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추경호 원내대표 '정신질환 의료인 현황' 공개 놓고 갑론을박
정신의학과의사회 "정신과 진료이력≠법적 결격사유, 오해 불러"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가 최근 '정신질환 진단 의료인 현황' 자료를 내놓으며, 의료인 자격검증 절차 강화를 주문하고 나서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자료의 내용, 해석의 적절성은 물론 자료 발표 시기 등을 놓고 뒷말이 나온다.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는 1일 성명을 내어 해당 자료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앞서 추 원내대표(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지난달 29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정신 질환 진단을 받은 의료인 현황' 등을 제출받아 분석한 결과 2019년부터 5년간 연평균 6228명의 의사가 정신질환 진단을 받았으며, 이들에 의해 진료와 수술 건수가 연 평균 2799만건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추 대표는 "현행 의료법상 정신질환자와 마약 중독자의 경우는 의료인이 될 수 없도록 규정돼 있으나 자격검증을 위한 구체적인 법적 절차가 마련되지 않아 사실상 방치 상태"라며 "자격검증 절차를 조속히 마련하고 국민이 안심하고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는 내용상 오해를 부를 수 있는 부분이 있고, 정신건강에 대한 편견 조장과 치료 기회 박탈 위험 등의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첫째, 자료 해석의 적절성이다. 인용된 자료는 심평원에 청구된 상병 코드만을 바탕으로 취합된, 엄밀히 말하자면 의사들의 정신의학과 진료 이력이다. 이들이 법률상 의료인 결격사유에 해당하는 정신질환자에 해당하느냐는 얼밀히 다른 문제다.
정신의학과의사회는 "법률적 의미의 정신질환자는 단순히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진단명을 부여받는 것이 아니라 정신건강복지법에 따른 정신장애 또는 금치산자, 한정치산자 정도의 능력 장애를 의미한다"며 "단순하게 정신질환으로 치료를 받은 경력을 문제삼아, 직업 수행에 제한을 해야 한다는 등의 주장은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위반하는 부당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둘째 자료 수집의 적절성도 문제라고 했다. 당사자의 동의도 없이 심평원이 의료인 정보를 보유하고 있는 점을 이용해 통계를 추출한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다.
정신의학과의사회는 "최근 5년 정신질환을 진단받은 의료인 현황을 조사했다고 하나 의료인이 되는 시점에서의 자료도 아니고, 개인정보 제공에 대해 동의를 받지 않은채 추적조사를 했다고 한다"며 "만약 의료인의 정신질환 실태에 대해서 조사를 할 계획이었다면, 해당 의료인에게 동의를 받거나, 일부 국가처럼 전원에 대한 선별 검사를 제공해 이를 바탕으로 했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셋째는 시기의 민감성이다. 또 다른 의사 악마화 작업과 다름 아니라는 지적이다.
정신의학과의사회는 "설령 의료인의 정신건강에 대한 문제 제기가 올바른 측면이 있다 하더라도, 왜 하필 이 시점이냐"면서 "결국 의사들은 문제가 많다는 식의 악의적 프레임을 씌워 현재의 의료대란에 대해 조금도 타협하지 않는 정부의 불통과 황당한 정책을 어떻게해서든 합리화해보려는 저의가 있는 것은 아닐지 우려된다"고 했다.
이어 "자격없는 의료인에 대한 자정작용이 필요하다면, 무조건적인 악마화보다는 전문가 집단 자체에 자정 작용의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