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개특위, 의료사고 수사·사법 리스크 완화 방안 밑그림 공개
필수의료 행위 형사적 보호 강화 "반의사불벌 폭넓게 인정"
법정 상설 의료사고 심의기구 설치...전문성·공정성 확보 관건
의료개혁특별위원회가 의사 사법리스크 완화를 위한 구체적인 밑그림을 내놨다.
필수의료 분야에 대해서는 '중대한 과실' 중심으로 기소 체계를 전환해 명백한 주의의무 위반과 이로 인한 환자의 피해가 상당히 입증된 경우에 한해 기소하도록 한다는 계획을 밝혔는데, 필수의료 여부와 중대한 과실 여부 모두 신설될 '의료사고심의위원회'에 맡기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7차 의료개혁특별위원회'를 열고, 이 같이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의개특위는 이날 의료진의 최선을 다한 진료에도 불구하고 예기치 못하게 발생한 의료사고가 민·형사상 소송으로 이어져 소신 진료를 위축시키고, 필수의료 기피를 초래하고 있다는데 공감하고, 개선 필요성이 있다는데 뜻을 모았다.
일단 공익 목적상 보호가 필요한 필수의료행위에 대해서는 형사적 보호를 강화하기로 했다. 당사자 간 합의를 기반으로 형사처벌을 면책하는 반의사불벌을 의료행위 전반에 대해 폭넓게 인정한다는 것이 골자다.
다만 사망사고는 사고의 중대성을 고려해 필수의료분야로 한정하고 당사자가 사망한 사건에 대한 처벌 불원 합의 가능 여부(망자 의사 대리가능 여부)를 검토해, 그에 따라 반의사불벌 특례 적용을 검토하자는 의견이 제시됐다.
아울러 필수의료 분야의 경우에는 행위 위험성과 공익성을 고려해 '중대한 과실 중심 기소' 체계로 전환, 명백한 주의의무 위반과 이로 인한 환자의 피해가 상당히 입증된 경우에 한해 기소하도록 하자는 쪽으로 논의가 이뤄졌다.
수사·기소 결정 등의 기준이 되는 필수의료 여부, 중대 과실 판단 여부는 '(가칭) 의료사고심의위원회'에 맡기기로 했다.
정부 내 법정 상설 심의기구로 의료사고심의위를 신설하고, 여기에 ▲(대상 확인) 의료행위의 긴급성, 치명성 등을 고려해 사법적 보호가 필요한 필수의료 해당 여부 ▲(과실 판단) 행위자의 의료여건, 상황 등을 고려해 명백한 주의의무 위반이 있는지 또는 환자 연령, 기존 병력 등을 고려해 의료행위로 인해 환자가 손해(피해)가 발생했는지 검토하는 등의 역할을 맡긴다는 얘기다.
심의위가 필수의료 해당 여부, 중대한 과실 유무 등을 판단해 수사기관에 자문의견을 제시하면 이를 바탕으로 △중대과실: 수사·기소 △단순과실: 피해 배상 조정 △불가항력: 국가보상 등의 프로세스를 따르게 한다는 구상이다.
관건은 심의위원회의 전문성과 공정성 보장이다. 사건별로 의료인 수사·기소, 배상 주체 등을 결정하는 막강한 권한을 갖게 되는 셈으로, 전문성 시비가 곧바로 결과에 대한 공신력 확보로 이어지는 까닭이다.
심의위 구성과 관련해 의개특위는 이날 "정부, 의료계, 환자·시민사회, 법조계 등 의료사고 관련 전문성과 사회적 대표성을 가진 자로 구성한다"는 짤막한 구상을 내놨다. 위원회의 기능과 역할, 수사절차와의 연계방안은 특위 산하 의료사고 안전망 전문위원회에서 구체화 해 연내 특위에 보고하겠다고 했다.
한편 의개특위는 이날 법무부가 지난 2월부터 시행 중인 '의료사고 사건 수사·절차 개선 방침'은 확대, 발전시켜 제도화하자는데도 의견을 모았다.
앞서 법무부는 ▲응급의료법상 의료사고 형 감면 적극 적용 ▲의료분쟁조정제도 적극 활용 ▲사전준비 없는 출석요구 자체 및 명백한 범죄 아닌 경우 신속 종결 ▲의료사고 형사조정 절차 의료인 참여 등을 골자로 하는 수사·절차 개선 방침을 마련한 바 있다.
노연홍 의개특위 위원장은 "의료사고로 인한 잦은 민·형사상 소송과 장기간 수사는 환자, 의료진 모두에게 큰 고통이었으나 이해관계가 첨예하고 쟁점이 많아 개혁 추진에 어려움이 많았다"면서 "환자, 의료계 의견과 해외사례 등을 심층 검토해 연내 환자와 의료진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 방향과 구체적 입법계획 등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