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의견 접수 마감, 대한의사협회·의학회·KAMC 등 반대 입장 전달
올해 부처 입법예고 중 의견 수 1위·조회수 3위 기록...온라인도 후끈
의과대학 인증평가 불인증 대학에 대한 처분 유예와 인정기관 공백시 기존 평가·인증 유효기간 연장 등을 골자로 하는 교육부의 '고등교육기관의 평가·인증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 이른바 의평원 무력화 입법예고가 4일자로 마감됐다.
입법 예고 기간 중 국민참여입법센터로 접수된 반대의견만 1만 6000건에 달하는 상황. 의료계·의학계에 이어 교육계까지 한목소리로 입법 반대의견을 내놓으며 개정안 철회를 촉구하고 나선 가운데, 교육부가 어떤 최종 결정을 내놓을지 이목이 쏠린다.
5일 교육부 등에 따르면 지난 9월 25일 시작된 고등교육기관 평가·인증 규정 개정안 입법 예고가 지난 4일자로 공식 마감됐다.
개정안은 ▲의료과정운영학교의 평가·인증에 관한 특례 ▲인정기관 공백시 기존 평가·인증 유효기관 연장 ▲평가·인증 기준, 절차, 방법 변경시 사전예고제 의무 규정 신설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대규모 재난이 발생해 의료과정운영학교의 학사운영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못하거나 교육여건이 저하되는 경우, 인정기관이 불인증을 하기 전 1년 이상의 보완기간을 부여하고 인정기관 공백시 기존 평가·인증 유효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의료계는 개정안대로라면 의평원의 의대인증평가가 무력화되어 의대교육이 부실화될 수 있다며, 규정 개정에 반대해왔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달 30일 교육부에 의견서를 내어 "의평원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하려는 의도가 명백하다"며 강력 반대 입장을 밝혔다. 나아가 개정안 철회도 주장했다.
대한의학회와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 역시 "대규모 재난을 빌미로 교육여건이 미흡한 의대에 불인증 판정을 유보하고 무조건 보완 기간을 부여하는 것은 해당 대학의 교육을 정상화할 수 있는 기간을 지연시켜 학생의 학습관과 국민 건강권에 위해를 끼칠 소지가 크다"며 반대했다.
다른 평가인증전문기관들도 목소리를 보탰다.
한국간호교육평가원·한국수의학교육인증원·한국약학교육평가원·한국의학교육평가원·한국치의학교육평가원·한국한의학교육평가원 등 6개 보건의료분야 평가전문기관들의 모임인 한국보건의료인평가원연합회는 지난달 공식 성명을 통해 "인정기관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훼손할 것"이라며 입법철회를 촉구했다.
해당 입법 예고안은 온라인상에서도 큰 주목을 끌었다. 정부 입법예고사이트인 국민참여입법센터에서 올해 '최다 의견 수' 1위, '최다 조회 수' 3위를 기록했을 정도다.
고등교육기관 평가·인증 규정 개정안의 조회 수는 7만 6281회, 입법 의견은 1만 6109건에 달했으며, 개정 반대의견이 지배적이다.
의견자 '조**'은 "무모한 의대증원을 합리화하기 위해 의평원을 무력화하기 위한 시도"라며 "개정되지 않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의견자 '이**'은 "입법의 정당성이 전혀 없다"며 "모든 행정과 정책의 오류를 이런 방식으로 책임으로 책임을 면하고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정의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또 다른 의견자 '이**'은 "의평원 체제를 변경시키고 특히 평가유예를 꾀하려는 의도는 의학을 뿌리째 흔들어 의학을 망하게 하는 것"이라며 "교육부는 정신차리고 의평원 변경에서 손을 떼고, 의학이 자유롭게 자신들의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억압과 통제를 그만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쏟아지는 반대의견에도 불구, 정부는 규정 개정을 강행할 조짐이다.
일련의 논란 과정에서 교육부는 규정 개정시 의평원의 의대인증평가가 무력화되어 의대교육이 부실화될 수 있다는 의료계의 주장을 정면 반박하며, 규정 개정의 당위성을 주장해왔다.
참고로 올해 부처 입법예고안 조회 수 1위는 보건의료 심각단계 위기경보 때 보건복지부 장관이 전공의 임용과 전문의 자격시험 공고 기준을 별도로 정할 수 있도록 한, 보건복지부의 '전문의 수련 및 자격 인정 등에 관한 시행규칙'이었다. 조회 수는 무려 12만 2572회다.
해당 개정안은 최다 의견 수 2위 안건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여기에 달린 입법 의견은 1만 2021건으로, 개정 반대의견이 대다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