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 암검진 전문위에 이어 다음달 초 관련 학회와 간담회
내과 "질 저하" 우려…가정의학과·외과 "특정과 배타적 독점" 지적
정부가 암 검진 내시경 '인증의' 자격 부여 범위 확대를 놓고 고심에 빠졌다. 국가암검진 전문위원회를 열고 자문을 얻는가 하면 다음 달 초에는 관련 학회를 모두 모아놓고 의견을 들어 올해 안으로는 결정을 짓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내시경 전문의 인증 자격 권한을 지키려는 내과와 얻으려는 외과·가정의학과의 신경전도 고조되는 모습이다.
30일 의료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이달 중순 국가암검진 전문위원회를 열고 내년에 있을 5주기 검진기관 평가에서 내시경 분야 인력 부분에 대해 논의했다. 나아가 다음 달 초에는 내시경 인증의 자격 부여와 관련된 학회와 간담회를 갖고 의견수렴을 할 예정이다.
건강보험공단 관계자는 "국가암검진 전문위원회를 열어 인증의 자격 확대 문제에 대한 여러 위원의 의견을 수렴했고 11월 초 관련 학회의 의견을 한 번 더 들을 예정"이라며 "아직 확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의견수렴을 거쳐 보건복지부가 최종 결정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진기관 평가는 2012년부터 3년 주기로 이뤄지고 있는데 2026년까지가 5주기다. 평가는 일반 검진, 영유아 검진, 구강 검진, 암 검진으로 나눠지고 암 검진 분야는 다시 진단검사의학, 영상의학, 병리학, 내시경학, 출장검진 등으로 구분된다.
이 중 내시경학 분야에서 진료과 갈등이 빚어지고 있는 상황. 내시경 의사의 자격과 연수교육 이수에 대한 부분이 특정 진료과 및 학회로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재 암검진 내시경학 분야 인력평가 지침에 따르면 내시경 관련 연수교육을 3년 동안 최소 12시간 이상 받아야 하는데 내시경 관련 전문학회가 인정하는 연수교육만 인정한다. 여기서 내시경 관련 전문학회는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 대한위대장내시경학회뿐이다. 내시경 시술 경험을 인증하는 인증의도 이 두 개의 학회 중 하나에서 인증 받아야 한다.
상황이 이렇자 가정의학과와 외과 학회 및 의사회가 한목소리로 인력평가 기준 확대를 주장하고 있다.
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는 30일 성명서를 내고 "내년부터 있을 5주기 암검진 질평가에서 내시경 교육과 인증 기준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대한가정의학회, 대한외과의사회, 대한외과학회와 공동 대응하겠다는 뜻을 재확인했다.
가정의학과의사회는 "적정한 자격을 갖춘 모든 진료과에서 학술대회와 연수강좌는 동일 기준에서 인정받아야 한다"라며 "특정 과에서 배타적인 독점은 국민 건강을 위해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 명의 의사가 하루 30명 이상 내시경 검사를 하는 경우가 아직 허다하다"라며 "국가검진 질 향상을 위해 결코 바람직한 상황이 아니다. 이런 불충분한 상황에서 특정 학회가 연수교육 인정 확대를 거부하는 것은 국민건강 증진에 반하는 태도"라고 꼬집었다.
정부마저 적극적으로 의견수렴에 나서며 내시경 인증의 자격 확대 논의가 급물살을 타는 분위기가 만들어지자 대한내과의사회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현재 소화기내시경학회, 위대장내시경학회의 학술대회와 연수강좌에 전공분야 관계없이 모든 진료과에서 참석 가능하고 인증의도 취득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웠다. 결국 내시경 분야에서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다는 타과의 주장이 맞지 않다는 것. 실제 소화기내시경학회 내시경 세부 전문의는 1만여명, 위대장내시경학회 인증의는 1500명 이상이다.
내과의사회는 "외과와 가정의학과의 내시경 수련 과정은 내과의 수련 과정에 비할 바가 아님은 자명한 사실"이라며 "타 과로 인증과 교육을 확대하는 것은 소화기 내시경 검사의 전문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고 일부 특정 진료과의 이익을 우선시해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무책임한 결정"이라며 경계했다.
또 "내시경 검사 질 관리는 내과, 특히 소화기내과에서 전문적으로 책임지고 있는 영역으로 이미 충분한 검증과 표준화가 이뤄진 상태"라며 "내시경은 보편화될수록 질 관리는 더욱 철저하게 해야 하는데 이미 검증된 학회에서 교육과 인증을 충분히 관리하고 있음에도 자격을 확대하려는 요구는 국가검진 내시경 검사의 질적 저하를 초래할 위험이 크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