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사태' 블랙홀? 국회 입법조사처 PA·특사경법 등 민감 현안 꼽아
청문회로 의료대란 발 담근 교육위, 의료교육 현장 점검 나선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오는 10월 7일 보건복지부·질병관리청을 시작으로, 국정감사를 시작한다. 해결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는 '의료대란'이 메인 이슈가 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이번엔 '원인·책임 추궁'보단 해결책 모색에 중점을 둘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 보건복지위는 지난 26일 전체회의에서 2024년도 국정감사계획서를 의결, 채택했다.
국감 메인 이슈를 엿볼 수 는 '증인·참고인' 명단은 아직 채택되지 않았는데, 공식 행보를 보이지 않고 있는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이 증인으로 참석할 가능성이 높아 보이면서 이목이 쏠린다.
올해 국감은 반년 넘게 장기화하고 있는 '의료 대란' 속에서 열리게 됐다. 최근 여·야가 중재를 위한 협의체 구성을 제안하고 나섰지만 정부가 2025학년도 의대 정원 조정 등 의제에 대한 제한을 못 박고 나서면서, 진도가 나가지 못하고 있다.
국감이 3번째 청문회? '책임 추궁보단 해결책 모색'에 무게둘 듯
보건복지위원회는 앞서 '의대 증원'으로 촉발된 의료사태를 주제로 한 청문회를 두 차례 진행했다. 당시 위원들은 사태가 촉발된 원인과 책임 추궁에 무게를 뒀다. 의대 증원에 대한 과학적 근거, 정책 결정 과정, 의대 증원 분배 과정 등 대부분 '원인'에 집중했던 것.
일각에서는 올해 국감 역시 3번째 청문회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지만, 이번엔 초점을 달리할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 두 차례 국회 청문회를 통해 의대 증원 결정 과정이 불투명했고, 비과학적이었음이 반복적으로 드러났기 때문.
더불어민주당 조원준 수석은 "2000명 숫자 절차 과정의 문제는 어느정도 규명됐다고 본다. 아무것도 없었고, 근거로 제시할만한 것도 없었다는 것은 국민 모두가 공감하는 부분일 거다. 사실 규명에 에너지를 너무 많이 쏟을 필요가 있나 싶다"고 말했다.
"의대 정원 배정에서도 역시나 엉망이었구나, 행정주의적이었고, 비밀주의었으며 공개될 수 없는 부분이라는 것은 이미 청문회에서 확인됐다. 정원 결정과 분배로 돌아가서 사실관계를 규명하는 방식으로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국감 증인으로 전공의 대표를 논의하고 있다는 점 역시, 해결책 모색의 노력이 엿보인다. 여·야 복지위 관계자에 따르면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번 국감에서 증인으로 채택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전공의 복귀는 현 의료대란 해결 모색의 핵심. 그간 여·야를 막론한 복지위 위원들이 박 위원장을 청문회에 세우고자 노력했던 이유였다.
박단 위원장의 국감 출석이 이뤄질 경우, 국회 차원의 조정과 협상 가능성에 대한 질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만약 정부와 박 위원장이 일정 부분의 협의 가능성을 보일 경우, 국회는 이를 기반으로 중재 역할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의료사태' 블랙홀? 국회 입법조사처 PA·특사경법 등 민감 현안 꼽아
모든 이슈가 '의료사태' 블랙홀에 묻힐 것이란 우려도 나오지만, 국감이 오랜 시간 이뤄진다는 점에서 주요 의료현안 역시 다뤄질 전망이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2024년도 국정감사 이슈분석'에서 최근 국회 문턱을 통과한 간호법안과 관련된 'PA 시범사업의 형사법적 보완' 문제와 의료계 반발을 사고 있는 공단 특사경법과 관련된 '불법개설기관의 부당청구금액 환수실적 개선'를 주요 이슈로 꼽았다.
