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평원 기준 맞춰 수가 청구한 의료기관 47%가 '자생'
강중구 원장, 의혹에도 "가이드라인 제정 필요 없다"
자생한방병원이 첩약 급여 시범사업 등 정부 정책에서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거듭 제기되고 있다. 자생한방병원은 이원모 전 대통령실 인사 비서관의 장인인 신준식 이사장이 운영하는 곳으로,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과 자동차보험 기준 마련에서 유리한 조건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자생한방병원은 지난 7일 보건복지부 대상 국감장에서 첩약 건강보험 적용 시범사업에 대한 특혜 의혹이 불거지면서 본격 조명받았다. 이번엔 자동차보험에서의 혜택 제공과 함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관여 의혹이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전진숙 의원은 1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대상 국정감사에서 "심평원이 자동차보험 진료 수가 적용 기준을 자생한방병원에 유리하게 손질했다"는 취지로 가장 먼저 의문을 제기했다.
심사평가원은 6곳의 인증원 탕전실에서 만든 무균·멸균 약침액만 수가로 인정키로 했다. 해당 결정이 이뤄진 5월 14일 회의에는 신준식 이사장의 사위인 이진호 자생한방병원 원장이 한방병원 대표 자격으로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인증 원외탕전실 등록 후 약침을 청구한 의료기관 중 자생한방병원이 47%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이다.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의원은 "국토교통부는 고시를 통해 객관적으로 입증된 무균·멸균 약침액을 사용한 경우에 진료 수가를 인정하고, 특정 기술의 채택이나 인증 여부에 한정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행정 해석을 내놨다"며 "한의사협회가 안정성 가이드라인 제정을 요청했지만 심평원은 6곳의 인증원 탕전실에서 만든 약침만을 수가로 인정하게 했다"고 지적했다.
강선우 의원은 강중구 심평원장과 윤석열·김건희 부부의 개인적 친분을 강조하며 자생한방병원 특혜에 심평원장 역시 연관됐을 것이란 의혹을 조명하기도 했다.
강선우 의원은 강중구 심평원장에 "재산 신고에서 빠져서 논란이 됐던 김건희 여사 목걸이와 관련해, 당시 김건희 여사는 지인에게 빌린 것이라고 했다. 그 목걸이가 혹시 원장님 아내 것이 아니냐?", "자제분이 윤석열 후보 캠프에서 일했고, 현재 대통령실 공직기관 비서실에서 자생한방병원 사위인 이원모 비서관과 함께 근무 중이 아니냐?", "윤석열 대통령 주치의 하마평에 오른 한승한 세브란스 안과병원장과의 관계가 어떻게 되느냐?"며 대통령 부부와의 커넥션 의혹을 제기했다.
강중구 심평원장은 "목걸이는 아내의 것이 아니다. 딸은 민정수석비서관에서 일하고 있고, 이원모 공직비서관과는 일한 적 없다. 윤석열 대통령 대선 캠프에는 학교 추천으로 들어갔다. 한승한 교수와는 선후배 사이"라고 답했다.
강선우 의원은 "강중구 원장의 여러 사적인 인연이 대통령실과 무척 가깝다"며 지난 7일 복지부 국감에서 첩약금여화 시범사업에서의 자생한방병원 특혜 의혹을 제기 사실을 상기했다.
강선우 의원은 당시 자생한방병원이 유일하게 처방하는 '청파전'이 지난 3월 첩약 건강보험 적용 2단계 시범사업에 추가 포함됐음을 짚었다.
대한한방병원협회가 '하르파고피툼근(천수근)' 등 5개 한약재에 대한 의견을 제출했는데, 해당 협회는 자생한방병원 신준식 재단 이사장이 회장으로 있는 협회인 것으로 나타났다.
강선우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4월부터 8월까지 하르파고피틈군을 청구한 병원의 99.6%가 자생 계열 한방병원과 한의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21곳에서 '천수근'으로 7355건을 청구한 것이다.
자생 계열 병원에서 지급된 한약재 비용은 총 3억 7770만 원으로 전체 금액 3억 7899만 원의 99.7%를 차지했다.
강선우 의원은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 곳곳마다 자생 한방병원 관련자들이 다 껴 있다. 자생한방병원과 대통령실이 서로 얽혀 경제공동체로 보일 지경"이라며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안정성·형평성 모두 만족시키는 가이드라인을 심평원이 제정을 해야 된다. 심평원에서 가이드라인 제정할 계획이 있는가?"라고 물었다.
강중구 원장은 "필요하다면 재정은 하겠지만, 사실과 많이 다르다. 대부분이 원외 탕전실이 인정받은 데에서 사용을 하고 있고, 한 4%정돠 안쓰고 있다. 굳이 할 필요가 있나라는 생각"이라면서 "국토부와 생각이 다를 수 있기때문에 협의해 보겠다"고 답했다.
더불어민주당 서영석 의원도 첩약 2단계 시범사업과 약침에 대한 특혜 의혹을 다시 한 번 거론하면서 "복지부 장관도 감사하겠다고 했다. 국토부와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협의체를 구성하겠다는 말도 했다. 심평원장은 마치 아무런 관련성이 없는 것 처럼 말한다"며 "심평원이 의사결정을 했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생긴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강 원장은 "국토부에서 무균·멸균 약침을 인정한다고 했는데 특정 기술에 한정하는 것은 아니라는 해석 때문에 혼란이 생겼다. 심평원은 복지부에서 한의학진흥원으로부터 인정받은 것과 식약처에서 GMP 인정평가 기준을 통과한 것을 인정해야겠다고 의견이 충돌한 것뿐"이라면서 의혹을 거듭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