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소환'된 전공의 대표들…"피의자 전환될까"

'급소환'된 전공의 대표들…"피의자 전환될까"

  • 김미경 기자 95923kim@doctorsnews.co.kr
  • 승인 2024.09.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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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년 뒤 소환, 10시간 조사 왜? 의협 전 비대위원 '참고인→피의자' 되기도
'피의자같은' 조사에 의료계 곳곳 우려…"협의체 생각하면 어렵다" 의견도

ⓒ의협신문
[사진=wirestock,freepik] ⓒ의협신문

전공의 사직 사태의 '교사범'을 찾아 반년여간 조사를 이어오던 경찰은 지난달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을 시작으로 빅5 각 병원 전공의 대표까지 소환조사했다. 의료계에서는 때아닌 전공의 소환을 두고 사직 전공의들이 피교사자를 넘어 피의자로서 전환될지 우려가 모인다.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는 보건복지부가 대한의사협회 전·현직 간부를 의료법 위반 및 형법상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고발한 사건을 지난 2월부터 조사하고 있다. 전공의들의 사직을 교사했다는 명목으로 지난 3월에는 의협 전현직 간부 5명을 압수 수색하고 당시 의협의 의대증원 저지 비상대책위원회의 위원들까지 소환조사했으나, 사직 당사자인 전공의 소환은 6개월여간 이뤄지지 않았다. 

그런데 지난달 5일, 박단 대전협 비대위원장은 돌연 경찰로부터 참고인 조사 출석요구서를 송달받았다고 알렸다. 박단 비대위원장 다음으로는 빅5병원 전공의 대표들이 10시간을 넘는 강도 높은 조사에 줄줄이 소환됐다. 

■ 박단 "피의자 조사 같았다"…의료계 우려 터져나와

하반기 전공의 추가모집이 1.4%라는 처참한 지원율로 마감된 7월 31일 직후 급작스러운 소환과 심야까지 이어지는 조사는 전공의들의 피의자 전환 가능성을 우려하는 주요인이다. 실제로 의협 전 비대위원 중 신기택 전 비대위원 등이 참고인 자격으로 조사 도중 피의자로 전환된 선례도 있다. 

의협 전 비대위 관계자는 "그간 수사가 의협 비대위와 전공의 사직의 연관성을 찾는 데 집중되긴 했지만, 전공의를 직접 수사할 계획은 없었던 것으로 안다"며 "여러 대책에도 대다수 전공의가 돌아오지 않자 정부가 전공의를 향한 직접적 압박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밝힌 바 있다. 전라남도의사회는 "경찰이 박단 비대위원장 조사를 피의자 조사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고 지난달 8일 규탄 성명을 냈다. 

박단 비대위원장은 8월 21일 경찰에 출석하며 "전공의들의 사직은 자발적이었고 사직서를 제출한 지 벌써 반년이 다 돼 가는데 이제 와 경찰조사를 받아야 하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고 밝혔다. 출석 이틀 후에는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조사가)생각하던 시나리오에 끼워맞춘다는 느낌을 받았다. 피의자 조사 같기도 했다"고 전했다. 

빅5 전공의 대표 경찰출석이 시작된 9월 5일에는 빅5 병원 산하 5개 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에서 "전공의 대표들을 소환해 10시간 넘게 피의자 다루듯 조사를 벌이고 있다"며 규탄 성명을 냈고, 이날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도 "자발적으로 사직한 전공의를 처벌한다면 전의료계와 연대해 투쟁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 "피의자 전환 가능성 늘 있었지만…협의체 고려하면 가능성 낮을지도"

사직 전공의들의 법률지원을 수행했다는 이유로 경찰에서 10시간가량 조사받았던 전성훈 변호사(법무법인 한별, 의협 전 법제이사)는 뒤늦은 전공의 소환과 관련해 "교사죄는 입증 과정이 번거롭기에 통상 공동정범으로 수사하는 경우가 많다"며 "피의자 전환 가능성은 이전부터 얼마든지 있었다"고 짚었다. "다른 전공의 1만명을 모두 소환조사하는 건 어려우니 만약 피의자 전환이 이뤄진다면 빅5 전공의 대표에서 그칠 것으로 보인다"고도 했다.

다만 여·야·의·정 협의체가 제안된 점과, 국민의힘 한동훈 당대표가 정부를 향해 "건설적인 논의가 진행될 수 있도록 전공의 소환조사 등 사법적 대응을 신중하게 해달라"고 요청한 점 등을 전공의 대표 피의자 전환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들었다. 

늦은 소환이 피의자 전환 신호가 아닐 수 있다고도 봤다. 교사 혐의를 조사할 때 실행자(사직 전공의)를 먼저 조사해 범죄 사실을 입증한 뒤에 교사자(의협 등 선배 의사)를 조사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교수나 의료계를 자극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전공의 소환을 계속 미루다 더는 미룰 수 없어 소환했을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장시간 조사는 "조사 내용 자체가 자신들이 이미 그려놓은 그림에 끼워 맞추곤 '맞느냐', '인정하라'고 수십번씩 하는 형태다 보니 조사시간이 길어진 것"이라고 전했다. 전성훈 변호사는 '법률지원단을 꾸려 사직 전공의들의 심리적 불안감을 없애 안심하고 사직할 수 있도록 심리적 방조를 한 것이 아니냐'는 질문만 수시간 동안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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