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의료정책 공모전 수상작 ①] 우수상-수도권 소재 의대생(본과 4학년)
정치·경제·사회적 측면으로 분석한 현행 의료 제도의 문제점 및 의료계의 대응 전략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7월 약 보름 동안 젊은 의사와 예비 의료인이 자유롭게 의견을 펼칠 수 있는 의료정책 공모전을 진행했다. 의협은 400건이 넘는 의료정책 아이디어 중 2차에 걸친 심사를 거쳐 25개의 아이디어를 최종 선정했다. 지난 7월 약 보름 동안 400여건의 보건의료 정책 제안이 대한의사협회로 쏟아졌다.
건강보험 재정의 건전한 분배라는 거시적 관점부터 응급의료 시스템 구축 같은 세부적인 아이디어까지… [의협신문] 수상작 중 젊은 의사들의 참신한 아이디어 5편을 공개한다. 시상식은 12일 오전 11시 의협회관 대강당에서 열린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1. 우수상①-정치·경제·사회적 측면으로 분석한 현행 의료 제도의 문제점 및 의료계의 대응 전략
2. 우수상②-의료재벌과 보험사를 배불릴 은밀한 민영화
3. 우수상③-AGI와 누적 데이터를 활용한 의료수요 예측과 건강보험 재정 분배의 최적화 정책
4. 최우수상④-공공병원 의료체계 확립을 위한 제언
5. 대상⑤-Pre-ER 스크리닝 네트워크 시스템: 경증환자의 응급실 과밀화를 최소화하기 위한 협력형 네트워크
우수상 3편 중 첫번째로 소개할 내용은 의대정원 확대 등 의료정책의 일방적 추진으로 발생한 '공백'을 목격한 의대생의 시선이 담긴 보고서다. 그는 보고서 서론에서 "휴학을 한 후 5개월 동안 정부 행보를 보면서 도대체 어떤 사유로 이렇게까지 의료계 의견을 묵살하는 것인지 궁금해졌다"라며 "현재 의료계가 원하는 것과 행정부 및 정치권이 원하는 것이 다르다는 점, 의료영리화가 다가오고 있다는 점을 알리고 싶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다양한 대응 전략도 함께 제시했다.
'의료계에 제안하는 대응 전략'을 중심으로 보고서의 주요 내용을 소개한다.
IV. 의료계에 제안하는 대응 전략
지금까지 한국식 사회보장제도가 어떻게 도입되었는지와 향후 미래 전망, 정치·경제적으로 의료계에 어떤 변수가 작용하고 있는지를 살펴보았다.
이제 현재 찾아온 의료 대란 사태 및 향후 마주하게 될 문제들에 대해 의료계가 어떠한 자세로 접근하고 대응하여야 하는지 제안하고자 한다.
A. 의료계 거버넌스 구조 강화 및 정책 역량 강화를 통한 의료계 조직력 강화
의료계의 급선무 과제는 건전한 내부 결집력 확보이다. 의사들은 거의 유사한 경로를 거쳐 진로를 결정하고 의업에 종사하며 살아왔다. 그러므로 선배는 나의 미래이며 후배는 나의 과거인 인식 구조가 공고하였다.
그러나 사회가 변화하고 다원화됨에 따라 의사들이 동일한 시대에 살아가더라도 점차 개인의 선택 유형별로 인생 경로의 차이가 점점 벌어지고 있다. 이런 사회적 변화의 결과 때문에 연령이나 본인의 직위별로 사회 안건을 바라보는 태도가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이러한 세태를 반영하여 대한의사협회와 같은 의료계 조직들은 과거와 같은 내부 결집 방식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앞으로 가장 중요해질 역량은 직위나 연령별로 다양하게 나오는 의견을 협의하여 합의점을 찾아나가는 능력이다.
이것이 시의성 있고 적절하게 이루어지지 못할 경우, 젊은 세대의 무관심으로 조직 존속에 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 2000년 의약분업 당시 합의로 의료계가 확보한 보건의료발전계획은 24년간 작성되지 않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의료계가 정부와 대화와 협상을 하는 실효성에 근본적인 회의를 느끼게 하는 토대가 되었다. 이에 더하여 2020년 의료계 단체 행동의 졸속 합의로 인해, 의료계 집단 내부에 대한 불신이 심화되기 시작하였다. 2020년 당시 의대생이던 학생들이현재 의학과 3학년부터 레지던트 3년차에 분포되어 었다. 현재 젊은 의사와 의대생들이 협의체나 의료계 조직 자체에 대하여 가지는 불신과 회의감의 기저에는 당시의 경험이 존재하고 있다.
