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총 후 비대위 구성 부결 놓고 "집행부 면죄부 아니다" 질책
의료대란 책임은 '정부'에 있다는 점도 분명히 "현장 무시" 비판
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가 의대정원 증원 등 현안에 대한 투쟁체로 임현택 집행부를 한 번 더 지지하기로 했다. 다만 여태까지의 집행부 행보를 찬성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나아가 대의원회 차원에서 전공의와 집행부 사이 신뢰 회복을 위해 중재자 역할을 하겠다고 했다.
김교웅 대의원회 의장과 의장단은 지난달 31일 열린 임시대의원총회 직후 브리핑에서 이같이 밝혔다.
김 의장은 "현재 정부가 하는 일이 비상식적"이라며 "전공의가 왜 본래의 자리를 벗어났는지에 대해서는 논의가 되지 않고 있다. 집행부가 역할을 잘 수행하지 못했기 때문에 임총이 열리고 비대위 구성 안건이 나왔다"라고 운을뗐다.
이어 "전공의와 의협 집행부가 서로 의견 교환을 할 수 있고 회무에 반영해 의대정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대의원회가 중간 역할을 잘 해 나가도록 하겠다"라며 "박단 비대위원장도 의대정원 문제 해결을 하지 않겠다는 게 아니다. 중요한 것은 의료농단, 의대정원 문제에 대해 합심해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의원회는 임현택 회장을 향해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김 의장은 "(임현택 회장은) 행동면에서 만족시키지 못한 게 있다"라며 "아집 등이 있기 때문에 많이 개선돼야 한다. 이번 단식을 기점으로 많이 달라지길 바란다. 대의원회 차원에서도 주문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겉으로 보기에는 의료체계가 돌아가는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라며 "저수가 시스템 안에서 의대정원 문제를 원점에서 생각해보고, 증원이 필요하면 하는 게 원점에서의 논의"라고 잘라 말했다.
현재 나타나고 있는 의료대란의 책임은 '정부'에 있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박형욱 부의장은 정부 관할 하에 있는 '국립중앙의료원' 사례를 근거로 정부에 책임을 물었다.
국립중앙의료원은 1958년 320병상 규모로 개원했는데 10년 동안은 스웨덴, 덴마크, 노르웨이와 한국 정부가 공동 운영했다. 이 시가 국립중앙의료원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병원이었고, 아시아에서도 최고 시설을 자랑하던 곳이었다. 일본 의사들이 고난도 수술을 참관하러 올 정도였다.
국립중앙의료원 위상은 10년 후인 1968년 이후 달라졌다. 병원 운영권이 한국 정부로 넘어오면서부터다.
박 부의장은 "개원 당시만해도 국내 최대의 최고 시설을 보유한 병원이었는데 보건복지부가 관리 운영하기 시작하면서 세계 최고 병원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이름없는 당사자로 만든 게 보건복지부다"라며 "반면 민간 의료기관은 전세계 최고 병원으로 많이 성장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개혁의 대상이 개혁을 하겠다고 열심히 노력하는 의료기관을 비난하고 있다"라며 "대통령은 의료현장을 가보면 문제가 없다고 하는데 이 말 자체가 국민 생명을 우습게 여기고 현장을 무시하는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또 "현장에서 여러가지를 지적했는데 현장에 가보지도 않은 사람이 현장에 가보라고 하는 것은 정상적인 사고 방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렵다"라며 "민간의료기관과 협의하고 어떻게 바꿔 나가야 할지 차분히 설명을 해야 하는데 대통령이라는 이름으로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하고 있다. 그런 모습이 필수의료 붕괴를 가져왔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