책 변화에 따라 △1단계(2020년 1월 1일∼2021년 2월 28일) △2단계(2021년 3월 1일∼2021년 10월 31일) △3단계(2021년 11월 1일∼2022년 5월 31일) △4단계(2022년 6월 1일∼2022년 12월 31일)로 나눠 코로나19 발생률·입원율·사망률·치명률 등을 조사했다.
분석 결과 2020년 1월 1일부터 2022년 12월 31일까지 5198만 4158명 중 2110만 5865명(40.6%, 인구 10만 명당 4만 601명)이 한 번 이상 코로나19에 감염됐으며, 3087만 8293명(59.4%)은 감염되지 않았거나 확정판정을 받지 않았다. 확진자 중 여성이 1161만 2725건(55.0%)으로 남성보다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대부분 3단계(10만 명당 2만 4457명)와 4단계(10만 명당 1만 7529명)에 발생했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총사망자는 총 5만 4638명(0.11%, 10만 명당 105명), 코로나19로 인한 치명률은 10만 명당 259명이었다. 치명률은 1단계에서 10만 명당 1800명으로 최고조에 달했고, 2단계 10만명당 593명, 3단계 10만명당 266명, 4단계 10만명당 201명으로 조사됐다.
사회경제적 지위와 관련해 의료수급자 입원률은 인구 10만 명당 5663명으로 전체 평균(10만 명당 2106명) 보다 약 2.6배 높았다. 사망률은 의료급여 수급자가 10만 명당 498명으로 전체 평균(10만 명당 105명) 4.7배 높았으며, 특히 3단계에 10만 명당 335명으로 전체 평균(10만 명당 65명)보다 5.2배에 달했다. 치명률도 의료급여 수급자가 10만 명당 1521명으로 전체 평균(10만 명당 259명)보다 5.8배 높았으며, 1단계에 10만 명당 5374명으로 평균(10만 명당 1800명)과 현격한 차이가 났다.
장애인 입원률은 10만명당 5639명으로 비장애인(10만명당 1913명)에 비해 약 3배 높았다. 장애인 사망률 역시 10만명당 1776명으로 비장애인(10만명당 190명)에 비해 높았다.
연구팀은 사회경제적 여건과 코로나19로 인한 입원·사망과의 연관성을 확인하기 위해 로지스틱 회귀분석을 시행한 결과, 입원 및 사망 위험도는 낮은 경제적 수준·장애·동반질환·남성·노인·서울 및 광역시 외 비수도권 거주자에서 높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예방접종자는 비접종자에 비해 입원 및 사망위험도가 낮았다.
의료급여 수급자는 건강보험 가입자에 비해 입원 위험도가 2.55배 높았으며, 장애인이 비장애인에 비해 1.85배 더 높았다. 예방접종은 입원 위험도를 0.4배 낮춘 것으로 조사됐다. 사망 위험도 역시 의료급여 수급자가 건강보험 가입자에 비해 1.92배 높았고, 장애인이 비장애인에 비해 1.65배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코로나19 발병률은 인구 10만 명당 4만 601명으로 G7 국가 평균(3만 6203명)에 비해 높은 반면에 사망률이 1/6(105명 vs. 687명)로 낮은 것으로 파악됐다.
연구팀은 "팬데믹이 진행됨에 따라 발병률·입원율·사망률이 증가했고, 이로 인해 경제적 지위와 장애에 따른 불평등이 심화됐다"면서 "이러한 추세는 의료 자원에 대한 제약과 본인 부담 비용 증가를 비롯한 의료 접근성 정책의 변화에 기인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연구팀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보편적 의료보장(UHC)을 통해 지속해서 의료 접근성을 높이고, 미래의 보건 위기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의료 시스템의 준비 태세를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교신저자인 이진용 서울대병원 공공진료센터 교수는 "이 연구는 그 동안 단편적으로 분석된 우리나라의 코로나19의 건강 영향을 망라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앞으로 여러 보건학적 위기상황이 있을 때, 코로나19 시기의 교훈을 바탕으로 더 좋은 대응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논문 1저자인 이혜진 교수(분당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는 "우리나라는 다른 국가들과 비교하여 모든 소득수준에서 코로나19의 낮은 치명률을 유지했지만 세부적으로는 저소득층, 장애인과 같은 취약계층이 더 코로나19에 취약했고, 대유행이 진행함에 따라 격차가 커졌다"면서 "향후 감염병 유행 시 취약계층이 건강불평등을 겪지 않도록 대응 전략 및 사회안전망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