젊은 의사들이 시도의사회나 의협에 대해 가지는 관심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중이었다. 뉴질랜드의 사례처럼 의협이 해체될 수 있어 대책이 필요하다는 기사가 이미 존재한다. 사회적으로도 총학생회가 더 이상 주목을 받지 못하고 기능을 수행하지 못해 사실상 해체에 가까운 상황에 놓여있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에서 성장한 젊은 의사들이 가지고 있는 불안과 불신이 적절하게 해결되지 않을 경우, 내부 조직 붕괴와 함께 각자도생이 새로운 시대 사명이 될 것이다.
가장 먼저 대한의사협회와 같은 의료계 공식 단체는 거버넌스 구조를 건전하게 개선하고 투명화하여 젊은 의사들이 목소리를 내고 활동하는 것에 효능감을 제공해야 한다. 의욕을 가진 개인들이 협회에 목소리를 내고 행동하여도 불투명한 거버넌스 구조로 인하여 결과적으로 바뀌는 것이 없으면 개인들이 다음으로 견지할 태도는 무관심이다. 그렇기 때문에 의결이나 내부 조직 구조와 같은 거버넌스 요소들을 투명화하고 내부 집단에 잘 홍보하는 활동이 후속으로 꼭 필요하다.
또한, 의료계의 대표적인 싱크탱크인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의 역량을 더욱 강화하여야 한다. 중장기적 의료계의 전망 분석 및 이에 대응하는 대책을 마련하여 내부에 홍보하는 등 기관의 역량을 키워야 한다. 싱크탱크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도록, 의료시스템에 있어 장기적인 청사진을 제시하고 의료계의 의견을 결집할 수 있는 학술적 기반을 제공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의료계 내부의 이익집단의 이해관계와는 별개로 중립적이고 독립적인 활동이 가능하도록 의사 사회의 합의가 선행되어야 한다.
이러한 독립성 아래에서 의료정책연구원이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의학회 등 학계와 더 긴밀한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현재 정부는 재원이 한정된 상황에서 땜질 처방으로 그때그때 정책 수가를 도입하는 방식으로 대처하고 있다. 이런 방식은 결과적으로 진료 영역이나 분과별로 의료계 내부에서 제로섬 게임을 유발하게 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내부적으로 공정하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기준점을 제시하고 합의를 유도할 수 있는 역량을 의료정책연구원이 학계와 공조하여 갖추어야 한다. 이러한 역량을 갖추게 된다면 연구원은 의료계의 내부 분열을 유도하여 지출 통제를 수행하는 정부의 의도를 무력화하고 의료의 중요도에 따라 재원을 배분하는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이러한 방식으로 꾸준히 누적된 학술적 토대가 의사들의 역량 강화에 기여하고, 체계적인 근거를 기반으로 의료계가 정부의 주장에 대응하도록 만들 것이다. 이러한 모습들이 젊은 의사들이 협회의 시스템을 신뢰할 수 있게 만들고, 신뢰가 장기적으로는 애정과 관심이 되어 의사 사회의 발전의 밑거름이 될 것이라 믿는다.
