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함께 하는 진료체계 회복…돌아올 수 있는 계기 만들어야
수가인상·의료사고 사법리스크 해결·삶의 질 제고 등 비전 제시
소아 중증 질환 전문진료질환군 편입·상종 인증기준 반영 필요
소아중환자실 지원·배후진료 마련·어린이건강기본법 제정 시급
"소아청소년과는 위태로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대가 끊기고 소멸을 걱정할 상황입니다. 더 큰 문제는 의대 정원 문제가 해결되도 회복을 자신할 수 없습니다. 필수의료에 몸담겠다는 젊은 의사들에게 비전을 제시해야 합니다. 한시가 급합니다. 정부는 전공의들이 돌아올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야 합니다."
"가장 큰 문제는 수가입니다. 의료사고에 대한 사법 리스크도 해결해야 합니다. 중증도가 높은 질환은 전문진료 질환군에 편입시켜야 합니다. 상급종합병원 인증 평가에 소아의료를 반영해 병원내에서도 소청과가 인정받아야 합니다. 지원책은 많이 나왔지만 현장에서 느끼는 정도는 미진합니다. 상급종합병원도 소아청소년과를 유지하기 어렵습니다. 빠른 조치가 뒤따르지 않으면 명맥을 유지할 수 없습니다."
힘들고 아픈 토로가 이어졌다. 올해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시험에는 26명이 응시했다. 대가 끊길 지경이다. 무엇보다 선제적이고 조속한 대책이 나와야 한다는 데 얘기가 모아졌다.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는 24일 제74차 추계학술대회(24∼25일) 기간 중 간담회를 열고, 주요 현안 소개와 함께 소아청소년과를 살리기 위한 조속한 정부 지원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김지홍 이사장(연세의대·강남세브란스병원), 이기형 회장(고려의대·고려대안암병원), 김한석 기획이사(서울의대·서울대어린이병원/차기 이사장), 강훈철 학술이사(연세의대·세브란스어린이병원), 문진수 대외협력이사(서울의대·서울대어린이병원), 이진아 홍보이사(울산의대·서울아산병원) 등이 참석했다.
김지홍 이사장은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정부의 지원 계획이 나오고 있지만 실질적은 지원은 미진하다. 위태로운 상황을 근근히 버텨보지만 소멸을 걱정해야 할 상황"이라면서 "필수의료인 소청과에 몸담겠다는 의지를 지닌 젊은 의사들에게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그들이 돌아올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기형 회장도 "지금 이대로라면 전공의들의 복귀는 어렵다. 가장 큰 문제는 수가다. 의료사고에 대한 사법 리스크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삶의 질도 중요한 이슈"라면서 "빠른 조치가 이뤄지지 않으면 소청과는 명맥을 유지하기 어렵다. 필수의료에는 결국 사람이 필요하다. 절대적으로 부족한 스탭을 어떻게 늘릴지 정부가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안일한 상황 인식도 전해졌다.
김지홍 이사장은 "정부는 최근 지방 국립대 소청과에 교수 티오를 늘려줬다. 그런데 그 뿐이다. 티오만 늘려주면 뭐하나. 결국 아무도 지원하지 않았다. 지방에서 근무하면서 차별화된 보상없이 누가 지원하겠나. 무책임한 처사"라면서 "올해 소청과 전문의시험에 26명이 응시했다. 내년에는 그마저도 없다.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24시간 운영되는 소아중환자실에 대한 지원도 요청했다. 적어도 10명 이상의 전문인력이 필요하다. 현실은 5명 안팎이다.
강훈철 학술이사는 "소아 중증난치질환 진료를 담당하는 소아중환자실에 대한 지원이 시급하다. 지금은 턱없이 부족하다. 보상체계도 없고 모순도 많다. 대형병원도 기껏해봐야 교수 2명, 전임의 1명이 중환자들을 책임진다"라면서 "그동안 만족스럽지 않지만 신생아실은 수가를 인상했고, 소아응급의학과는 정부와 서울시에서 지원금을 내놓고 있다. 적어도 신생아실, 소아응급의학과 정도의 지원이 소아중환자실에도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지홍 이사장은 "소아중환자실은 전국에 5곳뿐이다. 소아의료 수가가 조끔 씩 오르고 있는데 그 정도로는 안 된다. 특별지원금 없이 약간의 수가 상승만으로는 운영이 안 된다. 응급실 이후 배후진료가 이뤄지지 않는다. 권역별로 주요 기간 병원들에는 소아중환자실을 설치해야 한다"라면서 "중환자실은 중환자의학 전문의가 담당해야 한다. 앞으로 더 늘어야 하는데 인력을 늘릴만한 규모의 경제가 안 된다. 국가가 지원해야 한다. 인력 확보가 급선무다. 모두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기형 회장도 "신생아 중환자실의 환아들은 퇴원했다가 다시 나빠질 경우가 잦다. 사망확률도 높다. 소아중환자실은 진료는 소아의료의 질적 기준이 된다"라면서 "초저출생시대에 태어난 아이들을 위해 최대한 지원해야 한다. 의료사각지대에 놓인 아이들을 위한 고민도 이어가야 한다. 어린이건강기본법 제정도 서둘러야 한다. 어린이 건강을 국가와 지역사회가 책임진다는 선언"이라고 했다.
