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국민 설득 어떻게?" 젊은 세대에 초점, 의학회 협력 주문

"의료계 국민 설득 어떻게?" 젊은 세대에 초점, 의학회 협력 주문

  • 김미경 기자 95923kim@doctorsnews.co.kr
  • 승인 2024.09.10 08:04
  • 댓글 1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공정'과 '진영'이 의료사태와 관련? 이진우 의학회장 "사회배경, 소통 반영해야"
"학술·정책 역량 부족 절감"…"사태 이후 의료정책 선도하려면 노력 지속하자"

ⓒ의협신문
이진우 대한의학회장이 9일 의료윤리연구회 14주년 총회에서 강연을 맡았다. 의료계 소통의 현주소를 분석하고, 향후 의료계가 학술 및 정책 역량 계발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사진=김미경 기자] 의협신문

의대 증원 등 의료정책 추진에 국민 여론이 주효하게 작용하는 상황에서 대한의사협회, 대한의학회, 국회와 의대생까지 다양한 인사들이 모여 의료계의 대국민 소통 현주소를 되짚었다. 현 젊은 세대의 가치가 과거와는 달라졌음을 인식하고, 의료계에서 학회와 연계를 통한 학술적 역량 계발로 의료정책을 선도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이진우 대한의학회장은 9일 의료윤리연구회 14주년 총회에서 의료계를 향해 과거와는 달라진 시대적 가치관을 반영해 소통 전략을 구축할 것을 주문했다. 일례로 젊은 층에서 '공정'의 가치가 두드러지고 있다며, 이런 사회적 배경이 의대 쏠림으로도 이어진다고 봤다.

"요즘 20대 가운데 10%만이 안정적인 정규직 일자리를 갖고, 부모가 서울 소재 유명한 대한 출신이어야 자녀의 정규직 진입 확률이 높다고 한다"고 짚은 이진우 의학회장은 "과거 우리가 겪은 불평등은 단순한 경제력에 따른 불평등이었지만, 현 젊은 세대가 겪는 불평등은 부모의 경제력과 사회적 지위, 학력 등에 따른 복합적 불평등"이라고 말했다.

부모들이 초등 의대반 등 자녀 의대 진학에 전력투구하는 것은 번듯한 정규직으로 자리 잡기 힘든 사회인 반면, 의료계는 거의 완전고용이 이뤄지기 때문임을 이해하고 대국민 소통에 나서야 한다는 설명이다. 

진영 양극화 역시 고민해야 할 지점으로 짚었다. 이진우 의학회장은 "우리 사회는 진보와 보수가 극한으로 대립하다 보니, 양쪽에서 확증편향에 따라 각자의 신념을 굳히는 역화효과도 강하다"며 "어떤 전문가의 의견도 반영되기 어려운 구조로, 언론 역시 양 진영으로 분류돼 중도적인 메시지를 전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분석했다. 

의료계에서 감정적인 입장은 다반사로 나오는 것에 비해 학술적 근거나 데이터 발굴, 선제적인 의료정책 제시 등이 부족했다고도 돌이켰다.

이진우 의학회장은 "이번 의대증원 사태로 자료 생산 및 축적의 필요성을 절감했다"며 의학회는 △인력추계 검증 △기초의학 진흥 △전공의 수련환경 △지역의료 △필수의료 등 5개 분야에서 정책연구 TF를 구성했다고 부연했다. 의료정책 선도가 필요하다는 제안에 황규석 서울시의사회장은 "의사회 차원에서 한발 앞서서 정책대안을 내기에는 한계가 있기에 의학회에서 학술적인 부분에 도움주길 바란다"며 협력을 주문하기도 했다.

이진우 의학회장은 의료계의 자성을 촉구하면서도 의료계 대응의 중심은 의협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호오를 떠나 의사들을 대변할 수 있는 중앙회는 의료법상 대한의사협회라고 명시돼 있다"며 의협을 향해 "의대생과 전공의의 의견이 잘 반영될 수 있도록 열린 마음으로 상의하달과 하의상달 역할을 동시에 수행해달라"고 밝혔다.

ⓒ의협신문
(사진 왼쪽부터)임현택 대한의사협회장, 개혁신당 이주영 의원이 10일 의료윤리연구회 총회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김미경 기자] ⓒ의협신문

이날 총회에 참석한 임현택 의협회장은 "이 사태가 이렇게까지 완고히 지속될 거라고는 누구도 상상조차 못 했을 것"이라며 "정부는 사태 해결 의지는 보이지 않은 채 환자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의료진을 악마화하고 있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의협은 각자 다른 자리에 있는 모든 회원의 뜻을 아우르며 가야 하기에 쉽지 않지만, 의대생과 전공의, 교수들의 노력을 헛되이 하지 않기 위해 여러 방면으로 노력을 다하고 있다"며 "조속한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개혁신당 이주영 의원은 "우리(의료인)는 과학을 배운 사람이자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길을 실제로 찾아내야 하는 책무를 가진 사람들"이라며 개개인이 전문가로서 목소리를 내줄 것을 주문했다. 또 의대생과 젊은 의사를 향해 "여러분의 역할이 크다. 지금 정부와 국민이 기성 의사를 보는 프레임을 깨는 건 쉽지 않기에,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듯 새로운 가치관은 새로운 세대가 알릴 필요가 있다"며 "우리(기성 의사)와 함께 책임을 느끼고 함께 가 달라"고 독려했다. 

총회에는 의대생 단체인 '투비닥터' 소속 학생들도 자리했다. 한 의대생은 "사태 초기에는 댓글이나 반응 하나하나에 분노하고 상처받고 매우 불안했던 시간이었다"면서도 "지금은 오히려 의사라는 직업에 대해, 어떤 의사가 돼야 하는지를 진지하게 고민해 보며 더 성숙해지는 시간인 것 같다. 현 사태 역시 '조속한' 해결보다는 '해결'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이진우 의학회장은 "현 사태로 인한 상처는 언젠가 아물 것이나 흉터는 남기에, 이 흉터를 줄이고자 하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역경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면서 나오는 거대한 에너지가 혁신을 만들어낸다. 싸울 건 싸우고 협상할 건 협상하며, 제대로 된 정책을 만들어가고자 하는 노력을 이어가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관련기사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