다음은 의료계 외부 우호 세력 확보 방안이다. 현재 의료계 조직의 주축인 협회 및 의사회의 인적 구성을 보면 대부분이 개원의, 봉직의로 구성되어 있다. 앞으로 비임상 영역으로 진로를 결정하는 경우가 늘어나게 될 것인데, 이런 회원들의 의견을 듣고 필요시 협력할 수 있도록 준비하여야 한다. 로스쿨과 같은 영역으로 진로를 결정한 의사 면허 보유자 중 우수한 능력을 보이고 의료계에 우호적인 사람들에게 의협 차원에서 장학 제도를 실시하는 방법도 예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정책을 이용하여 사회적으로 넓은 영역에 의료계에 우호적인 사람들을 파견하고 지원하게 되면 의료계가 여론에 있어 유리한 지점을 차지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나중에 의료계에 법적 자문이 필요하거나 사법적 협력이 필요할 경우, 조직을 방어하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B. 체계적인 홍보 전략 수립으로 확보하는 우호 여론과 정책 역량 확보
다음은 의료계 입장 홍보 및 마케팅과 관련한 제안 사항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현재의 설득 전략에 있어 완전한 대전환이 필요하다. 중반부에서 설명한 것처럼, 행정부나 정치권은 현실적 상황 및 정치적 요인으로 인하여 의료의 질 개선에는 크게 관심이 없으며, 현상 유지에 급급하다. 이런 상대를 대상으로는 아무리 타당하고 합당한 논리를 이용해도 설득이 불가하다. 논리의 문제가 아닌, 재원이 한정되어있다는 점에서 기인하는 본질적 한계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심평의학을 필두로 한 정부 방침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원론적으로는 옳으나 실질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방책이 될 수는 없다.
그러므로 국민 여론을 돌려 의료계가 합리적인 주장을 하고 있음을 보이고 여론이 행정부와 정치권을 압박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이렇게 여론이 정부를 압박하는 형세가 나와야, 의료계가 타당한 주장을 관철할 수 있는 힘을 갖출 수 있다.
다만 현재와 같은 방식으로는 여론을 확보할 수 없다. 논리적으로 부족하지는 않으나, 마케팅 측면에서 현재의 방식은 완전한 실패와 같다. 문제의 근원인 요양기관 당연지정제나 행위별 수가제의 고질적인 저수가 개념은 대중에게 이해시킬 수 없다. 이러한 개념들은 예방의학에 토대를 두고 있는데 예방의학은 의대생이 보아야 하는 국가고시의 과목이다.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있고 입시에서 좋은 성적을 받은 의예과 학생도 설명을 자세히 들어야 이해할 수 있는 개념을 짧은 노출 시간 동안 대중에게 이해시키는 것은 불가하다. 이는 마치 부정맥의 종류와 종류별 특징을 짧은 시간 동안 노출된 대중이 이해하길 바라는 것과 유사한 수준의 목표이다.
그러므로 정말 필요하고 원론적인 핵심 내용을 쉽게 선별하여 대중이 궁금한 내용 위주로 반복해서 전파하는 방식으로 바꾸어야 한다.
이는 이번 사태와 같은 비상시국이 아닌, 평상시부터 꾸준히 진행되어야 한다. 이러한 홍보를 통해 관심이 있는 사람이 생기게 되면 쉽게 교양서처럼 읽을 수 있는 책으로 넘어갈 수 있도록 유도하여야 한다. 박한슬 작가의 ‘노후를 위한 병원은 없다’와 같은 도서가 대표적인 예시이다. 이러한 예시 도서처럼 배경지식이 없고 다른 영역에서 종사하는사람들을 주 독자층으로 지정하여 궁금한 점을 해소하는 것에 목표를 맞춘 교양서들이 많이 발간되어야 한다. 이런 식으로 짧고 강렬한 문장에서 출발하여 교양서를 지나 전문적인 의료계 자료나 뉴스를 찾아보는 등 단계적이고 체계적으로 여론을 설득하는 전략을 마련하여야 한다.
다양한 종류의 교양서를 읽고 의료계의 상황을 이해하는 인원을 늘린 이후에야 의료계의 목소리가 단순한 직역 이기주의가 아닌, 전문성을 가진 집단이 사회를 위해 개선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 사회 여론이 납득하고 의료계를 지지할 것이다.
이러한 전략에서 의료계가 대중을 대상으로, 가장 핵심적으로 펼쳐야 할 주장은 의학적 필요와 수요가 다르다는 사실이다. 의학적 필요는 의료전문가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의료서비스의 양이며, 오로지 생물학적 기준에 의해서만 판정되어 사회적 필요와 불일치한다. 욕구의 경우 일반인이 자신에게 필요하다고 느낀 의료 서비스의 양이다. 욕구와 의학적 필요 사이의 차이는 정보 비대칭성, 개인별 건강 부여 가치 및 증상 민감도의 차이로 인해 발생한다.
현재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의 가장 큰 추진 명분 중 하나는 '고령자가 많아지니 의사가 많이 필요하다.'이다. 수요와 필요를 구별하여 접근하게 되면 이 주장을 논파할 지점이 생긴다.
