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환 명예교수 "수련병원 없어 의대정원 못 늘린다 국민 설득해야"
의료 단순 서비스 업종 아냐, "수요 있으니 공급 늘리자 식 안돼"
정부의 의대정원 증원 정책 반대를 위해 낮은 수가나 왜곡된 건강보험 정책의 문제점을 언급하기보다 의사를 키울 수 있는 수련병원이 없어 의대정원 증원을 못 늘린다는 국민적 설득을 해야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서울특별시의사회 대의원회는 9일 '의대정원 딜레마'를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 발표자로 참석한 이덕환 명예교수(서강대학교, 자연과학부)는 '의대정원 딜레마 사회적 손실은?'이라는 주제로 발표, 정부의 의대정원 증원 정책이 성공할 수 없는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특히 '변호사가 30배 늘어날 동안 의사는 7배 늘었다. 의사들의 집단이기주의 때문'이라고 한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덕환 명예교수는 "중요한 핵심 의제를 빼먹었다. 수련과정에 대한 이야기"라며 "변호사는 면허만 주어지면 되지만, 의사는 다르다. 전문의 면허가 또 따로 있어야하며 이를 위한 사회적 투자가 의대를 만드는 것보다 훨씬 힘들다"고 짚었다.
결국 수련병원이 부족하다고 지적한 이 명예교수는 "전국적으로 1년에 인턴과 레지던트를 3200명 뽑는다. 이중 2100명은 47개 상급종합병원으로 수련을 받으러 가고 1100명이 160∼170개 정도 되는 일반병원으로 수련을 받는다"며 "서울대부속병원이 1년에 인턴은 104명 뽑는 수치를 볼 때 서울대부속병원 만큼의 병원을 15개나 더 지어야하는 꼴이 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부산대부속병원을 짓는데 7000억원의 건설비용이 든다고 하는데 15개를 더 지어야하는 정부가 그런 돈이 있을까, 그 모든 병원의 의사를 채울의사는 있을까?"라고 반문하며 "병원을 짓더라도 껍데기만 있는 병원이 될텐데 보건복지부 장·차관은 이에 대한 생각을 꿈에도 못하고 있다. 수련병원이 없어서 정원을 못늘린다고 설득해야한다"고 덧붙였다.
정부의 의대정원 증원 정책 과정에서도 의문이 제기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월 10년 후의 의사 1만명 초과 배출하기 위해 한 해 2000명씩 5년을 증원한다는 의료개혁 발표안과 이주호 교육부 장관이 2025년부터 2029년까지 의대에 5조원을 투자하고 교수 1000명을 늘려주겠다고 말한 부분을 짚으면서다.
이 명예교수는 "5년동안 한시적으로 2000명씩 증원한다는 말은 2030년부터는 다시 2000명을 축소한다는 이야기"라며 "5조는 5년이 지나면 다 버려야 하는 돈이 된다. 지금은 의대증원을 위해 치열하게 싸우지만, 5년 후에는 2000명을 줄이기위해 치열하게 싸워야하는 정신나간 개혁안"이라고 비판했다.
의료계가 주장하는 낮은 의료수가와 왜곡된 건강보험의 문제도 맞는 이야기지만 국민적 공감을 얻지 못한다는 점도 이야기한 이 명예교수는 "의료수가, 건강보험 이야기하면 국민들은 결국 의사는 돈 밖에 모른다고 나온다. 국민이 오해하지 않을 명분을 찾아달라"고 제언하며 "미래는 전공의와 의대생들에 의해서 결정된다. 그들의 말에 경청하고 신뢰관계를 재구축하기 위해 정말 노력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또다른 발표자로 나선 이상돈 교수(중앙대학교, 법과대학)은 의대가 단순히 대학 내 하나의 단과대학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 "대학에서 의대는 지역의 의료시스템을 움직이는 것이다. 단순히 서비스 업종이라는 생각에 수요가 있으니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생각은 안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의료계 역시 내부적으로 이야기만 하지 말고 사회 여러 분야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이번 사태에 있어 소통이 조금 부족했던거 아닌가 싶다"고 폭 넓은 소통을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