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만 인프라 붕괴 속 인력난 더 가속화...산과의원 재취업도 드물어
산부인과의사회 "의사 처우개선, 분만의료기관 지원 등 대책 시급"
내년 산부인과 레지던트 임용 대상자가 전국 38명에 그치는 것으로 파악됐다. 사직한 전공의 중 산부인과 의원으로 재취업, 그나마 산과 의료현장에발을 딛고 있는 인원도 48명에 불과해 "산부인과 의사의 씨가 마를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하는 분위기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13일 롯데호텔서울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 같은 현황을 밝혔다.
산부인과의사회는 "대한민국 의료계는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으로 인해 심각한 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특히 산부인과는 내·외·산·소 중 가장 심각한 인력 부족 현상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의사회에 따르면 현재 의료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전공의는 474명, 이 가운데 산부인과 전공의는 38명 뿐이다. 실제 의료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인력에 턱 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사직한 전공의 가운데 산부인과 의원으로 재취업한 인원도 48명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대다수 산부인과 전공의들이 산부인과 진료현장을 떠났다는 의미다.
산부인과의사회는 "산부인과 의사의 씨가 마를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면서 "산부인과 인프라 붕괴를 막기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분만 의료현장을 떠나는 것은 전공의 뿐 아니다.
보건복지부에 에 따르면 분만 가능한 산부인과의 숫자는 2018년 555곳에서 올해 425곳으로 130곳이 줄었다. 전국 250개 시군구 가운데 22곳은 산부인과가 아예 없고, 산부인과가 있더라도 분만실이 없는 지역이 50곳에 이른다. 전국 기초지방자치단체의 30% 가까이 분만실이 없는 셈이다.
대학병원의 현실도 녹록치 않다.
대다수 대학병원에서 산부인과를 담당하는 교수의 숫자는 1∼2명에 불과하며, 이들의 62%가 한 달에 6∼10회 이상 당직을 서는 등 혹독한 근무환경에 시달리고 있다.
그에 따른 보상은 낮고 소송의 위험은 높다.
의사회에 따르면 건강보험 진료에 따른 산과 원가 보전율을 61% 수준이나, 산과 소송은 늘어나고 있고 최근에는 10∼15억원에 이르는 고액배상도 흔해지는 추세다.
산부인과의사회는 "산부인과의 위기는 단순히 의료계의 문제를 넘어 대한민국 사회 전체의 문제"라며 "저출산 문제 해결과 국민 건강 유지를 위해 정부는 산부인과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의사회는 "산부인과 의사 처우 개선, 분만 의료기관 지원, 의료 사고에 대한 보험 지원, 저출산 문제 해결 등 다각적인 정책을 통해 산부인과 위기를 극복해야만 대한민국의 미래를 지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