정부는 단순히 현재 고령자들의 의료 수요를 기반으로 향후 의료 수요를 예측하고 공급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인간은 나이를 먹음에 따라 모두 같은 수준으로 노쇠해지지 않는다. 사회가 발전하고 건강 관리에 대한 관심이 커짐에 따라 우리 사회의 노년층은 과거보다 건강해질 것이다. 그렇기에 의료계는 단순히 현재를 기준으로 수요를 계산하지 말고, 일단 건강 증진 사업이나 예방의학적 접근을 통해 국민을 건강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해야 한다. 국가와 의료계가 협력하여 국민의 건강 수준을 끌어올린 이후 단순한 수요가 아닌 의학적 필요를 기반으로 한 의료 인력 공급량을 정해야 한다고 청사진을 제시하며 설득에 나서야 한다.
점점 고령화 현상으로 고령자들이 늘어나고, 고령화가 진행됨에 따라 고령 장애인이 증가하는 사회에서, 의대 증원과 같은 단순한 공급 증가 기반 해결책보다 노인의 건강 수준을 올려 만성질환과 장애를 줄이는데 국가가 책임을 지고 노력해야 한다는 주장은 소구력이 높다. 이렇듯 수요, 의학적 필요, 공급과 같은 키워드로 접근할 경우, 현재 정부의 선전을 반박하고 더 나아가 사회 복지 분야의 지출을 효율화시켜 국가 안정 자체에 기여할 수 있다.
C. 바람직한 의료 시스템 제안-네덜란드의 사례와 구매 이론을 중심으로
마지막으로, 정책 및 의료 시스템 영역에 관련된 제안이다. 현재 의료 시스템의 존속이 불가해진다는 것을 근거로 들어 의료계가 주장하게 된다면, 그에 상응하여 따라와야 할 내용은 해결책이나 대안이다.
이 부분에 있어, 의료계가 1 차적으로 해야 할 것은 현재 제도 유지 보수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현재 제도에 문제가 존재한다고 하여 국민 여론의 선행 없이 건강 보험 존폐에 대해 논하게 되면 그 논리의 적합성을 떠나 국민적 여론의 저항에 부딪힐 우려가 크다. 또한 헌법재판소에서 이미 건강보험의 존재를 필수 불가결하다고 인정했기 때문에 재정 자체가 완전히 붕괴하여 완전히 기능을 정지하기 전까지는 건강보험제도가 유지되어 제 기능을 하는 것을 최우선 목적으로 두어야 한다.
현재 학계에서는 현재 사회보장지출이 꾸준히 증가하여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점에 대해 인식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그 해결책으로 ‘관리 수단으로 더 효과적인 성과 평가 체계를 운영하는 것’을 제안하고 있다.
사회보장 정책에 대한 성과 관리와 같은 영역에서 더 포괄적이고 체계적인 방안을 모색하는 중인데, 이렇게 아주 거시적인 사회 보장 제도 구축에 있어 의료계가 협력하여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성과 관리를 위한 기초 자료를 준비해 두어 학술적으로 준비를 마치고 의료계를 압박하는 행정부의 움직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여야 한다.
이렇게 현 상황에서 최선을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인구 구조로 인해 더 이상 유지가 불가능하다고 여겨질 때 대안을 제시해야 정부와 국민을 동시에 설득할 수 있는 명분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사회학적 변수로 인해 현 건강보험제도의 유지가 정말 불가능해지게 된다면, 네덜란드의 방식을 채택해 보자고 제안하고 싶다.
