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6조 5000억원, 교수 4000명은 어떡하고? '순살의대' 현실화

[기획] 6조 5000억원, 교수 4000명은 어떡하고? '순살의대' 현실화

  • 김미경 기자 95923kim@doctorsnews.co.kr
  • 승인 2024.09.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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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기준도 '간당간당'…병상 증설 빼고도 6조 5000억원인데 이조차도
"대학원생 20명인데 교수 어디서 구하나"…1000명 뽑아도 문제라고?

ⓒ의협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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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일방적 의대증원 시계가 돌아간다

의료계의 '2025학년도 의대정원 증원 계획 백지화' 외침에도 내년 3월 신입생을 맞이하기 위한 정부의 일방적 시계는 돌아가고 있다. 다음 달 9일부터는 수시모집 원서 접수가 예정돼 있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나고, 학생들이 학교를 떠나면서 당장 '의료공백', '교육대란'이라는 부작용이 눈앞에 닥쳤다. 예견된 부작용에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도 학부모도, 현장에 남아있는 의사들도 불안만 커져간다. [의협신문]은 의대정원 증원의 파장을 다양한 관점에서 짚어본다.

[상] 의료계 시선집중, 주요변화평가가 뭐길래
[중] 입시 준비도 바쁜데, 수험생이 불안한 이유는?
[하] 집단 유급은 예정됐다? 돈도 없고, 교수도 없다

의학교육의 질을 떨어뜨리지 않는 것을 넘어 선진화를 꾀하겠다
예산 당국과 협의해 대규모 예산 증액을 '추진중'이다
2027년까지 의대교수 1000명을 늘리겠다

'순살'아파트, 뼈대가 없는 부실공사로 지어 끝내 사고가 난 아파트에서 파생된 말이다. 이 '순살'이란 수식어가 이젠 의대에 붙었다. 

의대 자체 추계에 따르면, 증원된 32곳 의대들이 2030년까지 필요로 하는 예산은 무려 6조 5000억원이다. 지난 16일 교육위·보건복지위 연석청문회에는 '6조 5000억원을 확보했느냐'는 질문이 쇄도했으나, 교육부는 끝끝내 뚜렷한 예산 규모를 말하지 못 했다. 온갖 장밋빛 미래를 그리지만 정작 구체적 계획이나 근거 없이 '순살의대'를 만든다는 질타를 받았다. 

증원된 의대들이 지원을 요청한 교육여건과 교육부의 지원방침을 나란히 살펴보면, '순살의대'는 현실로 다가온 것으로 보인다. 

■ 의대교육 선진화? 가르칠 공간도 없다!…'최소한'의 공간도 간신히

[의협신문]이 입수한 의대정원 수요조사 자료에는 급격히 늘어난 증원 탓에 마찬가지로 시급히 교육시설과 재원을 확충해야 하는 각 의대의 사정이 여실히 드러났다. 

심지어 증원되면 인당 교사기준면적(14㎡)조차 충족시키지 못하는 곳도 더러 있었다. 

의대 32곳의 증원분과 편제정원, 시설 연면적 등으로 계산했을 때 ▲충남의대(9㎡) ▲단국의대(10㎡) ▲강원의대(11㎡) ▲건국의대(11㎡) ▲순천향의대(13㎡) ▲한림의대(13㎡) 이하 6곳은 이대로 증원되면 교사기준면적에 미치지 못한다. 증원에 앞서 신축 또는 증축이 시급한 상태다.

△아주의대(14㎡) △충북의대(15㎡) △건양의대(15㎡) △동국의대(15㎡) △울산의대(15㎡) 5곳은 간신히 법정 기준을 넘긴 정도다. 

강원의대는 정부 수요조사 비고란에 "현재 재학 중인 학생을 위한 교육시설도 부족한 상황"이라며 "증원 전 신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전남의대는 학생 생활관에 5800㎡ 공간이 필요하다 했지만 용지 자체가 확보돼 있지 않다고 했다. 빠른 준공을 위한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나 국고지원 분율을 100%로 상향할 것을 요구하는 곳도 있었다.