소아청소년 의료 수준의 질 저하도 우려했다.
문진수 대외협력이사는 "구조적 문제도 있다. 한 해 100만명 이상 태어나던 시절의 구조가 신생아 20만명시대에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구조 재편을 고민해야 한다"라면서 "세계 250대 어린이병원에 국내 병원 29곳이 등재돼 있다. 그동안 의료진의 노력으로 높은 수준의 의료 질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10년 안에 교수들이 은퇴하고 나면 급격히 무너질 수 있다. 도움이 필요하다. 지원이 있어야 의료 인프라가 유지된다"고 지적했다.
김지홍 이사장은 "최근 호흡기 중증 치료에 대한 필수의료 현황조사를 했다. 진료 능력이 30%정도가 줄었다. 최고난도의 중증치료 역량을 갖춘 병원이 100곳이었다면 70개로 줄어들었다는 의미다. 치료 역량이 미치지 못하니 환자들을 다른 병원으로 보내게 되고 대형병원으로 몰린다. 실제로 서울의 중증질환 시술은 늘었지만, 지방은 줄었다"라면서 "중증환자 숫자가 케어 수준을 넘어서면 곧바로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다. 전문의만으로 안 된다. 전공의가 함께 진료할 수 있는 체계를 빨리 회복해야 한다. 전공의가 배제된 상태에서 입원전담전문의, 전문간호사만으로는 버틸 수 없다"고 강조했다.
'초저출생 사회에 대응하는 소아의료체계의 안정화와 발전 전략'을 주제로 23일 진행한 정책 워크숍에 다룬 내용도 소개했다.
이진아 홍보이사는 "의정갈등 상황이전부터 대두된 소아의료체계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에 대해 학회 및 정부기관 담당자들이 깊이 있는 논의를 진행했다"라면서 "소아의료체계의 새로운 패러다임, 소아외과계의 위기와 극복, 중증 소아환자 치료를 위한 상급종합병원의 역할 강화, 미래지향적 소아의료를 위한 보건의료 관련 법제의 문제점 및 개선방향, 어린이청소년건강기본법 제정 의미와 진행 상황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고 했다.
상급종합병원 인증 기준에 소아의료 반영과 소아 중증 질환에 대한 전문진료질환군 포함 문제도 제기됐다. 일례로 크룹(Croup·후두기관기관지염)은 심할 경우 호흡부전이 올 수 있고, 1형당뇨병으로 쇼크가 오면 코마 상태에 빠질 수 있는데 일반진료질환으로 분류돼 있다.
김한석 기획이사는 "전공의, 전임의들이 돌아올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정부가 움직여야 한다. 소아의료 위기는 의정갈등 전에도 있었으며, 끝나도 계속되고, 더 나빠질 것이다. 전문인력도, 질병양상도 달라지고 있다. 어떤 의료체계가 필요한지, 이 체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얼마의 비용이 필요한지 등에 대해 늦었지만 이제라도 현실을 직시하고 준비해야 한다"라면서 "소아의료가 상급종합병원에서 살아남으려면 병원 내에서 인정받아야 한다. 상종 인증기준에 소아의료를 어떻게 반영할지도 고려해야 한다. 중증 질환 기준은 성인과 달리 소아의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 소아의료가 여기까지 온 이유를 톺아보고 해결책을 찾아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지홍 이사장은 "소아 중증 질환에 대한 중증도 조정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중증도만으로 해결이 어려운 경우 연령기준을 적용해 중증도를 높일 계획"이라면서 "소아는 급성기에 경증으로 분류됐다가 다음날 중증으로 이환되는 경우가 많다. 중증 질환으로 진행 가능성이 있을 경우 모니터링 필요하고 상급종합병원과의 연계 진료가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