네덜란드는 원래 타 유럽 국가와 유사한 구조를 채택했으나 2006 년에 제도를 개혁하였다. 우리가 참고할 만한 국가들이 제도를 구축한 지 오래되었기 때문에 시대적인 차이가 있어 곤란한 부분이 있으나 상대적으로 최근에 의료 개혁을 시행하였다는 것이 장점이 된다. 네덜란드의 경우 건강 보험 제도 수립을 건강보험 위원회가 전담한다. 해당 위원회는 정부, 민간 보험사, 환자단체, 의료 공급자로부터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별도의 기관이다. 2006년 의료 개혁을 위해 만들어진 이 조직은 중립성과 독립성을 가진 조직이 사회 전체 효용의 증가를 위해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네덜란드는 공보험이 없고 사회 민간 보험 체제로 운영되며 다수의 민간 보험사가 보험자의 역할을 수행한다. 전 국민이 의무적으로 보험에 가입해야 하나, 회사를 선택할 수 있고 회사는 가입자를 선별할 수 없다. 더 세부적으로는 복잡한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으나, 간략히 정리하면 필수적인 의료에 있어서 국가가 확실히 보장하고 나머지는 개인의 선택에 맡기고 있다. 재원은 가입자가 민간 보험사에 정액 보험료로 50%를 조달하고, 국세청이 소득에 따라 차등 징수하여 민간 보험사에 배분하는 정률 보험료로 45%, 정부 지원금 5%로 조달한다.
환자의 지출을 효율적으로 통제하기 위해, 인정되는 사유가 아니면서 연간 보장 금액을 초과하는 경우나 필수적인 의료 제공이 아닌 경우 본인 부담금을 받게 된다. 이에 더하여 2 차 진료를 받기 위해서는 주치의를 거쳐야만 한다. 의료전달체계가 존재하며 잘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지불의 경우 1 차 진료의는 기본적으로 인두제를 기반으로 하나, 표준급여 항목에서 제외되는 항목에 있어서는 행위적 수가제를 이용한다. 이 의료행위의 보상은 어떤 민간 보험사의 보충형 보험을 들었는지에 따라 비율이 달라진다.
결국, 정부와 보험사가 협력하여 필수적인 분야는 보편적인 보장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보충형 민간보험 제도를 도입하여 국민의 자율성을 존중해주는 제도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현재 한국은 단일 보험제도의 빈틈에서 실손 보험의 규모가 점점 커지면서 이와 동시에 장기적으로는 사회 복지 예산의 조달이 불안정해지고 있다. 이렇게 현행 건강보험 제도의 존속이 점차 불안해지고 있는 현실을 인정하여야 한다. 이런 상황에 대한 타개책으로 급여 체제에 더해지는 다양한 보충형 보험을 도입하는 방식으로 개선책을 제안하고자 한다.
이러한 개혁안은 국민의 선택권을 보장하여 조세 저항을 줄이고 공보험 속성을 유지하여 사회 재분배 기능을 유지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사적 자산 축적 수준에 따라 복지에 대한 태도가 달라진다는 것은 다양한 결과를 통해 입증되어 왔다. 사회복지 시스템을 이러한 불안정한 상황에서 유지하기 위해서는 조세 저항이 극렬해지지 않도록 막아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소득계층 간에 존재할 수 있는 차별적인 욕구를 인정하고 이에 근거하여 차별적으로 자원 할당을 하여야 한다. 지금과 같은 구조로 자산 조사에 기반해 복지 자원이 저소득층이나 사회적 약자에 집중될 경우, 자산 축적 수준이 높은 지점은 복지 확대에 대한 반대를 넘어 참여 자체에 반발할 우려가 높다. 이는 재분배의 역설이라는 개념이며 이에 따르면 소득과 연동된 혜택을 제공하는 방식이 오히려 재분배 효과가 크다. 이는 북유럽에서 높은 조세 부담 구조와 복지 지출 규모를 유지하는 방법이다. 한국에서도 향후 사회 보장 제도에 대해 세대 간 점차 충돌이 심해지는 양상을 띠기 시작할 것이다. 이로 인해 급격히 사회 보장 제도가 붕괴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위와 같은 개혁안을 채택하여야 한다.
이런 개혁안에 발맞추어 구매 이론에 대한 개념도 연구되어야만 한다. 건강보험제도가 현재처럼 단순히 의료 재정을 조달하는 역할을 넘어, 다양한 보험을 경쟁시키는 방향으로 개혁하게 될 경우 구매 이론은 필수적으로 고려해야만 하는 개념이 된다. 필요에 따라 의료 자원을 배분할 때, 보험자는 의료 공급자로부터 의료보장 가입자에게 배분해야 할 의료 서비스를 획득하여야 한다. 이때 어떤 서비스를, 누구에게, 어떻게 구매할 것이고, 누구에게 그것을 배분할 것이며, 이 서비스를 얼마에 구매할 것인지에 대한 학술적인 기반이 갖추어져야 다양한 보험이 공보험의 기능을 수행할 때 효율적으로 활동이 가능하다.
