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사태 속 두 번째 교수 공개 사직글로 주목…임상교수 종료
'지방·필수' 살리겠단 정부 탓 떠나는 '지방·필수' 의대교수들
의대 증원 사태를 이유로 의대 교수 중 두 번째 공개 사직글을 올려 주목받았던 배대환 충북대병원 심장내과 교수가 7월 31일을 끝으로 교직을 떠났다. '지방·필수'의료를 살리겠다는 명분으로 강행한 정부 정책으로, 당장 지방·필수의료를 책임지던 교수들이 잇따라 현장을 떠나고 있다.
배대환 교수는 7월 31일 개인 SNS를 통해 모교인 충북의대에서 임상교수로 임했던 3년 2개월의 시간을 '한 여름밤의 꿈'으로 표하며 근무 종료 사실을 전했다. 의료사태 속, 스스로를 '패잔병'에 비유하기도 했다.
심장내과 교수로서의 꿈을 가진 계기로 '2018년 중환자의학, 2019년 심장내과 세부전문의 과정'을 언급했다.
배대환 교수는 "에크모 및 개심술 등을 시행하여 갑자기 단절돼 버린 직업 및 일상을 살고 있던분들이 이전에 가지고 있던 직업 및 일상생활로 회복해 이전과 같은 생활을 하는 것을 외래에서 보는 것이 전문의 자격증을 가지고 나서 직업적으로 가졌던 가장 큰 보람이었다"고 회상했다.
지방의료의 어려움에 대한 토로도 담겼다. 심장질환 가이드라인에서 다학제 팀의 중요성을 짚고 있지만, 지방의료 현장은 각자 과의 환자를 소화해내기에도 부족한 인력과 시간으로 다학제팀제를 운용하기 어려운 현실이라는 한탄이다.
배 교수는 "모교인 충청북도에는 올해 초까지만해도 어떻게든 서울, 수도권에서 수련받는 동문 선후배들을 모교로 모시고자 노력했던 분들이 여럿 있었다"며 "그 꿈은 정부의 허황된 필수의료패키지로 모두 물거품이 됐다"고 말했다.
2024년 3월 초 '사직의 변'을 올렸던 일을 언급하면서는 "충북대학교 현 총장의 말도 안되는 의대정원 증원이 가장 큰 촉발점이었지만 사실은 모교에서 심부전의 최종진료를 시행하고자 했던 3년간의 노력이 무의미했음을 결국 인정할 수 밖에 없음을 인정했던 변명이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며 허탈한 심정을 전했다.
배 교수는 "어쩌면 내 욕심이었는지도, 아니 사치였는지도 모르겠다. 떠나가는 사람이 말이 길어서 좋을게 없겠지만, 그래도 어디엔가 조그마하게 현 의료정책이 실책이었음을 기록으로 남겨야겠기에 이 작은 공간에나마 글을 남긴다"며 "패잔병처럼 제2의 고향인 청주를 떠나지만 꼭 모교가 발전할 그날이 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런 날이 올지 모르겠지만…"이라며 글을 마무리했다.
배 교수는 지난 3월 4일 '사직의 변'을 개인 SNS에 공개했다. 비수도권·필수과 교수의 사직 의사 표명이 나오면서 큰 주목을 받았다. 전공의들과 함께 일할 수 없다면 중증 고난도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병원에 더 남아 있을 이유는 없다며 공개 사직의 직접적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배 교수는 "근거도 없는 무분별한 2000명 증원은 분명 의료시스템의 붕괴를 가속화 할 것"이라면서 "필수의료 강화라고 하는 지원은 의미 없는 단기 정책에 불과하다. 혼합진료금지는 말그대로 의료 이용을 더 늘리고 의료민영화에 한 발짝 더 다가가는 필수의료 멸망 패키지의 총아임에 분명하다"고 비판했다.
배 교수 공개 사직의사 표명 직후, 배 교수를 '생명의 은인'이라고 칭한 환자의 감사메시지가 공개되면서 안타까움을 더했다.
'20대 현직 교사'라고 밝힌 A씨는 3년 전 심장병으로 인한 혈전때문에 뇌경색으로 쓰려져 언어 문제까지 왔었고, 2년 전에는 심정지로 혼수상태에 빠졌지만 배 교수의 처치로 후유증 하나 없이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고 전했다. 해당 사연은 페이스북 '의사, 의대생 대나무숲'에 제보되면서 공개됐다.
A씨는 "단 한번도 잊은 적 없는 제 생명의 은인이신 교수님마저 돈을 쫓는 의사, 악마화되고 있다니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겪어보지도 못한 사람들이 무작정 댓글로 의사 선생님들 욕하는 것 보니 정말 씁쓸하고 속상하다. 항상 감사하고 응원한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