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희 의협 법제이사 "환자 모르게 마취제 섞어 봉침 주사, 화났다"
"리도카인 사용 한의원 모두 의료법 위반 및 보험 사기로 고발할 것"
"환자들은 여기에(봉침에) 리도카인이 들어있는지 모르잖아요."
"환자들은 모르시지."
"몰라도 괜찮아요?"
"괜히 알면 걱정하시니까."
봉침액에 국소마취제 리도카인을 섞어서 사용한 한의사가 직원과 나눈 대화 중 일부다. 이재희 대한의사협회 법제이사(변호사, 법무법인 명재)는 전국의사총연합으로 들어온 이 같은 내용의 제보를 직접 듣고 '고발'을 결심했다. 변호사였기에 한의사의 무면허 의료행위의 위법성을 누구보다 더 자신 있게 확신할 수 있었다.
그렇게 시작된 일명 리도카인 소송. 한의사가 전문의약품인 국소마취제 리도카인을 봉침액에 섞어서 통증 치료에 사용한 사건인데, 이재희 이사가 '고발자'다. 의사도 아니고, 해당 한의원에서 치료를 받았던 환자도 아닌 변호사가 고발에 나선 셈이다.
이재희 법제이사는 최근 [의협신문]과 만나 "주사라는 침습적인 행위를 하면서 여기에 마취제를 섞어 주사를 하는 것도 잘못됐지만 이 사실을 환자가 모르게 한다는 게 너무 화가 났다"라며 고발에 나선 배경을 설명했다.
법원은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한의사 A씨의 행위가 무면허 의료행위라고 보고 벌금 800만원 형을 유지했다. A씨는 2심 법원 판단 역시 불복하고 24일 상고장을 제출했다.
의료계에서는 이번 사건을 놓고 사실상 대한한의사협회가 적극 개입하고 있는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는 시각이다.
이재희 법제이사 역시 "800만원 벌금의 약식 사건에 태평양이라는 대형 로펌이 붙었다"라며 "태평양은 최혁용 전 한의협 회장이 근무하고 있는 로펌이기도 하기 때문에 이번 사건에서 한의협과 연관성이 없다고 할 수만은 없다"고 말했다. 실제 피고인 한의사 A씨는 변호인으로 태평양을 선임했고 담당 변호사 명단에 최혁용 전 회장의 이름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 이사는 고발인으로서 의견서를 제출하는 등의 형태로 재판 과정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해왔다.
그는 "한의사는 법에서 허용하고 있는 면허범위 안에서 한방진료행위만 해야 한다"라며 "A씨 측 변호인이 공판에서 두꺼비 독을 마취에 쓸 수 있다고 말한 것처럼 한의과적인 마취제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A씨 측은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이 적법하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등을 꺼내 리도카인 주사가 적법했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이사는 "한의사의 진단용 초음파 허용 판례 자체가 악판례"라고 비판하며 "리도카인 주사는 침습적으로 위험성 있는 행위라 관련 판결을 적용해서 주장할 수도 없다. 그럼에도 끼워 맞추기 식으로 판례를 끌어다 주장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못 박았다.
A씨 측은 한의사가 사용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는 규정이 없다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이 이사는 "약사법 23조 3항에 따르면 전문약은 의사와 치과의사가 처방할 수 있다고 돼 있다"라며 "전문약 사용자를 제한하고 있는 조항인데 여기에 한의사가 전문약을 쓰지 못한다는 규정이 없다고 전문의약품을 쓸수 있다는 주장은 일반인도 전문약을 쓸 수 있다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대법원 판단까지 지켜본 후 후속 대응에도 나설 예정이다. 리도카인을 주사하는 한의사가 비단 A씨만 있는 게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이 이사는 "한의사의 리도카인 주사가 무면허 의료행위라는 게 확정되면 리도카인을 납품받아 사용한 한의원을 정리해 의료법 위반으로 고발하는 작업을 할 것"이라며 "무면허 의료행위를 해놓고 자동차보험을 청구하는 것은 보험사기에도 해당할 수 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도 추가 고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