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엄마, 의대 왔는데 의사 면허는 못 받는대요

[기획]엄마, 의대 왔는데 의사 면허는 못 받는대요

  • 박승민 기자 smpark0602@gmail.com
  • 승인 2024.08.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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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2월 의평원 의대평가 결과 앞두고 수험생 불안↑
교육 질 저하 우려도…"증원 전후로 의사 평가 나뉠수도"

ⓒ의협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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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일방적 의대증원 시계가 돌아간다

의료계의 '2025학년도 의대정원 증원 계획 백지화' 외침에도 내년 3월 신입생을 맞이하기 위한 정부의 일방적 시계는 돌아가고 있다. 다음 달 9일부터는 수시모집 원서 접수가 예정돼 있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나고, 학생들이 학교를 떠나면서 당장 '의료공백', '교육대란'이라는 부작용이 눈앞에 닥쳤다. 예견된 부작용에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도 학부모도, 현장에 남아있는 의사들도 불안만 커져간다. [의협신문]은 의대정원 증원의 파장을 다양한 관점에서 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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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를 진학하고자 하는 수험생들의 불안이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고심 끝에 진학하기로 선택한 의대가 '부실 의대'로 평가된다면, 추후 의대를 졸업하더라도 의사 국가고시를 치르지 못해 의사 면허를 발급받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다.

각 의대별 정원 증원 규모도 40개 의대를 선택하는데 새로운 변수가 되면서 의대진학 셈법이 복잡해졌다.

증원 규모가 큰 의대일수록 교육의 질이 떨어질 것이 자명해 졸업 후 사회로 나와도 의사로서 제대로된 인정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불안 때문이다.

[의협신문]은 현재 수험생이 가질 수 있는 의대 진학 불안요소를 크게 2가지로 나눠봤다. 

불안요소 1. 한국의학교육평가원 평가서 '불인증' 받은 의대 진학으로 이후 의사국가고시를 치를 자격을 못 얻을 수도 있다?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은 의대 입학정원이 10% 이상 늘어난 30개 의대를 대상으로 6년동안 매년 '주요변화평가'를 진행한다. 당장 내년도 평가는 2025년 2월 중 의평원 판정위원회에서 서면 또는 방문 평가를 통해 '인증' 혹은 '불인증' 판정을 내리게 된다. 

불인증 판정은 1년간 유예할 수 있지만, 의대가 불인증을 받을 시 당해연도에 입학한 신입생들은 졸업 후 의사국가고시 시험에 응시할 수 없다.

의대를 진학하고자 하는 수험생들의 불안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입시 일정에 따르면 의평원의 의대 평가 결과 발표보다 대학 지원 시기가 우선이다. 

대학 수시 모집은 통상 매년 12월까지 이뤄지고, 정시 모집 기간은 2월 초에 마무리 된다. 의평원에 의한 의대 평가 결과는 2월 중에 나오는 만큼 의대를 지원한 수험생들은 진학하고자 하는 의대를 지원하고나서야 해당 대학이 인증 평가를 어떻게 받았는 지 결과를 알 수 있게 된다.

의평원에서 불인증을 받아 의대가 폐교한 실사례가 있으면서 불안감은 한층 높아진다. 서남의대가 대표적이다.

지난 2013년과 2016년, 서남의대는 의평원 판정위원회에서 정상 의대교육을 실시한 여건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 아래 '불인증' 판정을 받은 바 있다. 

불인증 판정을 내린 의평원은 서남의대에 2014년부터 신입생 모집을 즉각 중지할 것과 재학생들을 양질의 교육이 가능한 의대로 전학 조치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의협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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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요소 2. 저하된 교육의 질, 제대로 교육받은 '의사'라는 인정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

수험생들은 의대를 진학하고 나서도 불안감을 이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을 수 있을까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이는 졸업 후 의료 활동을 하는데 의사로서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걱정과 이어지기도 한다.

단순하게 계산해보면, 현재 24학번인 1학년 의대생 총 3058명이 전체 유급할 경우 2025년도에는 신입생 4567명과 더해져 총 7625명이 함께 수업을 듣게 된다.

A 의대 교수는 휴학중인 의대생들의 분위기를 전하며 "학생들은 교육부가 발표한 학사 탄력운영 가이드라인을 매우 불쾌하게 생각한다. 이런 봐주기식 학칙을 적용받고싶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어차피 제대로 공부를 안하고 한 학년을 진급하면 결국 자기 실력에 영햐을 준다는 것을 학생들은 안다. 어떤 이유로 휴학을 신청했건, 그 다음 제대로 복학해서 제대로 공부하겠다는 것이 학생들의 분위기다"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의대 교육 여건은 여전히 부실하다. 2025년 의대 증원 규모가 49명에서 200명으로 가장 큰 충북대 의대를 살펴보면, 2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강의실은 현재 전무한 상태다. 

최중국 교수(충북의대, 생화학교실)은 "충북의대는 현재 1호관부터 3호관까지 3개의 건물이 있는데 어디에도 2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강의실이 없다"며 "현재도 예과 학생의 강의공간과 기타 학습공간이 모자라 새로운 공간을 지었지만 이조차도 학생들이 따로 공부 등의 과외 활동을 할 수 있는 '캠퍼스'는 아니다"고 현실을 알렸다.

좁은 강의실도 문제지만 무엇보다 걱정이 되는 것은 양질의 교육이다. 대다수의 의대교수들은 대표적으로 해부학 수업을 꼽으며 교육 질 저하를 걱정하고 있다.

김인범 교수(가톨릭의대, 해부학교실)와 주경민 교수(성균관의대, 해부학교실)가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의대 2000명 증원에 따른 해부학 교육을 위해 카데바는 270구가 추가로 필요하다. 해부학 교수 역시 82명이 더 증원되야 한다.

현재 전국 40개의대에서 매년 약 450구의 카데바를 교육현장에 활용하고 있고, 카데바 한 구당 학생은 7.4명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조차도 한 구당 5.1명이 활용하는 미국 교육 환경보다 열악하다.

교육을 담당하는 교수들 조차 한 목소리로 교육의 질 저하를 우려하자, 의료계 내부에는 의대정원 증원 시기 전과 후로 의사를 바라보는 시각이 나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는다.

의료계 관계자는 "의대 교육은 임상과 실습 중심으로 이뤄지는데 적절한 대비 없이 무작정 늘린 인원에 대해 정상적인 교육이 이뤄질리가 만무하다"며 "이들이 졸업해 사회에 나오는 순간 그들의 실력을 의심하는 눈초리는 분명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면서 "지금도 국민들이 빅5 병원으로만 몰리는 현실인데 시간이 지나면서 쏠림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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