간호법안은 지난 8월 28일 다수의 보건의료단체의 반발에도 불구, 전공의 공백을 PA로 메꾸겠다는 정부의 의지와 맞물려 국회를 통과했다.
법안에서는 PA 자격 부여 기준과 범위, 안전판, 책임소재 등을 전혀 정리하기 못했다. 어떤 사람에게 어디까지의 업무를 부여할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진행되지 못한 것이다.
입법조사처는 "의료인의 업무범위는 가급적 시범사업이 아닌 법령의 형식으로 규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법령의 불비를 방치하고, 시범사업에 의존하는 것은 장차 수많은 법적 분쟁을 야기할 소지가 있다. 의료법령에 의료행위의 정의에 대한 명시적 규정을 두고, 법령상 의료인의 업무범위를 보다 구체적으로 규율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정리했다.
간호법에 이어 의료계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공단 특사경법 역시 주요 이슈로 꼽였다.
공단 특사경법은 국민건강보험공단 임직원에게 특별사범경찰권을 부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공단에서는 불법의료기관에 대한 환수실적의 부진을 특사경법으로 개선할 수 있다며 국회에 지속적으로 도입을 요청 중이다.
의료계는 수사권 남용 우려, 공단 전문성 부족, 절차주의적 사요 역행 등을 문제로 짚으며 반대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23일 "대등해야 할 보험자와 공급자의 관계가 왜곡될 가능성이 높다"며 "의료기관 대상 조사를 빌미로 하는 임의 절차마저도 심리적 압박으로 인해 사실상 강제 수사처럼 변질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입법조사처 역시 공단 특사경법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입법조사처는 "비공무원에 대한 사범경찰권 부여 사례를 참조할 때, 공단 임직원의 전문성과 사안의 긴급성, 불가피성이 인정되는 것이 선결과제"라며 "수사권한 부여의 불가피성에 대한 공감대가 먼저 확보될 필요가 있다"고 정리했다.
청문회로 의료대란 발 담근 교육위, 의학 교육 현장 점검 나선다
의대 증원은 당장 내년 진행될 의학교육 부실문제로 번지고 있다. 전국적인 의대생 '수업거부'와 2025학년도 의대 증원으로 인해, 내년부터 7500명이 동시에 교육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다가오고 있는 것.
의대생 복귀를 위한 정부의 가이드라인이 역시 전혀 효과를 거두지 못하면서, 의학대학은 학사 운영부터 대규모 인원 수업 대비까지 혼란을 겪고 있는 양상이다.
국회 교육위원회는 지난 8월 16일 보건복지위원회와 함께 '의대 정원 증원에 따른 의과대학 교육 점검'연석 청문회를 열고, 의료 사태 이슈에 발을 담갔다.
이번 국감에서도 '의료 사태'로 인한 의학교육 점검은 주요 이슈 중 하나로 자리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 교육위원회는 9월 24일 전체회의를 열고, 2024년도 국감 계획서를 채택했다. 교육위 국감은 10월 8일부터 24일까지로 감사 대상을 교육부 등 70개 기관이다.
이번 교육위 국감은 2개 감사반을 구성, 현장 시찰을 진행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의학교육 현장 실사에서는 의학교육의 질을 담보할 수 있는 '최소한'의 공간과 교원 확보 여부 등을 중점적으로 살필 것으로 예상된다.
교육위는 17일,18일 2일간 지역 소재 교육청, 국립대학, 대학병원 등을 각각 감사할 예정이다.
17일에는 전남대학교, 전북대학교, 제주대학교, 전북대병원, 전남대병원, 제주대병원 경북대학교, 강원대학교,경북대병원, 강원대병원, 경북대치과병원, 강릉원주대치과병원에 대한 의학교육 현장 시찰을 진행한다.
18일에는 충북대학교, 충남대학교, 충북대병원, 충남대병원, 부산대학교, 경상국립대학교, 부산대병원, 부산대치과병원, 경상국립대병원을 살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