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보안업체, 강남 일대 개원가 진료실 CCTV 설치 권장 영업
안내문으로는 부족, 진료실 출입 환자 및 보호자 동의서 일일이 받아야
"사생활 침해, 초상권 침해 등 민형사상 소송 위기는 여전히 존재"
한 보안업체가 법의 사각지대를 활용해 진료실에도 CCTV 설치가 가능하다며 의료기관을 상대로 이를 적극 권하는 영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법률 전문가들은 진료실 안 CCTV 설치는 자유지만 그에 따른 민형사상 법적 책임을 오롯이 감당해야 하는 불상사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보안전문 C업체는 최근 강남 일대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진료실에 CCTV 설치를 권장하는 영업을 하고 있다. 한 법무법인 관계자는 "진료실 안에 CCTV 설치가 가능한지 법률 자문을 구하는 연락이 부쩍 오고 있다"라며 "특정 업체가 안내판만 설치해서 공지하면 된다며 영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진료실 CCTV 설치 문제는 환자 폭행 위험에 노출된 의사, 성범죄 문제를 걱정하는 환자의 이해관계가 모두 맞아 떨어지기 때문에 설치 가능하다는 시각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다 수술실 CCTV 설치가 의무화되면서 진료실도 가능하다는 분위기도 만들어졌다.
개인정보보호법 제25조 2항에 따르면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개인 사생활을 현저히 침해할 우려가 있는 장소 내부를 볼 수 있도록 영상정보처리기기를 설치 운영해서는 안 된다. 교도소와 정신병원은 예외로 뒀고 진료실은 여기에 속하지는 않는다.
진료실 CCTV 설치 문제는 개인정보보호위원회와 보건복지부가 만든 '의료기관 개인정보보호 가이드라인'에서 다루고 있다.
2020년 개정판을 보면 의료기관은 진료실, 처치실, 입원실처럼 출입에 제한이 있는 공간에 영상정보처리기기를 설치하려면 정보주체(환자, 보호자)의 수집 이용 동의를 받아야 한다.
구체적으로 진료실은 의료인과 환자만 출입할 수 있는 곳으로 불특정 다수가 출입할 수 있는 공개된 장소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CCTV를 설치해 촬영하려면 진료실에 출입하는 모든 사람의 동의를 받아야만 녹화할 수 있다. 동의를 받더라도 개인의 사생활 침해가 최소화 되도록 녹화만 할 수 있고 녹음은 할 수 없다고 안내하고 있다.
법조계는 현재 진료실 CCTV 설치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에 결국 의료기관 선택의 문제라고 했다. 다만, 진료실을 출입하는 모든 환자에게 동의를 받아야 하고 단순히 '촬영 중'이라는 안내 메시지로는 안된다고 했다. 그럼에도 환자가 사생활 침해 등을 문제 삼아 법적으로 소송 제기했을 때 의사는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진료실은 의사와 환자 둘만 공유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는 곳"이라며 "환자에게 진료실에서 CCTV 촬영 동의를 구한다고 했을 때 흔쾌히 동의할지 확신할 수 없다. 개인정보보호법, 사생활 침해, 초상권 침해 등을 문제 삼으며 민형사상 소송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동의서 문제도 얼마나 상세히 받느냐에 따라 법적으로 다툼 여지가 있다"라며 "진료실 내부 CCTV 설치 자체는 자유지만 법적 책임을 질 자세를 갖고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허지현 대한의사협회 법제이사도 법적 책임을 져야 할 위험이 있다고 봤다.
허 이사는 "단순히 환자의 은밀한 신체 부위 노출 문제도 있지만 진료실 책상 위에 놓인 진료기록 내용이 CCTV를 통해 보일 수 있다"라며 "당장 법적으로 안된다는 내용이 없더라도 민사적으로 책임으로 물었을 때 그 크기가 당연히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