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목소리 유일하게 내는 박단·임진수 "대표성 없더라도…"
"납득할 만한 결과 만들기 위해 구체적인 메시지 필요" 주장도
전공의와 의대생이 의대정원 등 정부의 일방적 정책 강행으로 배움의 터전을 떠난 지 8개월이 넘어가면서 이들 내부에서도 보다 구체적인 메시지를 내고 어떻게든 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2월 전공의와 의대생이 제시한 7대, 8대 요구안을 계속 끌고 가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시선이다. 다수의 전공의와 의대생이 앞으로 나아갈 길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어찌 됐든 이들의 판단을 도와줄 수 있는 메시지가 있어야 한다는 것.
그 중심에는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과 임진수 대한의사협회 기획이사가 있다. 임 기획이사는 외과 1년 차 수련을 받다가 이번 사태로 병원을 나온 사직 전공의이기도 하다. 두 사람 모두의 대표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선이 있지만 지난 2월 이후 대외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는 유일한 인물이다.
박단 비대위원장은 개인 SNS를 통해 현 사태에 대한 메시지를 꾸준히 내고 있다. 최근에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발 여·야·의·정 협의체 출범이 급물살을 타는 분위기가 만들어지자 참여 거부 의사를 재차 밝혔다. 23일에는 "대표성을 일부러 주장할 생각은 없다"면서도 "대전협은 여전히 존재하고, 위원장으로서 사직한 전공의의 권익 보호를 위해 마저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고 의지를 보였다.
임진수 이사는 의협 임원으로서 다양한 통로를 통해 사직 전공의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박 위원장과는 달리 어떤 형태로든 정치권, 정부와 대화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임 이사는 스스로 전체 전공의를 대표하지 않는다고 말하며 "자발적으로 전공의는 사직서를 냈고, 의대생은 휴학했다. 이들은 납득할 만한 결과가 있으면 복귀할 것"이라며 "납득한 결과를 얻으려면 누군가는 나서서 대화라도 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박 위원장의 게시글에도 "대표성을 주장할 생각이 없다"라며 "각자 제 위치에서 자발적인 사직을 한 전공의의 의견을 수렴하고 의료계 미래를 위해 노력하면 될 것 같다"고 댓글을 달았다.
일방적 정부에 '신뢰' 잃은 젊은의사들, 그럼에도…
그렇다면 실제 다수의 의대생과 전공의들은 8개월이 지난 현재 어떤 분위기일까. 이들은 정부의 변함없이 일방적인 정책에 이미 '희망'을 잃은 상태다. 정부에 신뢰가 없는 상황에서 정치권과 대화해봤자 얻을 게 없고, 정부와는 대화 자체가 가능할리 없다는 입장이 지배적이다.
그럼에도 복귀를 결정할 수 있는 메시지나 새로운 대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어느 누구보다 현 사태를 끝내고 복귀를 희망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전제 조건은 정부의 전향적인 태도변화.
충청권 한 의대 예과 2학년 학생은 "의대생은 안정적인 시스템, 비전문가가 흔들 수 없는 시스템이 만들어지길 바란다"라며 "2월에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가 제시한 8대 요구안으로만 버티기에는 너무 많은 시간이 지났다. 이제는 훨씬 세고 구체적인 안을 내야 할 시점"이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의대생은 정부 불신이 강하다. 여야의정 협의체에도 정부가 끼어 있으니 싫다고 할 정도"라며 "정치권과 대화를 해 법률로 정부가 일방적으로 정책을 펼칠 수 없도록 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지방대병원 한 사직 전공의 역시 정부의 변화가 없으면 어느 누구와 대화를 하더라도 답이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정부는 시간만 끌면 전공의든 의대생이든 돌아올 것이라고 전제하고 이야기하는데 주변 동료들은 그냥 자연재해를 당했다고 생각하고 있다"라며 "자연재해가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상황이고, 재해 속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마음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또 "대통령의 태도변화 등 이번 사태의 전환점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라며 "의협도, 대전협도 문제 해결의 분위기가 왔을 때 대응하기 위해서는 어젠다를 계속 제시해야 한다. 이때 정부 반응에 따라 전공의 동향은 바뀔 것이다. 의협과 대전협 역할은 어젠다를 계속 사회에 던지는 것이고 여기에 어떻게 반응할지는 전공의의 몫"이라고 말했다.
정부 정책에 반대하며 개인의 선택으로 사직서를 내고 휴학을 신청했다면, 이제 돌아가는 선택을 위한 계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수도권 대학병원에서 일하다 사직한 전공의는 "대한전공의협의회가 있지만 사실 전공의에게 앞으로 계획이 전혀 공유가 안되고 있다. 사실 계획이 있는지도 모르겠다"라며 "1년이라는 시간을 지나왔는데 결론없이 내부적으로 잡은만 일어나는 모습이 보기 좋지만은 않다. 의미없이 시간을 보낼 바에는 차라리 내년 3월에 돌아가겠다는 의견도 있다"고 털어놨다.
이어 "정책을 만들고 법을 만드는 주체와 이야기라도 해보고 그들이 어떤 계획, 생각을 갖고 있는지 들어라도 봐야지 병원으로 돌아갈지 선택이라도 할 수 있지 않을까"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