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예방접종 시행비 2020년 이후 제자리걸음...개원가 부담
가정의학과의사회 "사업 초기만 반짝 재정 투입, 정부 못 믿어"
인플루엔자(독감)와 폐렴 등 국가예방접종 시행비(접종비)가 수년째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의료계는 사업 초기에만 반짝 재정을 투입하고 이후에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며, 정부의 제도 운영 방식을 비판했다.
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는 22일 백범기념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이 밝혔다.
의사회에 따르면 국가예방접종 접종비는 2020년 1만 9010원, 2021년 1만 9220원, 2022년 1만 9420원, 2023년 1만 9610원, 그리고 올해 1만 9610원 등을 기록하고 있다.
접종비는 2020년 이후 매년 1%, 금액으로는 200원씩 인상되어 오다 올해는 동결됐다. 1% 인상률은 물가 인상률은 물론, 의료계에서 '쥐꼬리 인상' 비판을 받는 요양급여비용(수가) 인상률 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김성배 가정의학과의사회 총무부회장은 "지난 4년에 걸쳐 올려준 금액의 총합이 600원"이라면서 "국가 예방접종 시행에 따른 규제와 행정비용, 위험 부담은 매년 늘어나는데 접종비는 제자리라 개원가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접종비 인상률이 처음부터 이렇게 '짠물'은 아니었다. 2015년 1만 2150원이던 접종비는 매년 인상을 거쳐 2020년 1만 9000대에 진입했으나, 이후 큰 변화가 없다.
사업 초창기 접종비를 적극적인 유인책으로 사용했던 정부가, 사업이 안정기에 접어들자 수도꼭지를 잠궜다는 얘기다.
김 부회장은 "사업 초기에는 개원의사들의 참여와 진입을 유도하기 위해 정부가 적극적인 접종비 인상책을 썼다"며 "이후 접종의료기관의 숫자가 어느 정도 채워지자 그 때부터 비용을 사실상 묶었다. 신뢰를 저버리는 수가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안올려줘도 너무 안올려준다. 정도가 너무 심하다"고 토로한 김 부회장은 "예방접종은 공공보건의 필수적인 요소로, 국민 건강을 지키기 위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정상적인 운영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짚었다.
해답은 접종비 현실화다. 의료기관들이 국가접종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유인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강태경 가정의학과의사회장은 "겨울철 인플루엔자·코로나19 유행에 대비해 접종이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코로나19 예방접종의 경우 의료기관이 적극적으로 설득해서 해내야 하는 상황인데 최소한의 유인도 없다"고 지적하고 "정부가 적극적인 지원과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