ⓒ의협신문
의대 32곳 중 6곳은 증원이 이뤄진다면 인당 교사기준면적 법정기준에 미치지 못 한다. 5곳은 1㎡ 차이로 간신히 법정 기준을 넘기는 정도다. [그래프=김미경 기자] ⓒ의협신문

의대 건물과 시설비용, 교수 인력 인건비, 학생들을 위한 병원 임상실습시설과 실습 기자재 비용 등을 망라해 6조 5000억원이 나왔지만, 제대로 된 의학교육을 위해 필요한 재원은 그 이상이다. 실습의 질을 위해서는 증원분에 맞게 병상을 늘려야 하기 때문이다.

영남의대는 병원신증축을 위해 3000억원의 정책자금 도입을 추가로 요청했다. 49명에서 4배 이상인 200명으로 가장 많이 증원된 충북의대는 총 3634억원 예산을 써냈지만, 1000병상 추가 증설 시 필요한 예산이 8000억원이라고 첨언했다. 배장환 전 충북의대 교수는 연석청문회에서 "학회가 권고하는 실습 기준을 최소한으로 충족하기 위해서는 병상 증설까지 1조 2000억원이 필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즉 각 의대는 교육의 질 제고를 꾀하기는커녕 최소기준을 맞추기도 급급하고, 6조 5000억원으로도 양질의 교육은 충분치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교육부는 그 6조 5000억원 예산조차 보장하지 못 했다.

27일 발표된 교육부의 내년도 의대교육 관련 예산은 4877억원으로, 5000억원이 채 안 된다.

2030년까지 6년치로 봐도 연 5000억원이면 3조원, 요청한 6조 5000억원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내년도가 증원된 첫 해로 6년 중 다른 해보다 많은 예산이 필요함을 감안하면 턱없이 부족한 액수다.

■ 교수는 어디서 뽑나, 2027년까지 1000명? 당장 내년에 필요한 수

학생을 가르칠 교수를 확보할 수 있는지도 많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교육부는 2027년까지 전국 거점국립대 의대 교수를 1000명 늘리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전국적으로 증원이 이뤄지는데 교수 인력을 구할 수 있는지, 무엇보다 기초의학 분야 대학원생이 현재 20명 남짓인데 기초의학 교수를 맡을 인력풀이 존재할지 등 현실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의협신문
[그래픽=김미경 기자] ⓒ의협신문

설령 교수 1000명 채용에 성공한다고 해도 의학교육을 담보하기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증원된 의대들이 수요조사서에 요청한 교수 인력을 집계하면 당장 내년인 2025년에 필요한 교수가 900명이 넘는다. 2027년까지 필요한 교수는 2300명, 2030년까지 4000여명이다.

국립의대로 좁혀도 2027년까지 필요한 의대 교수는 1500명으로, 정부의 목표치인 1000명과는 1.5배 차이다. 지난달 10일까지 전국 의대 소속 수련병원에서 사직서를 제출한 1451명 교수 등 전문의 중 255명이 현장을 떠났음을 고려한다면, 필요한 교수 수는 더욱 많아진다. 

수업 거부를 이어가고 있는 의대생들의 전원 유급이 유력한 상황에서, 의학교육의 전망은 더욱 어둡다. 

거듭 학생들의 복귀를 종용하는 교육부 장관을 향해 개혁신당 이주영 의원은 "의학교육 관점에서, 전국 의대생의 전원 유급은 사실상 확정"이라고 지적했다. 

예과 80학점, 본과 160~200학점을 소화해야 하는데 1학기 수업을 듣지 않은 상황에서 남은 학기에 학습의 공백을 메꾸는 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해 교육 파행이라는 것이다.

이주영 의원은 "의대생들은 공강도 없이 연강을 한다. 2월 말에 일찍 개강하고 방학도 1년에 7~8주 정도로 타 대학보다 훨씬 짧다"며 "계절학기나 I학점으로 메울 수 없다"고 설명했다.

기존 의대정원 3058명에 1500명이 증원된 4558명의 학생이 25학번 신입생으로 입학하는 것에 더해, 기존 의대생 3000여명이 유급돼 함께 수업을 듣는다면 내년도 예과 1학년은 7500명에 달한다. 증원분만으로도 교육 파행이 점쳐지는 상황에서, 유급되는 학생들까지 더해져 내년도 의학교육 파행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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