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 오명 남겨서야

교육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 오명 남겨서야

  • 송성철 기자 medicalnews@hanmail.net
  • 승인 2024.08.07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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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성철 의협신문 기자 ⓒ의협신문
송성철 의협신문 기자 ⓒ의협신문

관포지교(管鮑之交)의 관중은 '곡식을 심는 것은 일년지계, 나무를 심는 것은 십년지계, 사람 심는 것은 종신지계(終身之計)'라고 했다. '교육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는 말이 여기에서 나왔다.

정부는 지난 2월 6일 느닷없이 의과대학 정원을 매년 2000명 씩 5년 간 1만 명 증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조정을 거쳐 최종 모집정원을 1509명으로 정했다. 현 정원(3058명)에 비해 49.5%가 늘어난 규모다.

물가와 인건비가 10% 늘면 야단법석이 나는 판에 정부는 의대 정원을 무려 49.5% 증원하겠다고 발표했다. 국가 보건의료정책의 청사진을 제시하는 발전계획에도, 대통령 공약이나 국정 지표에도 없었던 정원 증원안을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라는 이름으로 밀어붙였다.

갑자기 정원이 2∼3배 늘어난 대학에서 정상적인 교육이 가능할까? 

"의대정원 확대로 의학교육의 질이 하락할 것"이라는 의학계의 우려에 오석환 교육부 차관은 "의과대학의 교수인력 법정기준은 교수 1인당 학생 8명이나, 현재 40개 의대의 교원 1인당 학생 수는 평균 1.6명으로 법정 기준을 여유 있게 충족하는 수준"이라며 "근거 없는 우려"라고 반박했다.

의학교육의 근간인 기초의학 8개 기본과목 교수가 30명 이상인 의대는 40개교 중 18개교로 45%에 불과한 실정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의학교육이 부실해져 내 건강도 위험해 질 것이라는 우려와 걱정이 확산됐다.

의학교육평가인증 전문기관인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은 "입학정원이 10% 이상 늘어난 의대 30곳을 대상으로 주요변화평가를 실시해 기본의학교육과정과 교육환경을 적절히 갖출 수 있도록 도모하겠다"며 "국민의 우려와 걱정을 해소하기 위해 할 일을 하겠다"고 밝혔다. 

국제기준에 맞는 전문직 교육을 위해 1998년 평가인증사업을 시작한 의평원은 수 많은 의학교육 학자들의 헌신에 힘입어 2014년 교육부 고등교육 프로그램 평가인증기관으로 지정을 받은 데 이어 2016년 세계보건기구(WHO) 협력기구인 세계의학교육연합회(WFME)로부터 평가인증기관으로 인정 받았다. 

의학교육의 근간인 기초의학 8개 기본과목 교수가 30명 이상인 의대는 40개교 중 18개교로 45%에 불과한 실정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의학교육이 부실해져 내 건강도 위험해 질 것이라는 우려와 걱정이 확산됐다. ⓒ의협신문
의학교육의 근간인 기초의학 8개 기본과목 교수가 30명 이상인 의대는 40개교 중 18개교로 45%에 불과한 실정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의학교육이 부실해져 내 건강도 위험해 질 것이라는 우려와 걱정이 확산됐다. ⓒ의협신문

최근 홍원화 경북대 총장은 "의평원의 주요변화평가를 거부하겠다"고 밝혀 논란을 예고했다.

홍 총장은 경북대 공과대학 건축학부 건축공학전공 교수다. 누구보다 공학교육 발전과 실력을 갖춘 공학기술 인력을 배출하기 위해 출범한 한국공학교육인증원(ABEEK)의 의미를 잘 아는 그가 인증평가를 거부하겠다는 것은 모순이다. 

1995년 세계시장이 세계무역기구(WTO) 체제로 통합됨에 따라 전문직 자격의 상호 인정을 위한 국제화 수준의 교육을 요구받게 됐다. 의평원을 비롯해 한국건축학교육인증원·한국경영교육인증원·한국수의학교육인증원·한국약학교육인증원·한국치의학교육평가원 등 다양한 전문직종의 교육평가인증단체가 국제기관이 인정한 인증기관으로 활동하고 있다.

정부 혹은 대학 총장이 인증기관에 감 놔라, 대추 놔라 하는 순간 국제적인 평가인증기관으로서의 신뢰성과 자격이 흔들리는 결과를 초래한다. 

정원 2046명인 빌딩에 1495명을 더 배정해 3541명이 입주하려면 사전에 리모델링할 것인지, 아예 허물고 재건축할 것인지부터 결정한 뒤 설계 및 계획, 건축위원회 심의, 착공신고 및 공사, 사용승인 등을 받는 것이 순서다. 일단 입주부터 시켜 놓고 공사 심의는 나중에 받겠다는 것은 억지다.

홍 총장이 해야 할 일은 교수가 제대로 가르치고, 학생이 잘 교육받을 수 있도록 인프라를 지원하는 것이다. 1923년 개교 이래 교육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를 실천하고 있는 경북대 100년 역사에 오명으로 기록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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