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은 어느 의대 나왔어요?" 의대 증원은 곧 '의사 차등화'

"선생님은 어느 의대 나왔어요?" 의대 증원은 곧 '의사 차등화'

  • 홍완기 기자 wangi0602@doctorsnews.co.kr
  • 승인 2024.11.10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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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혜 순천향의대 교수 '필수의료패키지' 필패
바이탈·감염 진료과 등 필수의료? 취약의료가 적합
지역완결형 의료전달 체계는 '일종의 신분제' 비판

이은혜 순천향의대 교수는 10일 <span class='searchWord'>대한의사협회 종합학술대회</span>에서 '4대 필수의료 패키지: 한국의료에 미칠 영향'을 주제로 한 강연을 진행했다. ⓒ의협신문
이은혜 순천향의대 교수는 10일 대한의사협회 종합학술대회에서 '4대 필수의료 패키지: 한국의료에 미칠 영향'을 주제로 한 강연을 진행했다. ⓒ의협신문

의대증원에 따른 비수도권 의학교육의 질 저하는 필연적인 것으로, 이는 곧 의사 차등화로 이어질 것이란 지적이 제기됐다.

이은혜 순천향의대 교수는 10일 대한의사협회 종합학술대회에서 '4대 필수의료 패키지: 한국의료에 미칠 영향'을 주제로 한 강연에서 "의사가 차등화될 거다. 어느 의대를 나왔느냐에 따라 의사 면허의 가치가 달라진다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모든 의료대란의 시작. 정부의 '필수의료패키지'가 실패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잘못된 개념'부터 찾아볼 수 있다.

이은혜 교수는 필수의료나 공공의료 개념 정립부터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보건복지부가 최근 칭하는 바이탈·감염 진료과 등 '필수의료'는  사실 '취약의료'라는 지칭이 더 적합하다는 제언도 함께다.

"건강보험이 제공하는 것 중에 필수의료가 아닌 진료과는 없다"며 "응급환자 수술이나 중증 이상환자를 수술하려면 마취과와 진단검사의학과, 영상의학과의 도움이 필요하다. 감염병 환자 역시 감염내과만 있다고 볼 수 있는게 아니다"라고 짚었다.

공공의료에 대해서도 "우리나라처럼 건강보험 같은 사회보험제를 가지고 있는 나라에서는 이 병원의 설립이 공공 설립이건 민간 설립이건 상관없이 건강보험을 제공하면 모두 공공의료 공급자로 평등하게 대우해야 된다"고 말했다. 

필수의료패키지 줄임말은 필패. 결과도 필패!

필수의료패키지의 문제점을 항목별로 짚은 뒤엔 "건강보험은 10년 안에 망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사실 필수의료패키지가 없었어도 망했을 것이지만 그 속도를 당길 것이라고도 진단했다.

가장 큰 갈등을 일으킨 '의사 증원'정책은 필연적으로 의학 교육의 질 저하를 일으킬 거라고 봤다.

이은혜 교수는 "정부는 이 늘어난 의대 정원을 비수도권에 우선 배정하겠다고 한다. 비수도권에 있는 의대는 버텨낼 수가 없다. 의학 교육의 질은 더 많이 떨어진다"며 "이는 의사 차등화로 이어진다. 바람직하지 않다. 어느 의대를 나왔느냐에 의사 면허의 가치가 달라지는 말도 안 되는 제도"라고 꼬집었다.

국립대에 한정해 의대 교수를 증원하는 데 대해선 사립대에 대한 차별이라고 봤고, PA 제도화에 따라 의료행위 일부가 위임된다면 이는 의사가 하는 행위가 아니므로 별도의 수가가 있어야 한다고 짚었다. 지역이나 필수의료의 '미충족수요'해소는 수요가 주관적이라는 점에서 애초에 불가능한 목표 설정이라고도 꼬집었다.

지역완결형 의료전달 체계에 대해서는 '일종의 신분제'라고 비판했다. 당장 해결해야 할 문제는 당장 2028년에 늘어날 수도권 6600병상임을 조명하기도 했다.

이 교수는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은 좋다. 권역책임의료기관은 국립대 병원이고 지역책임의료기관은 지방의료원·사립대 병원이다. 다른 민간병원은 또 지방의료원 밑에 있어야 된다"면서 "솔직하게 말해 우리나라 국립대학병원 중에 그 권역에 있는 사립대학병원보다 압도적으로 우월한 곳이 있나? 없다. 어떤 데는 오히려 더 못하는 데도 있다. 출신에 따른 책임 지우기는 조선시대 신분제로 돌아가겠다는 거랑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

지역 필수의사제를 두고도 "완전 특혜다. 말이 안 된다. 대만에서 유사한 제도가 이미 실패를 검증하기도 했다"며 "지역 수가 별도 산정 역시 보험급여의 일물일가 원칙을 훼손하는 거다. 지역에 보조금을 주는 것이 더 바람직 하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추진 중인 '의료사고형사처리특례법'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견해를 내놨다. 적용을 위한 전제조건으로 인해 '무소용'이라고 짚은 것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특례 적용 전제조건을 보면, 모든 의사가 의료기관이 무조건 보험이나 공제에 가입해야 된다. 보험이나 공제에 가입했다고 해서 다 특례에 적용되는 것도 아니다. 환자 동의가 없으면,  의학적 판단 근거가 없으면, 의학 의료사고 조정 중재원의 조정·중재에 참여하지 않으면은 특례에서 제외된다. 

이 교수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과 유사한데, 의료사고의 경우 의사가 원인제공자가 아니란 큰 차이가 있다. 번짓수를 잘못 찾은거로 보인다"면서 "소송남용 방지효과도 없고 소송남용의 해결책도 아니다. 기소유예나 수사단계 입건송치 제한이 더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가장 큰 문제는 의료행위를 형사처벌 대상으로 본다는 자체"라면서 "의사를 예비 범죄자로 보는 것이다. 의사할 맛이 정말 안 난다"고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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