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의 상용 EMR 활용 병원, 이미 청구 간소화 서비스 중
"정부 시스템 활용할 이유 없다…시장 자연스럽게 이원화될 것"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가 25일부터 병원급 먼저 본격 적용되기 시작했지만 일선 현장에서는 제도 자체에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상당수의 병원은 이미 핀테크 업체를 통해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보험개발원이 개발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시스템은 여전히 의료기관의 외면을 받고 있는 모습이다.
결국 보험개발원의 시스템을 활용하고 있지 않을 뿐,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제도는 이미 사회에서 자리를 잡고 있다는 게 의료계의 주장이다.
25일 의료계에 따르면, 보험개발원은 실손보험 청구를 별도의 서류 발급 없이 할 수 있는 '실손24' 앱을 개발, 공개하면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제도가 본격화됐다. 지난해 10월 보험업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후 1년여 동안 시스템 구축 등 준비 과정을 거쳐 제도화된 것.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는 가입자가 요청하면 의료기관이 보험금 청구에 필요한 서류를 대행 기관을 통해 보험사에 전자서류로 전송하도록 하는 서비스다.
문제는 실손보험 간소화 제도에서 의료기관의 참여가 가장 중요한 부분인데 보험개발원이 개발한 시스템 참여에 병원들이 시큰둥하다는 점이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일단 제도 시행 첫 날인 25일에는 210개 병원이 보험개발원의 '실손24' 시스템을 활용하고 있다.
병원은 1402곳 중 342곳(24.4%)이 실손24 시스템 활용을 확정 지었고 요양병원은 1396곳 중 59곳(4.2%), 정신병원은 257곳 중 3곳(1.2%)만 참여를 확정했다.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을 모두 합쳤을 때 4235곳의 대상기관 중 733곳(17.3%)만이 실손24 시스템을 연동하기로 했다. 보험개발원은 실손24에 의료기관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EMR 업체 유입에 공을 들이고 있다.
통상 제도에 참여하는 병원은 ▲자체개발 EMR 시스템을 쓰고 있는 병원(주로 상급종합병원, 종합병원) ▲유상 EMR 솔루션을 쓰고 있는 병원 ▲정부에서 배포한 시스템을 쓰는 병원(보건소) 등 크게 3개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현재 '실손24' 시스템과 연동한 병원은 상급종합병원과 일부 종합병원이다. EMR 업체와 계약을 맺고 비용을 지급하고 있는 병원 중 상당수는 실손24 앱을 쓰지 않는 것일 뿐 이미 상용 서비스를 활용하고 있다.
실제 실손보험 빠른청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A업체에는 25일 기준 전국 1만7198곳의 의료기관이 연동돼 있다. 즉, 법까지 개정하며 정부가 개입하고 있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제도에 의료기관의 참여율이 낮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경기도 한 종합병원 원장은 "오히려 실손24 홈페이지와 앱이 민간업체 사이트를 차용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비슷하다"라며 "법 개정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꼬집었다. 이 병원도 이미 민간 업체를 통해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서비스를 하고 있다.
한 의사단체 임원은 "궁극적으로 실손보험청구 서류전송 시스템은 금융위원회가 지정한 보험개발원을 경유하는 방식과 민간에서 자율적으로 개발한 방식 두 가지로 자연스럽게 이원화 될 것"이라며 "정부도 민간 업체와 경쟁을 통해 서비스 발전을 위해 노력하면 궁극적으로 요양기관과 환자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