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과학회 '피부건강의 날'…"피부과 전문의가 국민 피부 지킵니다"
진료과목 간판 표기 법규 위반·비피부과 의사 전문의 오인 행위 잦아
비피부과 의사 오진·치료 부작용 사례 속출…"진료 때 주의해야"
피부암·건선·아토피 등 중증질환 치료하는 필수의료 역할 재조명
비피부과 의사들이 피부과 진료를 하면서 간판 표기 법규 위반이나 피부과 전문의 오인 행위가 잦은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들은 피부과 전문의에게 진료받고 싶어하지만, 실제로 피부과 전문의와 비피부과 의사를 구분할 수 있는 경우는 절반에 그쳤다. 피부과에서 이뤄지는 중증 질환 치료에 대해서는 국민에게 제대로 알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대한피부과학회는 12일 웨스틴조선 서울에서 '피부과 전문의가 국민의 피부를 지킵니다'를 주제로 제22회 '피부건강의 날' 간담회를 열어 비피부과 의사들의 피부과 진료 남발의 문제점을 살피고, 피부암, 건선, 아토피 등 중증 질환을 다루는 필수의료로서의 역할을 재조명했다.
먼저, 비피부과 의사들의 피부과 진료 남발의 문제점과 필수의료로서의 피부과 역할에 대한 인식개선을 촉구했다.
강훈 대한피부과학회장(가톨릭의대 교수·은평성모병원 피부과)는 "비피부과 의사들의 피부과 진료행위가 남발되면서 쉽고 편한 질환이라는 잘못된 인식이 퍼져 있다. 비피부과의사들의 진료를 살펴보면 대부분 미용시술에 국한해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라면서 "최근들어 피부과가 폄훼되고 있다. 피부과가 의료질 하락과 의료시장을 왜곡시키고 의료환경을 황폐화시키는 주범으로 호도되고 있다. 피부과도 분명히 중증 질환을 다루는 필수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필수의료로서의 피부과 역할도 알려나가겠다는 의지다.
강훈 회장은 "피부과는 여러 중증질환을 치료하는 필수의료 과목으로서 오랜 교육과 훈련이 필요함에도 그동안 비전문가에 의한 치료가 지속되며 각종 부작용과 사고가 속출하고 있다"라면서 "피부과학회는 전문성을 바탕으로 피부질환을 가진 환자들이 올바른 진단과 치료를 통해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도록 전국민을 대상으로 지속적으로 피부 건강에 대한 인식 개선 캠페인을 전개하겠다"고 덧붙였다.
옳바른 의료개혁을 향한 기대도 옮겼다.
조항래 대한피부과의사회장은 "의료에는 면허제도가 있고 전문의제도가 있다.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다루기 때문에 전문성이 필요하다"고 전제하고 "학회와 의사회는 잘못된 의료개혁이 옳은 길을 향하는 번곡점을 만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피부과 전문의가 국민의 피부를 지키겠다. 긍정적 변화를를 위한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나는 피부과 전문의입니다(한태영 을지의대 교수·노원을지대병원 피부과) ▲피부과도 필수의료(이우진 울산의대 교수·서울아산병원 피부과) ▲피부과 의사를 거짓 표방하는 미용 일반 의사들의 행태와 문제점 및 대처방안에 대한 연구(윤석권 전북의대 교수·전북대병원 피부과) ▲비피부과에서의 오진 및 치료 부작용 사례(나찬호 조선의대 교수·조선대병원 피부과) 등의 발제가 이어졌다.