현재는 의학적 필요가 아닌 환자의 수요 기반으로 공급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구매 이론은 아직 우리나라에서 제대로 된 역할을 수행하지 못했다. 하지만 향후 보험 재정이 부족해지게 되어, 국가가 의료적 필요에 따라 자원을 전략적으로 배분해야 하는 상황이 오게 될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구매 이론이 잘 구축되면 효율적으로 의료 서비스가 배분하는 학술적 토대가 된다. 이는 의료 체계 전반의 성과가 향상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게 할 것이다.
또한 의료 체계에 대한 책임에서도 의료계에 여러모로 유리한 지점을 제공한다. 현재는 의료 체계 성과 향상의 책임이 공급자나 의료 기관에 집중되어 있다. 하지만 구매 이론을 적극적으로 적용하기 시작하면 구매자, 즉 국가나 보험사의 구매 활동으로 의료 체계 성과 향상의 책임이 분산된다. 지금까지 의도적으로 의료계에 의료 체계에 대한 비난이 집중되고 있었는데, 이에 대한 출구전략이 되어줄 것이다.
이러한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위에 소개하였던 의학적 필요와 수요가 분리되어야 하는 점에 대한 대대적인 홍보가 필요하다. 또한 의료계는 전문성을 살려 정부에게 새로운 의료보험제도에 대한 청사진을 선제적으로 제시하여야 한다. 이를 통해 제대로 된 대책 없이 의료 보장 시스템이 붕괴하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D. 결론
이번 단원에서는 의료계가 국민 생명을 보호하고 의료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에 대해 논하였다.
가장 먼저 건전하게 내부를 결집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에 대해 제시하였다. 거버넌스 구조 투명화 등의 방법으로 젊은 의사와 의대생이 대한의사협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추가로 비임상 진로에 나선 의료계 출신 인사들과도 우호적인 관계를 구축하고 의료정책 연구소의 역량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다음은 체계적인 홍보 전략 수립에 대한 제안 사항이다. 현재 의료계가 취하던 방법에서 벗어나, 단계적으로 쉬운 문장부터 대중에게 전달하여 의료계의 상황을 이해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이것이 성공해 여론이 정부와 정치권을 압박하여야 의료계가 타당한 주장을 관철할 힘을 얻게 될 것이다.
국민에게 가장 시급하게 전달해야 할 원론적인 내용은 필요와 수요가 다르다는 지점이었으며, 정부가 여론을 대상으로 공개하는 선전 문구를 반박할 방법에 대해제시하였다.
마지막으로는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바람직한 의료 시스템에 대해 제안하였다. 일단 현재 건강보험제도를 유지하고자 성과 관리와 같은 대응책을 제시하는 학계의 방침에 협력하여야 한다. 해당 학계와 선제적으로 협조하여 정부가 학계의 이론을 함부로 인용하여 원하는 결과에 근거로 끼워서 맞출 수 없도록 만들어야 한다.
만일 현 구조가 존속이 불가능하여 개혁이 필수 불가결해지는 날이 올 경우, 벤치마킹할 국가로 네덜란드의 사례를 제시하였다. 이를 한국에 적용하여 필수적인 영역을 국가가 강제하고, 그 이외의 부분은 국민이 선택하도록 하여 자율성을 존중해주는 보험 구조를 새롭게 구축하여야 한다. 이와 함께 새로운 제도의 학술적 토대가 될 구매 이론이 중요하다. 구매 이론을 적절히 사용하면 의료계가 새로운 구조 아래에서 국민과 함께 윈-윈하여 이익을 도모할 수 있다.
'분열시켜 지배하라, 좋은 구호다. 단결시켜 이끌어라, 더 나은 구호다.' 괴테의 명언이다. 현재 정부와 정치권은 장기적으로 현 구조를 유지할 수 없음을 알고, 의료계 내부를 분열시키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위기 속에서 가장 이상적인 대응책은 의료계가 단결하여 옳은 방향을 국민에게 제시하고 그것을 관철하는 것이다.
이 보고서가 조금이나마 의료계의 미래와 환자의 건강을 위한 작은 보탬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