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 수련 체계 갖추지 않은 증원, 의미 없어"
"교육부 불통에 무력감 느껴…수시모집 후엔 정시 줄이기 돌입"
지난 10월 24일. 국회 앞에는 전국에서 모인 의대생 엄마와 아빠들이 모였다. 교육부를 대상으로 한 국회 국정감사 마지막 날. '의대정원 증원 철회, 의대생 휴학 승인'을 외치기 위해서였다.
마스크를 쓴 엄마, 아빠들 사이 낯익은 얼굴이 보였다. 지난달 18일 국회 교육위원회 위원들이 충북의대에서 진행한 국정감사에서 "충북의대 증원으로는 충북 지역의 필수의료를 살릴 수 없을 것"이란 소신 발언을 했던 당사자. 채희복 충북의대 교수(소화기내과)였다.
채희복 교수는 지역의료 종사자이자 필수의료 종사자다. 전국 최대 증원율을 보인 충북대학교에 맞서 충북의대교수비대위원장도 역임하고 있다.
"전문의를 수련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지 않은 증원은 의미가 없다"
채희복 교수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체계가 없는 한 (증원에 따라 들어온 의대생들은) 의과대학 졸업장을 들고 전국 어디론가 흩어져 버릴거다. 최소한 지역에서의 5년 경험은 있어야 남을 가능성이라고 생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충북대병원 인턴 TO는 35명. 현재도 60%는 서울에서 온 학생들이다. 인턴 경험이 없으면 바로 '집으로' 돌아갈 확률이 큰 이들. 최소한 이 지역에서 실제 살아보면서, 전문의를 따는 시간을 두면 지역에서 취직을 하거나 개업할 확률이 커질 것이란 진단이다.
채희복 교수는 "애초에 의과대학을 졸업하면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 실제 병원에서 경험을 해야 전문의로서 홀로 설 수 있게 된다. 그런 중요한 전문의 수련 과정을 이 지역에서 하는 것. 그 자체가 이 지역에 남을 가능성을 높인다고 본다"면서 "만약 여기서 졸업하고, 수련을 서울가서 한다? 돌아올 가능성은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서울의대 의학사·석사 출신. 지역의료를 선택하게 된 계기를 묻자 "(충북의대를 선택할)당시 충북의대가 신생의대였고, 교수 요원을 많이 모집했기에 넘어오게 됐다. 이후 쭉 있었던 것"이라며 대수롭지 않은 듯 이야기 했다.
'바이탈 과' 소화기 내과를 택한 이유에 대해선 "내과 의사가 되고 싶었던 사람들은 대부분 비슷하다. 환자 절체절명의 순간에 환자를 살린다는 보람. 그것이 상당히 많이 작용한다"며 "흔히 필수의료라고 불리는 과는 잘 알려 있듯 다른 과에 비해 보수가 많은 것도, 삶의 질이 좋은 것도 아니다. 기꺼이 선택하는 이유는 내가 그 일을 함으로써 얻는 성취감. 즐거움이 작용하는 게 크다"고 말했다.
향후 비대위 활동 계획을 묻자 한숨이 먼저 나왔다. 교육부의 강행, 일방통행에 굉장히 큰 무력감을 느끼고 있고 했다.
채희복 교수는 "수시 발표가 곧 나올텐데…발표 전까지는 뽑지 않을 수 있으니, 정원을 줄일 수 있으니 그걸 바라보고 있다. 만약 그 시기가 지나면 이젠 다시 정시를 대비해야 한다. 정시 모집 인원을 줄이는 걸 다시 교육부에 얘기하고 있다"면서 "타임라인에 따라, 할 수 있는 일들을 해나갈 생각"이라고 담담히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