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개월째 지속되고 있는 의대정원 증원 문제는 수 년간의 정부정책의 변화에서 기인된다고 생각한다. 서로에 대한 불신의 골은 깊어가고 해결에 대한 노력은 서로의 비협조로 적대감으로 바뀌고 있어 안타까운 심정이다.
이번 사태의 핵심은 행정통계의 착오로 인해 생겼다고 생각하고, 정부와 의료계 모두 깊이 반성해야 대한민국 의료를 책임질 후배들에 대한 부담감을 줄일 수 있다.
2003년부터 시작된 의학전문대학 제도는 기존의 정원을 동결한 상태에서 의사 과학자를 양성한다는 취지에서 시작돼 기존 의과대학 정원에서 최대 1600명을 일반대학 졸업자만이 지원할 수 있는 대학원 4년제로 변경했다.
의과대학 6년제에서 의전원 4년제로 변경하면서 당시 고등학생으로 의과대학교의 진학을 준비하던 수험생들의 입시 관문은 50% 이상 대폭 줄었고, 수능고시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의과대학 입시는 치열해지기 시작했다. 이러한 과도한 경쟁은 입시학원에서 의과대학 진학률을 SKY대학보다 높게 홍보하는 계기가 됐다.
정부는 의대정원의 50%까지 의학전문대학원으로 전환하면서 부수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입시환경의 변화에 대한 사후 대책없이 십 수 년간을 대학에 강요한 일차적인 책임이 있다.
의전원 체제로의 전환은 만수생과 여학생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늘어나고 남학생의 비율이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현상으로 인해 의무사병 지원자가 줄어드는 부작용으로 2020년도에 대부분의 의전원 정원을 다시 의과대학로 전환하게 됐다.
이러한 정부 정책의 변화는 '을'의 입장이었던 고등학교 수험생의 어떠한 동의도 없었고 입시학원에는 사업홍보의 기회가 되는 모순된 현상이 나타나게 됐다.
일반 국민에 비해 의대 입시와 인맥을 가진 기존의 의사들은 자녀를 쉽게 의전원에 입학시켰고 수험생과 학부모의 지탄과 질시의 대상이 됐으며 입시부정의 대상이 됐던 것에 대한 반성도 필요하다.
2020년 대부분의 4년제 의전원이 6년제 의과대학 체제로 회귀하면서 2024년 졸업하는 의과대학과 의전원생은 마지막으로 배출되는 첫해가 되는 것이다.
2024년과 2025년도는 의전원생이 4년 과정을 마치고 졸업하게 되어 2025년까지는 6년 과정의 의과대학의 졸업생이 배출되지 않아 수련의가 부족시기인 해이다.
필자는 2020년 수련의 부족시기를 예상하고 의과대학 편입생을 한시적으로 더 뽑아야 한다고 전달하였던 바 있다. 2년간 한시적으로 부족한 의사의 수는 행정부에 착시현상으로 인한 과도한 의대증원 정책이 발표됐고 증원 숫자에 예민했던 의료계에 절망감을 주어 극단의 대치가 장기화되고 있다.
인구의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 몰리고 지역편중이 심해지면서 상대적으로 고령 환자가 많은 지방에서는 구인난으로 인해 의사 증원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는 것은 의료계만의 문제는 아닌 듯하다.
지역의료를 책임지는 지방 의사로 지역인재 전형의 확대는 문제가 많으며 새로운 문제를 야기할 것이고 일시적인 수련의 구인난은 착시현상인 바, 순차적으로 해결될 것으로 예상한다.
죽어가는 환자를 살리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하는 의사들이 붕괴되는 의료시스템을 다시 세우는 노력이 절실한 시기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란 교훈처럼 대한민국 미래의료를 위해 정부와 의료계는 서로의 최상이 아닌 최선이나 차선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