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관 공간 특성 고려한 효과적 화재진압 시설 '우선'
국가 정책으로 추진된 만큼 재정지원도 반드시 뒤따라야
대한병원협회는 최근 환경친화적 자동차인 전기자동차의 충전시설 설치 시 소방시설 의무화 등과 관련 총 9건의 국회 발의 법안에 대해 '신중검토' 의견을 제출했다.
환경친화적 자동차 충전시설 설치 시 소방시설 설치 의무화 관련,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김상욱·박용갑·구자근 의원), '주차장법 일부개정안'(송언석·이용우 의원), '소방시설 설치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 법률안'(박용갑·이연희 의원), '전기안전관리법'(박용갑 의원), '건축법 일부개정안'(김위상 의원) 등이 발의됐다.
개정 법률안은 주요 제안 이유로 최근 전기자동차 보급 급증으로 관련 화재 발생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화재발생시 소방에 필요한 시설 설치 및 피해보상 등에 대한 보완 필요성을 들었다.
전기차 화재는 차체 바닥에 있는 배터리 손상시 1000℃ 넘는 열폭주 현상이 발생해 스프링클러 등 외부에서 물을 뿌리는 방식으로는 진압이 어렵다. 전기차 화재 진압에 효과적이라고 검증된 조립식 간이 수조(소화 수조)도 연기와 유독가스, 설치 공간 확보 문제 등으로 협소한 장소에서는 소방관이 활용하기 어려운 제한점도 있다.
병원협회는 법안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소방시설 설치 의무화보다 충전시설이 설치된 장소의 공간적 특성 등을 고려한 화재 진압에 효과적인 소방시설 검토가 우선적이라는 입장이다. 소방시설 설치 주체(충전기 설치자, 소방관서 등)를 구분하고, 소화에 꼭 필요하면서 적절하게 활용될 수 있는 소방시설만 설치될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지적이다.
전기차 충전시설 설치가 전기차 개발·보급 촉진을 위한 국가 정책의 일환으로 추진된 만큼 소방시설 설치 비용에 대한 재정지원도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는 견해다.
병협은 "병원의 경우 화재 발생 시 대피가 힘든 중환자, 거동이 불편한 환자 등으로 인해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시설이다. 특히, 지하주차장 화재 시 소방차 및 소방 인력의 진입이 어렵고 연기와 열이 잘 배출되지 않아 대형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라면서 "화재 안전에 대한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병원 지하주차장에 대해서는 전기차 충전시설의 설치 및 이용을 유예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전기자동차 충전시설 설치자에게 책임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전기안전관리법 일부개정 법률안'(권향엽·김교흥 의원)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병협은 "전기차 충전시설은 인구 밀집 시설에 위치하고, 지하에 설치된 경우가 많아 사고 발생 시 인명·재산 피해가 크게 발생하게 된다. 사고 발생 시 피해 구제방안을 마련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에는 공감한다"라면서 "다만, 피해 구제에 있어서는 전기차 제작사와 충전사업자 등 사업자에 대한 책임을 강화하는 형태의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가정책 일환으로 전기차 충전시설을 설치한 자에게까지 보험가입을 의무화 하는 것은 과도한 의무 부과라는 지적이다. 현재 연면적 3000㎡ 이상 병원급 의료기관의 경우 '화재로 인한 재해보상과 보험가입에 관한 법률'상 특수건물에 해당, 과실이 없는 경우에도 손해를 보상할 수 있도록 특약부 화재보험에 의무가입토록 하고 있다.
병협은 "보험 중복가입에 따른 부담이 가중되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어 보험 의무가입 대상에서 반드시 제외돼야 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