한태영 교수는 보건인력 현황과 피부과 전문의 자격 취득과정, 대한피부과학회의 국내외 학술활동에 대해 설명하고, 오랜기간 전공의 과정을 거쳐 자격을 얻은 피부과 전문의의 역량과 국제적인 활약상을 전했다. 또 2021년부터 시행 중인 '피부과 전문의' 인증마크와 피부과 전문의 병원 구별법에 대해 소개했다. 피부과학회 자체 설문결과 환자들은 피부과 전문의에게 진료받기를 원했지만, 병원 간판 표기 문제로 전문의가 있는 병원을 구별하지 못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우진 교수는 필수의료로서의 역할을 설명했다. 피부암, 건선, 아토피피부염 등 대한피부과학회 산하 15개 학회에 대해 설명하고, 피부과는 단순히 미용과 레이저 치료를 하는데 그치는 게 아니라 중증질환 치료를 통해 환자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필수의료라고 강조했다.
중증질환 치료에서 전문의 역할도 되새겼다.
이우진 교수는 "피부질환은 전신 중증질환과 관련성이 있으므로, 질환 초기에 피부과 전문의를 통해 쉽게 놓칠 수 있는 임상소견으로부터 중증 질환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게 중요하다"라면서 "피부과 전문의는 피부암, 자가면역 수포 질환 같은 중증질환을 진단하고 1차 치료법에 대한 역할을 담당한다. 피부과 중증질환에 대해 다른 전문과 전문의와 협진을 시행하고, 이런 경우 피부과 전문의가 중심적을 역할을 담당하고 치료계획을 수립한다. 또 쉽게 놓칠 수 있는 임상 소견에 대해 숨어 있는 중증 질환을 진단할 수 있는 전문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윤석권 교수는 지난 1월 17일∼2월 6일 진행한 피부과 의사를 거짓표방하는 미용 일반 의사들의 행태와 문제점, 대처방안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 설문에는 모두 280명의 피부과 전공의·전문의가 참여했다.
조사에 따르면 비피부과 의사들은 미디어 악용(88.2%)이나 진료과목 표시위반(72.9%), 불법 홍보(62.7%), 진료소견서 속이기(32.9%) 등을 이용해 피부과 전문의를 거짓표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비피부과 의사가 진료 후 발생한 부작용이나 사고는 '피부미용시술 부작용'(86.7%)이 가장 많았으며, '피부질환 부작용'(63.9%), '피부미용시술 사고'(47.6%), '피부질환 사고'(18%) 순이었다. 이런 현상에 대해 피부과 의사 대다수(95.7%)는 심각한 상태라고 답했다.
비피부과 의사가 피부과 전문의로 환자를 속이는 이유에 대해서는 '낮은 건강보험 수가'(66.4%), '무한경쟁'(53.9%), '쉽게 진단하는 경향'(52.1%) 등을 꼽았으며, 이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법규 개정이나 단속'(84.3%), '교육과 홍보'(76.8%) 등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바이탈과 의사 인력 부족사태와 의사들의 피부미용 시장유입 현상의 관련성에 대해서도 '그렇다'(91.8%)는 응답이 주종을 이뤘으며, 최근 의대증원 문제를 틈타 기승하는 한의사들의 불법 피부미용시술, 언론에서 피부과 의사나 피부과 의원이 아닌데도 '피부과'로 표현하는 것도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윤석권 교수는 "이 연구가 피부과 의료기관 이용 효율, 의료비 지출 개선 및 사고 예방과 의사의 정상적 배치를 저해하는 의대정원확대 반박에 유용한 자료로 활용되기를 기대한다"라면서 "불안전한 미용의료를 의사 외에 허용하려는 정책은 중단해야 한다"고 했다.
비피부과의사들의 진료로 빚어진 각종 폐해도 공개됐다.
나찬호 교수는 오진 및 치료 부작용 사례를 공유했다. 잠행 백선·옴진드기·기저세포암·흑색종·필러사고 등 비피부과에서 오진이나 잘못된 시술을 통한 사고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피부과 전문의는 이같은 질환에 대한 치료는 물론 비피부과에서 다루지 못하는 아토피피부염, 건선, 전두탈모 등 중증 난치성 피부질환 치료를 통해 피부질환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환자들의 삶의 질 개선에 주력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